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표, 부처님 오신날 봉축 법요식 참석해 1시간 내내 얘기 주고받아

양당 원내대표도 참석… 이종걸 "노건호 발언, 추도식 예의 고려 안된 듯"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불기 2559년 부처님 오신 날 봉축 법요식에 참석했다.(사진=데일리한국 이규연 기자fit@hankooki.com)
[데일리한국 조옥희 기자] 여야 정치인들은 불기 2559년 부처님 오신날인 25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에서 열린 봉축 법요식에 총출동해 ‘불심 잡기’에 나섰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새누리당 유승민·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 등 여야 지도부는 이날 법요식에 참석한 불자들과 인사를 나눴다. 국회 불자의원 모임 ‘정각회’ 회장인 새정치연합 강창일 의원과 새누리당 주호영·김장실 의원, 새정치연합 상임고문인 정세균 의원 등도 법요식에 참석했다.

특히 이날 법요식에선 김 대표와 문 대표가 나란히 옆자리에 앉아 행사가 진행되는 1시간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대화하는 모습을 보여 관심을 끌었다. 문 대표는 손짓을 섞어 말을 이어나갔고, 김 대표도 웃거나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이에 화답하는 모습이었다. 불과 이틀 전 김 대표가 '노무현 전 대통령 6주기 추도식에서 물세례와 격한 비판을 받은 것과 비교하면 의외의 풍경이었다. 두 대표는 법요식을 마친 후에도 자승 총무원장과 함께 오찬 모임을 가졌다. 다만 두 대표는 부처님 오신날이라는 점을 감안해 정치 현안에 대해선 약속이라도 한 듯 말을 아꼈다. 김 대표는 행사 후 ‘무슨 대화를 나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이런저런 세상사 이야기를 했을 뿐”이라고 했고, 문 대표도 “비밀이다. 그냥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했다”고만 언급했다.

새누리당 유 원내대표와 새정치연합 이 원내대표도 이날 법요식에서 나란히 앉아 간간히 대화를 나눴다. 하지만 두 원내대표 역시 대화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원내대표는 행사 후 앞서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에서 노건호씨가 김 대표를 비판한 것과 관련 “모든 말이 다 적절하고 필요한 말이었다고 생각하지만 추도식에 온 손님에 대한 예의나 이런 것들은 종합적으로 (고려)되지 않은 것 같다"며 "자연스럽진 않았지만 다른 자리에서 말씀드릴 수도 있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또 공무원연금 개혁 협상의 막판 쟁점으로 떠오른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거취 문제에 대해서도 "복지부 장관으로서 소임을 완전히 잃은 복지부 장관은 향후 공적연금 합의 및 논의 과정에서도 엄청난 난관과 걸림돌이 될 뿐"이라면서 “그 난관을 해소하지 않으면 앞으로 합의할 공적연금 공공성 강화 논의도 사실상 어렵지 않겠느냐. 그에 대한 해결책을 정부와 청와대, 여당이 내줘야만 논의의 전제가 마련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김상곤 위원장 내정으로 출범을 앞둔 새정치연합 혁신위원회에 대해서는 “당 혁신과 관련된 모든 문제에 관해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면서도 "결정 이후에 집행할 수 있는 권한은 최고위원회의와 당 대표에게 있다"고 말했다.

이날 법요식 도중 새 배설물이 자신의 바지에 떨어지는 해프닝을 겪은 정세균 의원도 혁신위와 관련 “(김상곤 전 교육감이 당 혁신위원장을 맡은 것은) 사태를 수습하는 좋은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짧게 언급했다. 또 이날 행사에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놓고 경선을 치를 것으로 보이는 새누리당 주호영·김재경 의원도 나란히 참석해 주목을 받았다.

여야는 앞서 부처님 오신날을 기리는 논평을 내고 ‘자타불이'(나와 남이 서로 다르지 않다)를 강조했다.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우리당은 중생 구제에 정진했던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오직 국민만 바라보며 국민 화합을 위해 더욱 정진해 나갈 것임을 다짐한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소외되고 고통받는 이들을 대변해 상생과 화합의 가르침을 실천해 온누리에 자비가 가득한 대한민국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조계종은 이날 행사를 '이웃과 함께하는 법요식'으로 연다는 취지로 성소수자인 김조광수 감독,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위원장, 유흥희 금속노조 기륭전자 분회장도 초청해 진행했다.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은 봉축법어에서 "나를 위해 등을 밝히는 이는 어둠에 갇히고 남을 위해 등을 밝히는 이는 부처님과 보살님께 등을 올리는 것"이라며 "한반도 통일과 세계평화를 염원하는 등을 밝히고, 모든 이웃의 아픔을 같이하는 등을 밝히고, 모든 영령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등을 밝혀 부처님 오시는 길을 아름다운 등으로 장엄하자"고 말했다.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봉축사에서 "올해는 광복 70주년을 맞이하는 뜻 깊은 해지만 분단으로 7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며 "스스로 하나 되고자 하는 일심(一心)으로, 대화와 교류를 통해 신뢰를 쌓는 일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조계종은 이날 행사에서 남북통일과 평화를 기원하는 남북공동발원문을 4년 만에 발표했다.

한편 정의화 국회의장은 이날 대구 팔공총림 동화사에 열린 봉축 법요식에 참석해 부처님 오신날을 기렸다. 정 의장은 "우리는 빈부 격차, 가치관 혼란, 동과 서·남과 북의 갈등을 겪고 있다"며 "부처님의 자비로운 손길, 지혜로운 눈길이 필요하다"고 축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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