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중앙·동아, "위헌성·모호함 알면서도… 무책임 정치, 입법권 남용" 비판

한겨레·경향, 일부 문제점 지적하면서도 "청탁·접대 문화에 혁명적 변화 기대"

[데일리한국 김종민 기자] 여야가 3일 국회 본회의에서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수수 금지법)을 통과시킨 것에 대해 보수 언론과 진보 언론 간 논조의 차이는 뚜렷했다. 보수 언론과 진보 언론은 김영란법의 긍정적 측면과 문제점을 모두 거론했지만 어느 쪽에 방점을 찍었느냐 하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등 보수 성향 신문은 위헌 소지가 다분한 '과잉 입법'이자 내년 총선을 의식한 '졸속 입법'이라고 비판했다. 세 신문은 모두 1면 톱 기사 제목에 '위헌 소지' 또는 '위헌 요소'란 표현을 넣었다. 반면 한겨레, 경향신문 등 진보 성향 신문들은 위헌 소지가 일부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큰 틀에서는 '부패 청산 첫발' '사회 대변화 예고' 란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접근했다.

조선일보는 '위헌 요소 알면서 통과시킨 김영란법'이라는 제목의 4일자 1면 기사에서 "공직자, 언론인, 사립학교 교원과 그 가족 등 300만명 이상을 적용 대상으로 하는 중요 법안의 위헌성이나 모호함, 그리고 이에 따른 사회적 혼란을 알면서도 '일단 통과시키고 보자'는 것은 '무책임 정치'라는 비판이 제기됐다"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조선은 '변질된 김영란법을 위헌이라면서도 통과시킨 여야'라는 제목의 사설에서도 "위선적인 국회의원들에 의해 졸속으로 처리됐다"고 비판했다. 특히 사설은 "김영란법의 적용을 받는 가족의 범위를 배우자로 한정했고, 이 법의 적용 시기를 이번 국회 임기(내년 5월)가 끝나는 1년 6개월 뒤로 미뤘다"며 "다른 위헌·위법 조항은 그대로 둔 채 여야가 이 부분에만 유독 의기투합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의원 자신들에게 미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며 "공직 부패 척결이라는 대의 때문에 국민적 지지를 받았던 김영란법을 여야가 훼손한 꼴이 됐다"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위헌소지 알고도 그냥 가자는 국회'라는 1면 분석 기사에서 위헌 소지와 법적 안정성 문제를 지적하며 "국회는 '국민의 뜻에 따랐다'며 밀어붙였지만 혼란과 혼선은 '국민의 몫'으로 남겨졌다"며 "비겁한 정치가 낳은 비극"이라고 비판했다. 2면 해설 기사에선 "공직자 부정부패 척결로 시작된 김영란법은 민간 영역이 포함되면서 세계에서 유례 없는 포괄 대상 법안이라는 평가를 받게 됐다"면서 헌법소원 방법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국회 기능 스스로 포기한 김영란법 통과'라는 제목의 사설에선 "이성과 법치 대신 포퓰리즘에 휘둘린 국회가 날림으로 입법하는 바람에 법적 타당성도 실효성도 희박한 기형적 법안이 됐다"며 "여야는 이제라도 과잉 입법과 위헌 우려가 큰 조항들을 수정하고 접대 범위도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적용 대상을 공직자에 한정하고, 정치인 예외 조항을 삭제해 진정한 '공직 반부패법'으로 바로잡아야 본래의 취지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아일보는 1면 '위헌 소지에도… 입법권 남용한 국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민심의 역풍을 우려한 나머지 법 적용 대상과 범위에 대한 위헌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에서 조급하게 법안을 처리하면서 입법권을 남용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어린이집 CCTV 막고 김영란법 물타기 한, 간 큰 국회'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여야는 이 법안(유아보호법 일부 개정안)을 부결시킴으로써 전국의 부모들을 기망했다"고 지적하면서 동시에 김영란법에 대해 "사립학교·학교법인 이사장과 교직원, 언론사 임직원까지 '물타기'하듯 끼워 넣어 위헌 소지가 다분한 법을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사설은 "선출직 공직자와 정당이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민원은 부정 청탁 범위에서 제외함으로써 자신들이 빠져나갈 구멍까지 곳곳에 만들어 놓았다"며 "벌써부터 내년 선거를 의식하고 국민 앞에선 부정부패에 단호한 척하면서도 자신들만의 기득권을 챙겨두는 데는 여야가 따로 없는 모양"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한겨레는 '부패 청산, 길은 멀어도 첫발은 뗐다'라는 제목의 1면 기사와 '부패 없는 사회를 향한 이정표 김영란법'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이번 법안 통과를 환영하면서 기대감을 표시했다. 한겨레는 "그동안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이뤄진 골프 접대나 식사, 술자리 등 각종 청탁과 접대 문화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이뿐만 아니라 접대 문화와 인맥 관리 등 기존의 관행에도 혁명적 변화가 예상된다"며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의 환영 목소리를 전했다. 사설에서는 "법의 적용 대상이 공직자를 넘어 언론사 임직원과 사립학교 교원으로까지 넓어진 것도, 공직 외에 언론과 학교 역시 '맑은 물'이 아니라는 국민의 시각이 반영된 때문일 것"이라며 "부당함을 따지기에 앞서 왜 이런 입법에까지 이르게 됐는지 성찰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그러나 '찬성 여론 의식, 문제점 있지만 일단 통과시키고 보자'(6면) '양심의 자유·과잉입법 금지·형평성 위배 소지' (4면) 등의 해설 기사를 통해 이번에 통과된 김영란법의 문제점도 함께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한국 사회의 부정부패 사슬 끊어낼 김영란법'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원안에서 일부 후퇴된 부분이 있지만, 직무 관련성 여부와 상관 없이 금품 수수를 금지한 취지가 관철됨으로써 강력한 반부패법의 정신을 살리게 됐다"며 "당장에 관행적으로 이뤄져온 각종 청탁과 접대 문화에 혁명적 변화가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과잉 입법 논란에 대해서도 "수십년 전부터 시행 중인 선진국들의 반부패법에 비하면 외려 널널한 편"이라면서 "국가청렴도를 높여 '투명 사회'를 이루려면 일시적 부작용을 감수하고라도 일상화한 부정의 사슬을 끊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김영란법에 전 세계의 보편적 공직윤리규범인 이해충돌 방지는 빠졌다"며 "여야는 이해충돌 방지 부분의 별도 입법도 서둘러 반부패법으로서 '김영란법'이 온전체로 시행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경향신문도 1면 기사에서 김영란법에 대해 '반부패와 수사 악용 양날의 칼'이라고 평가하면서 위헌 소지와 언론자유 침해 우려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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