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론분열로 경제살리기 발목 잡지 않도록 업무에 임해 달라" 강조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이날 박 대통령은 내각과 비서실을 향해 "이 일로 국정이 흔들리지 않고, 국론 분열로 경제살리기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철저히 업무에 임해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각을 통할하는 총리가 사의 표명으로 제 역할을 할 수 없는 '식물 상태'에 빠진 만큼 27일 중남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할 때까지 국정과 민생을 잘 챙겨달라고 주문한 것이다. 이날 열린 국무회의를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주재한 것도 박 대통령의 이러한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을 향해서 박 대통령은 "정치 개혁 차원에서 확실히 수사해 모든 것을 명백히 밝혀내 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성역 없는 수사를 진행해 모든 의혹을 말끔히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확인한 것이다. 여야 정치권에는 "지금 경제살리기가 무엇보다 시급한 만큼 국회에서도 민생 법안 처리에 협조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성완종 파문' 공세에 나선 야당과 '이 총리 파문'으로 흔들리는 여당에 정치공방보다 공무원연금개혁 등 각종 개혁과제와 민생문제를 우선해달라는 메시지를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박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이 총리 사퇴에 화력을 집중했던 야당의 공세를 일단 끊고, 검찰 수사를 지켜보자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울러 '성완종 메모'에 거명된 이병기 비서실장과 김기춘·허태열 전 비서실장 등으로 타깃을 옮기려는 야당의 정치공세를 막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이날 내놓은 당부 사항은 사실상 이 총리의 사의수용을 전제로 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귀국 이후 박 대통령이 사의를 수용하는 절차를 밟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 16일 출국 직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만났을 때만 해도 이 총리 거취 문제에 대해 "다녀와서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여론의 추이와 검찰 수사 상황을 지켜본 뒤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는 뉘앙스였다. 하지만 이 총리의 의혹이 점차 커지고 야당의 해임건의안 공세와 여당 내 사퇴불가피론이 거세지면서 이 총리가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박 대통령도 엄중한 현실을 받아들인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