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청관계 주도하며 사건 초기부터 선제적 대응으로 정면돌파 시도

이완구 홍준표 등 여권 잠재적 경쟁자들 타격… 대권가도엔 호재로

검찰 수사 야당까지 확대 땐 여야 막론하고 정국 주도권 쥘 가능성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데일리한국 김종민 기자]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정국을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오히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입지는 더욱 탄탄해지고 있다. 성완종 파문이라는 초악재를 수습할 실마리를 찾는 과정에서 '해결사'로서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준 것이다.

김 대표는 사건 초기부터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정면돌파를 시도했다. 김 대표는 지난 12일 일요일임에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를 촉구하며 선제적으로 특별검사 도입을 촉구했다. 더 나아가 "나부터 대선자금 수사를 받겠다"면서 야당을 역으로 압박하며 여권에 미치는 파장을 최소화했다.

특히 지난 16일에는 박근혜 대통령과의 독대 회동은 당청관계에 있어 김 대표의 높아진 위상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박 대통령은 중남미 순방 출국에 앞서 일정까지 미뤄가며 김 대표를 청와대로 긴급히 부른 것에 대해 일각에선 지난 2년간 청와대가 주도했던 당청 관계가 확실히 변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김 대표는 이완구 총리에 대한 사퇴론이 야당은 물론 당 내부에서조차 불거지자 거듭 "대통령 귀국 때까지만이라도 기다려 달라"며 박 대통령이 순방 이후에 이 총리에 대한 거취를 결정하겠다는 입장과 뜻을 같이 했다. 하지만 이 총리의 거짓 해명이 논란을 증폭시키고, 특히 성 전 회장과 교분이 두텁지 않았다는 해명과 달리 200여차례 통화한 기록이 검찰에서 흘러나온 것이 이 총리 거취문제를 조기에 매듭짓는 결정타가 된 것으로 보인다. 결국 김 대표도 이때부터 이 총리에 대한 방어막을 더이상 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고, 여권의 무게추도 박 대통령 귀국 전 총리 사퇴로 쏠리기 시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이번 상황을 관리하고 풀어가는 과정에서도 청와대보다는 여당이 앞장서 끌고 가는 모양새가 연출됐다. 청와대는 막판까지도 대통령이 귀국한 이후 이 총리 거취 문제를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여당 기류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수용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 수록 거론된 인물이 대부분 친박 핵심 인물들이기 때문에 이번 사태가 완전히 진정될 때까지는 국정 운영 과정에서 김 대표의 정치적 비중이 커질 수 밖에 없는 구도라는 관측도 나온다. 아울러 성 전 회장의 사면과 관련해 야당 의원들에게 까지 수사가 확대된다면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뿐 아니라 여야를 막론하며 정국의 주도권을 쥐게 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때문에 지금도 여권내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입지도 탄탄해지는 모양새다. 지난주 성완종 리스트 파문과 세월호 1주기 후폭풍 속에서도 새누리당 지지율은 중도 및 중도 보수층의 결집으로 하락세를 멈추며 소폭 반등했다. 리얼미터의 지난 13~17일 조사에서 새누리당은 전주 대비 1.5%포인트 반등한 35.5%를 기록하며 30대 중반을 회복했다. 여기엔 김 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지도부의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적극적 대처 요구와 대통령과의 독대가 큰 영향을 미쳤다.

아울러 김 대표는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도 비록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새누리당의 텃밭인 대구·경북과 강원, 50대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 27.9%의 지지율을 차지한 문 대표에 비해 김 대표의 지지율은 13.2%로 절반 수준이지만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가 없다시피한 여권 내에서 1위자리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리얼미터 측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한 주 만에 박원순 서울시장을 밀어내고 2위 자리를 회복했다"며 "이완구 총리와 홍준표 지사 지지층을 흡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이번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여권의 잠재적 대선 경쟁자들이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성완종 리스트의 직격탄을 맞은 이완구 총리는 4위에서 10위로 여섯 계단이나 떨어졌고, 상승세를 달리던 홍준표 경남지사도 6위에서 7위로 한계단 내려오게 됐다. 대권 경쟁만 따져보면 김 대표에겐 오히려 이번 파문이 득이 된게 아니냐라는 얘기도 들린다.

김 대표는 4·29 재보선을 앞두고 전열을 재정비하는 모습이다. '성완종 파문'으로 재보선 전패 위기감까지 나돌기도 했지만 박근혜 대통령 귀국 전에 이 총리가 전격 사의를 밝히면서 여론의 흐름의 반전을 꾀하며 막판 유세에 총력인 모습이다. 다만 김 대표는 이 총리의 사퇴가 4·29 재보선 판세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이 총리가) 공인으로서 우리 국가를 위해서 그런 어려운 결단을 내려준 것에 대해 높은 평가가 나오리라 생각한다"면서도 "선거와 연결시키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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