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대북인권 결의안·소니 해킹 배후 지목 등으로 운신 폭 좁아 부담 많은 상황

5·24 해제나 조건 없는 6자회담 복귀 등 한미 대북정책 변화 꾀하려 '말폭탄'

천안함 폭침·디도스·장거리 핵실험 같은 고강도 시위 가능성은 비교적 낮아

전옥현 서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데일리한국 김종민 기자] 북한은 4일에도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며 군사적 대응을 하겠다고 위협했다. 노동신문은 이날 '도발자들을 가차없이 징벌할 것이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내외 호전광들이 이 땅에서 전쟁의 불집을 터뜨린다면 도발의 본거지들을 재가루만 날리는 황량한 폐허로, 처참한 무덤으로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문은 "북침전쟁 연습 감행은 화약고 옆에서 불장난 하는 것과 같은 위험천만한 모험"이라며 이는 북남 대화와 관계 개선의 분위기를 파괴하고 동족 대결을 극도로 격화시키는 '반통일적 죄악'이라고 비방했다. 신문은 또 '침략자들에게는 안식처가 없다'는 글에서도 "우리 자주권이 행사되는 모든 곳에 단 한발의 도발 불찌(불티)라도 튕긴다면 즉시 맞받아 타격한다는 입장"이라고 강력 대응 입장을 재확인했다.

북한은 지난해 대북인권 결의안이 유엔인권이사회와 총회를 통과함에 따라 국제사회의 관심과 압박을 받고 있다. 또 5월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가능성도 아직 열려 있는 상황이어서 예년에 비해 운신의 폭이 좁아 실제 무력으로 도발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아울러 소니 픽처스 해킹 사건의 배후에 북한이 있다고 미국 연방수사국(FBI) 등이 공식 발표함에 따라 디도스 등 사이버 공격을 감행하기도 부담스러운 실정이다.

다만 내부 체제 결속 차원에서라도 북한이 미국의 강한 반발을 일으키지 않을 수준의 도발을 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리수용 북한 외무상은 지난 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군축회의 기조연설에서 "북한은 필요하다면 미국을 선제 타격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엄포를 놓기도 했다. 또 조만간 살포될 것으로 알려진 민간단체의 대북전단에 대해서도 '미사일 대응'을 언급하며 무력 수위 발언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앞으로 한·미 군사훈련 강도에 따라 추가적인 단거리미사일 발사뿐 아니라 북방한계선(NLL) 침범이나 비무장지대(DMZ) 무력 증강 같은 다양한 방식의 무력시위를 벌일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2010년 천안함 폭침과 2011년, 2013년 디도스 공격 등 키리졸브(KR)와 독수리 연습 기간에 무력 위협 엄포로 그치지 않고 실제적 도발을 해왔다. 지난해 키리졸브 연습 직후 동해상으로 노동미사일을 발사했으며 올해도 스커드 미사일로 추정되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데 이어 중거리인 노동미사일을 발사할 태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우리 군이 이에 대해 예의주시하며 즉각 대응 태세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통일미래한국연구원장인 전옥현 서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전 국가정보원 제1차장)는 "북한은 실제적 군사 위협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연일 말폭탄의 수위를 최대한 높이고 있다"며 "이는 한반도 긴장의 책임이 미국의 한미 연합훈련에 있다는 점을 각인시키면서 추후 무력 시위가 발생했을 때 실제적 도발의 책임을 미국에 덧씌우기 위한 행위"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전 교수는 이같은 북한의 도발 위협에 대해 "한미의 대북정책 변화를 꾀하려는 의도에 따른 것"이라며 "5·24 조치의 해제나 6자회담의 조건 없는 복귀를 요구하며 긴장감을 높이는 전략"이라고 봤다.

노동미사일 발사나 추가 핵실험 가능성에 대해 전 교수는 "김정은 제1위원장이 집권한 지 3년밖에 안되는 상황에서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는 신호탄을 쏘지는 않을 것"이라며 "징후만 보일뿐 실행 버튼을 누르기엔 시기적으로 이르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전 교수는 "다만 추가적인 유엔 제재를 피하는 수준으로 국제사회와 연관된 도발이 아닌 남북 간 군사 갈등, 즉 NLL, DMZ에서의 중·저강도 시위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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