양측 '작전회의' 등 기싸움…계파갈등 뇌관은 여전

[데일리한국 이선아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3일 당무 거부 일주일만에 최고위원회에 복귀해 당직 인선을 둘러싼 문재인 대표와의 전면전은 일단 봉합됐다. 하지만 조만간 후속 당직 인선이 예고돼 있어 인선에 따라 언제든 계파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 이들의 화해 제스처를 '불안한 동거'로 보는 이유다.

문 대표와 이 원내대표는 전날 심야회동 후 앞으로 소통하기로 했다는 짧은 발표문만 내놨지만, 총 4시간여에 걸친 회동에서는 더욱 깊고 허심탄회한 얘기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원내대표는 "문 대표가 지금처럼 당을 운영하면 당이 심각하게 분열될 수 있다"면서 "총선을 앞두고 당이 분열되면 문 대표도 미래가 없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문 대표는 "당을 통합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취지로 공감을 표했다고 한다.

최재성 사무총장의 인선에도 이 원내대표가 해명이나 사과를 요구한 것으로 보이며, 이로 인해 발표문에 "일부 당직인선에 관해 소통이 부족했다"는 문구가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표는 이후 정책위의장 등에 대한 당직 인선은 일방적으로 하지 않고 원만히 소통하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표의 '당원에게 드리는 글'에 대한 문제제기도 이어졌다. 이 원내대표는 "당의 분란을 확산하고, 위기를 수습하는 데 잘못된 방향이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방향을) 선회해야 한다"고 했고, 문 대표는 이 글은 결국 발표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거론하지 말자는 뜻을 밝히다 "같이 논의해 (당의 운영방안을) 잘 바꿔보자"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당의 기조를 통합에 두기로 했다"며 "사과나 유감 표명보다 중한 말씀을 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양측은 회동에서 뇌관 격인 구체적인 후속 인선 언급은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그럼에도 당내에서는 양측이 어느 정도 공감대를 이룬 것 아니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비노 진영의 한 인사는 "이날 핵심 의제 중 하나가 후임 인선이었는데, 아예 얘기가 안 나왔을 리는 없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비어 있는 당직은 되도록 빨리 인선되는 게 바람직하다. 앞으로 당직인선의 어려움을 증폭시키는 방식으로 하지 않겠다는 것을 (문 대표와)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약속을 받았나"라고 묻자 "신뢰를 바탕으로 (하기로 했다)"고만 짧게 답했다. 당 안팎에서는 내주 초 정책위의장과 조직사무부총장에 대한 인선이 단행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발표문에 "인선에 대해 소통하겠다"는 문구가 포함된 만큼 문 대표가 이 원내대표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비주류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후속 인선이 겨우 봉합된 계파갈등을 다시 터뜨릴 뇌관이 되리라는 우려도 나온다. 비노 진영은 최재천 의원을 정책위의장으로 추천할 가능성이 크다. 회동에서 이 문제가 확실히 정리되지 않았다면 인선과정에서 다시 양측이 충돌할 수 있는 셈이다. 내년 총선에서 조직을 총괄할 조직사무부총장 자리에 누구를 임명하느냐에 대해서도 충돌할 소지가 있다.

실제로 양측은 '화해'를 위한 회동을 하면서도, 끊임없이 서로 명분에서 우위를 뺏기지 않고자 팽팽한 힘싸움을 벌였다. 양측은 회동에 앞서 서로 친분이 있는 의원끼리 모여 '작전회의'를 할 정도로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이 원내대표 측은 사전에 '구체적 인선 얘기는 하지 말자'는 원칙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칫 "자리를 얻으려 당무를 거부했나"라는 비난에 처할 우려가 있어서다.

반면 문 대표 측 인사들은 "원하는 당직이 있으면 먼저 얘기를 해야지, 지도부가 알아서 먼저 얘기를 꺼내달라는 것은 욕심 아니냐"며 맞섰다. 당 관계자는 "사실은 인선 얘기가 오갔을 수도 있다"며 "양측 모두에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발표만 하지 않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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