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위기 속 '역할론' 부각… 부산 출마설 주목

당선되면 단번에 야권 최대 대권주자로 '우뚝'

야권 PK지역 맹주로 자리매김 후 당권도 쥘 듯

與잠룡 김무성, 야권에 비우호적인 민심 장애물

[데일리한국 조옥희 기자] 4ㆍ29 재보선 후폭풍으로 극심한 계파 갈등을 겪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내에서 ‘문재인 대항마’로 안철수 전 대표의 역할론이 부각되면서 일각에서 ‘안 전 대표의 20대 총선 부산 출마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는 문재인 리더십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부산이 고향인 안 전 대표가 문 대표 대신 나서 야권의 교두보를 확보해야 한다는 논리다. 만일 안 전 대표가 부산에 출마해 당선된다면 야당 내 역학구도는 물론 2017년 대선 판도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란 점에서 그럴듯한 시나리오란 평가다.

그러나 안 전 대표의 부산 출마는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아무래도 야권에 그리 우호적이지 못한 바닥 민심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서다. 문재인 대표가 전대 당시 ‘대표가 될 경우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다른 각도에서 볼 수도 있다. 일단 안 전 대표는 친노 계파 수장이라는 이미지가 강해 PK 지역 내에서도 일부 강성 지분만을 챙기고 있는 문 대표와 달리 표의 확장력이 넓은 편이다. 더구나 안 전 대표의 부친은 아직 부산에서 거주하고 있어 부모가 피난을 오면서 경남이 고향이 된 문 대표보다 지역 연고도 강하다. '새로운 부산 대선주자'를 앞세운다면 해볼만한 승부인 것이다.

만약 안 전 대표가 부산에 출마해서 당선된다면 단번에 문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야권의 차기 주자로 우뚝 설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야당 내 역학구도도 재정립될 게 분명하다. PK지역의 지지도가 정권교체의 필수 조건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야당 내 세력도 안 전 대표에게 쏠릴 수 있다. 당선만 된다면 당권-대권 가도에 탄탄대로가 펼쳐지는 셈이다.

여기에 향후 정치적인 확장성을 꾀한다는 면에서도 부산 출마는 도움이 될 수 있다. 현재 안 전 공동대표의 지역구(서울 노원병)가 정의당 노회찬 전 의원의 지역구였던 만큼 그에게 지역구를 양보하는 모양새를 갖춤으로서 이를 토대로 차기 총선과 대선에서 정의당 등 진보세력과의 연대를 꾀할 가능성이 생길 여지도 적지 않다.

안 전 대표의 이미지 제고 면에서도 생각해 볼 만하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은 1995년 부산시장 선거에 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했다 떨어지고 3년 뒤 서울 종로구 보궐선거에서 당선됐다. 그러다 2000년 총선때는 다시 부산에 도전했다. 손쉬운 길을 마다하고 야권 불모지에 도전해 낙선했지만 훗날 이같은 정치경력은 대통령 당선에 큰 자산이 됐다.

하지만 이는 모두 당선됐을 때 이같은 소득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낙선한다면 이같은 시나리오는 모두 사라진다. 나아가 정계 은퇴를 선언한 손학규 전 상임고문의 길을 따라야 할지도 모른다. 특히 야권에 비우호적인 PK 바닥 민심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실제 19대 총선 당시 문 대표가 당선됐을 때 그는 야권의 대선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됐었다. 그런데도 새누리당 후보로 나섰던 정치 신인 손수조 부산 사상구 당협위원장에게 힘겨운 승리를 거뒀다. 때문에 안 전 대표의 부산 출마는 정치 인생을 건 모험일 수 있다.

다소 느닷없는 부산 출마설에 대해 일단 안 전 대표 측은 “잘 모르는 일이다”며 언급 자체를 피하고 있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당선될 경우 엄청난 정치적 메리트가 뒤따르기에 안 전 대표도 내심 바랄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당분간은 추이를 지켜보는 선에서 머무를 것 같다”고 말했다. '당선되면 대박이지만 안되면 쪽박'이란 생각 속에 바닥 민심의 향배를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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