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측근 집 장롱서 A4용지 1박스 분량 확보해 분석 작업

압수수색전 반출된 자료도 추적… 정관계 로비 정황 파악 중

檢, 알려진 비자금 외 다른 회사 자금 횡령 가능성도 열어놔

[데일리한국 김종민 기자] 검찰이 최근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비자금 자료를 확보하고 자금 흐름을 추적해 정관계 로비의 구체적 정황을 파악 중인 것으로 27일 알려졌다. '성완종 리스트'를 수사 중인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최근 압수수색을 통해 성 전 회장이 계열사 대여금으로 조성한 비자금 182억여원의 행방이 담긴 자료를 확보, 이에 대한 정밀 분석에 들어갔다. 분석 결과에 따라 성 전 회장이 정치권에 로비를 벌인 정황이나 직접적 증거가 나올지 주목된다.

수사팀은 먼저 성 전 회장 측근의 자택 장롱 속에 숨겨져 있던 비자금 관련 자료인 A4용지 한 박스 분량을 확보해 분석 작업을 벌이고 있다. 검찰이 앞서 성 전 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적시한 횡령액은 245억원이다. 이 가운데 182억원은 대아건설·대아레저산업·대원건설산업 등 계열사 3곳에서 끌어쓴 대여금이다.

앞서 자원외교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임관혁)는 성 전 회장의 대여금 182억여원 중 5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자금의 사용처를 모두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이 경남기업에서 빌린 것으로 회계처리한 대여금 182억여원을 시중은행에 개설한 본인 명의 계좌로 이체한 후 개인 채무변제나 변호사 수임료, 주식투자 등에 쓴 것으로 확인하고 자금 추적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특별수사팀은 "자금 흐름은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완전히 새로운 데이터가 될 수 있다"면서 자금 흐름을 처음부터 다시 들여다 보고 있다. 특히 대아건설·대원건설산업에서 공사현장 운영비로 사용하는 전도금 명목으로 빼돌린 32억원은 현금으로 인출돼 회계처리되지 않은 만큼 정치권에 '검은돈'으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특별수사팀은 32억원의 전도금의 행방과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기록된 금액은 모두 16억원과의 상관 관계를 찾기 위해 추가 증거와 관계자 진술 등 단서를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밖에 성 전 회장이 또 다른 회사 자금을 횡령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이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또 검찰은 지난달 18일 경남기업에 대한 첫 압수수색 직전에 성 전 회장 집무실에 놓여있던 A4용지 반 박스 분량의 자료가 은닉된 단서를 잡고 이 자료의 행방을 쫓고 있다. 검찰은 최근 조사한 성 전 회장의 비서로부터 "상부의 지시를 받고 자료를 회사 지하창고로 옮겨놨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성 전 회장 측근들이 이 자료의 일부를 외부에 감춰뒀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검찰은 이날 성 전 회장의 측근인 경남기업 홍보부서 정모 부장을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를 벌였다. 특별수사팀 관계자는 "성 전 회장의 메모('성완종 리스트') 속 의혹과 경남기업 측의 증거인멸 혐의 모두 조사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정씨는 성 전 회장이 19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2012∼2014년 보좌관을 지냈다. 당시 성 전 회장의 수행비서 이용기(43·구속)씨도 함께 비서진으로 활동했다. 지난해 6월 성 전 회장이 선거법 위반 혐의가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하자 경남기업 홍보팀으로 옮겼다. 이씨처럼 성 전 회장을 가까이에서 보좌했던 측근 그룹으로 분류된다. 특별수사팀은 정씨가 이씨와 박준호 전 경남기업 상무 등 이미 구속된 성 전 회장의 측근 2명과 함께 지난달 경남기업에서 비자금 관련 자료 등 증거물을 빼돌리는 데 관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정씨도 성 전 회장의 메모 속에 기재된 금품제공 의혹을 둘러싼 사실관계를 알고 있을 만한 인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정씨를 상대로 지난달 경남기업에서 벌어진 증거 인멸에 가담했는지를 추궁하는 한편 메모 속 의혹 관련 사항도 조사하고 있다. 특별수사팀은 이 같은 기초 조사를 금명간 마무리하고 이번 주 안에 '성완종 리스트' 속 정치인들의 주변 인물을 소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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