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 판세 혼전에 따라 후보간 합종연횡 주요 변수

이목희 오영식 등 문재인에, 주승용 등 박지원에 구애

박지원(왼쪽부터),문재인,이인영 의원. 데일리한국DB
[데일리한국 조옥희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의 차기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전당대회(2월 8일)를 앞두고 당권 주자들과 최고위원 후보들 간의 '짝짓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당대회 판세가 예측하기 힘든 혼전 국면으로 흐르고 있는 탓에 계파와 지역 등에 따른 기반 다지기에 더해 선거인단의 전략적인 투표 행사가 후보들의 당락을 가를 주요 변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전대 선거인단은 당 대표 선거에서 1인 1표, 최고위원 선거에서 1인 2표를 행사할 수 있다. 당 대표 선거의 경우 문재인 박지원 이인영 후보가 치열한 대결을 펼치는 과정에서 계파와 지역에 따른 표가 행사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고위원 선거의 경우 계파·지역 중심이라는 일종의 고정표인 1표를 행사한 후 남은 두번째 표의 향방이 승부를 가르는 최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에 당 대표 후보들과 최고위원 후보들이 서로 어떤 관계를 맺고 지지표 확보에 나서느냐에 따라 당권의 명운이 달려있다는 말이 나온다. 특히 ‘합격선’에 걸려있는 것으로 알려진 후보들이 적극적으로 파트너 구하기에 공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근태계로 분류되는 이목희 최고위원 후보는 레이스 후반 들어 확실히 문재인 후보 쪽에 선 양상이다. 이 후보는 지난 22일 충북 합동연설회에서 연일 "꿩도 먹고 알도 먹는다"는 표현으로 문 후보를 공격하는 박지원 후보의 태도를 정면 비판했다. 이 후보는 "제가 보기엔 (문 후보는) 그냥 밥을 먹는다"면서 박 후보에게 "더는 당권·대권 분리론을 거론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실제로 이 후보 측은 최근 문 후보 측에 연대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최근 선두권에서 밀렸다는 얘기가 도는 오영식 후보의 행보도 눈길을 끈다. 오 후보는 '네거티브를 중단하라'는 특별성명을 냈는데, 이를 두고 문 후보에게 손을 내민 것이란 해석이 뒤따랐다. 선두권으로 분류되는 정청래 최고위원 후보는 "전략적 연대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은 상태다. 일단 합격선에 안정적으로 들어선 만큼 성급하게 ‘짝짓기’에 나설 이유가 없다는 계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성향상 문 후보와 지지층이 겹친다는 분석과 맞물려 '판세'가 어려워지면 문 후보와의 연대를 모색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비노 진영의 주승용·문병호 후보는 '계파 프레임'과 출신 지역 때문에 박지원 후보와의 연대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돼왔다. 실제 주 후보는 최근 당이 총선 후보 경선에서 국민 참여 비율을 현행 50%에서 70%로 확대하는 안을 검토하자 "특정 계파에만 유리한 방식"이라고 비판하면서 친노계를 겨냥해 날을 세우기도 했다.

파트너십을 꺼리는 후보들도 있다. 원내대표를 지내 대중 인지도가 가장 높은 전병헌 후보는 모든 당권주자와 적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등거리' 원칙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자칫 특정 후보 지지를 표명했다가 탄탄한 고정표가 이탈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작동했다는 해석이다. 유일한 여성 후보인 유승희 후보와 현직 구청장인 박우섭 후보도 같은 김근태계인 이인영 후보와의 연대에 적극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 후보의 경우 "2표 중 1표는 여성에게"라는 읍소 전략이 현장에서 먹히고 있기 때문이고, 박 후보는 지도부에 지방의 교두보를 세우려는 자치단체장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기 때문이다.

후보 개인 간 연대뿐 아니라 세력 간 연대가 이뤄질지도 관심거리다. 특히 계파 대표 차원의 당 대표 후보를 내지 못한 비노 쪽의 동향은 초미의 관심사다. 최고위원 선거에만 2명의 후보자를 낸 비노가 당권주자 3인 중 비노 쪽에 가까운 주자를 민다면 비노측에 유리한 전대 구도가 조성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비노 모임인 '민주당의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의 한 의원은 "계파 갈등을 끝내고 당을 제대로 혁신할 후보를 골라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집모는 금주에 모임을 갖고 전대와 관련한 입장을 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후보들 간 합종연횡 움직임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우려의 시각도 만만치 않다. 당의 한 관계자는 "전대 막바지에는 노골적인 연대 움직임이 나타날 것으로 보이지만 이 같은 행위는 당심과 민심의 자연스런 표출을 막기 때문에 오히려 반대 진영에 표가 몰리는 등의 역풍을 몰고 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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