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권한 견제 '절차강화'·특정범죄 사면 제한하는 '요건강화'가 골자

특사 국회 동의·명단 국회 先 통보·재벌총수 사면금지 등 11건 계류 중

[데일리한국 김종민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사면제도 개선 지시에 따라 국회에 계류 중인 사면법 개정안 논의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사면법 개정안은 매 회기마다 수시로 제출해왔지만 대통령의 권한을 제한하는 법안일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적극적 공론화가 이뤄지지 못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부적절한' 두 차례 특사를 계기로 사면 제도 개선 드라이브를 걸었다는 점에서 이번은 분위기가 확실히 다르다. 현재 국회 상임위에는 내용을 달리하는 11건의 사면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는 상태이다. 이 법안들은 크게 분류하면 사면을 위해서는 국회의 동의를 얻도록 의무화해 절차적으로 대통령의 권한을 견제하는 '절차 강화', 특정범죄자나 특권층에 대한 사면을 제한하는 '요건 강화'의 내용을 담고 있다.

우선 문병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개정안은 특사도 일반사면과 마찬가지로 국회의 동의를 얻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같은 당 박영선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사면자 명단을 1주일 전에 국회에 통보, 사면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치도록 했다. 사면심사위 회의록을 3년 후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같은 당 김광진 의원은 현직 대통령의 친족관계 등에 있는 사면자의 경우 사면심사위가 명단·죄명·형기를 공고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정의당 서기호 의원은 법무부 장관 소속인 사면심사위를 대통령 소속으로 격상, 국회·대법원장·대통령이 추천하는 3명을 위원으로 구성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사면 요건을 엄격하게 제한, 대통령이 마음대로 대상자를 고르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들도 잇따랐다.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은 형기의 3분의 1이 경과하지 않거나 벌금·과료를 완납하지 않은 사람 등을 대상에서 제외하는 법안을, 같은 당 강은희 의원은 부정부패사범·선거사범·미성년자 성폭행범에 대해서는 사면을 받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각각 냈다.

이종걸 새정치연합 의원은 대통령 친인척이나 대통령이 임명한 정무직 공무원에 대해, 이언주 의원은 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특정범죄가중처벌법 등을 어긴 자에 대해, 황주홍 의원은 현직 대통령의 임기 중에 형이 선고된 사람에 대해 사면을 못하도록 법 개정을 각각 추진했다.

특히 이런 사면법 개정안은 당시의 국민 정서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추진되는 모습을 보였다. 11건의 개정안 중 9건이 지난 2013년 초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임기 말 여론 비판에도 불구하고 측근들을 사면한 데서 비롯된 이른바 '셀프사면' 논란을 전후에 무더기로 제출됐다. 또 2012년 대선을 앞두고 경제민주화 경쟁이 한창일 당시에는 오제세 새정치연합 의원이 횡령 등을 저지른 재벌총수의 사면을 금지하는 법안을 냈다. 옛 통합진보당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 파문이 불거진 2013년에는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이 국가보안법을 위반하거나 내란음모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 사면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이석기 방지법'을 냈다.

한편 과거 사면법의 손질이 전혀 없었던 것만은 아니다. 지난 2007년에는 사면심사위원회 설치 등의 내용을 담은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대통령이 사면심사위 의견에 반드시 따르도록 한 것이 아니어서 큰 변화를 가져오지 못했다. 2011년과 2012년에도 법 개정이 이뤄졌지만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이번에도 '성완종 파문'을 둘러싼 국민정서가 논의의 방향을 가장 크게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박 대통령이 직접 사면제 개선을 지시했다는 점에서, 지난 2004년 당시 박 대통령이 당 대표로 있던 한나라당 주도한 사면법 개정안도 주목을 받는다. 당시 법안에는 사면 때 대통령이 국회의 '의견'을 구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지만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인 고건 총리가 거부권을 행사해 폐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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