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의원, "유 의원은 아끼는 후배이지만 경험에선 내가 앞설 것" 주장

새누리당 이주영(왼쪽) 의원과 유승민 의원. (사진=데일리한국DB)
[데일리한국 조옥희 기자] 이완구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새 총리 후보자로 전격 지명되면서 여당 원내대표 경선의 막이 올랐다. 공석인 원내대표직 자리를 노리는 잠재 후보군 중 가장 먼저 출사표를 던진 인사는 해양수산부장관을 지내다가 최근 당으로 복귀한 이주영 의원(창원 마산합포, 4선)이다. 이 의원은 25일 “쓴소리보다 더 강한 옳은 소리를 하겠다”며 차기 원내대표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은 지난해부터 차기 원내대표 도전을 위해 물밑 작업을 벌여온 유승민 의원(대구 동을, 3선)과 이 의원의 양강 구도로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다. 유 의원은 내주 초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출마 회견을 갖고 "많은 분이 당의 미래를 걱정하고 나라에 위기가 닥치지 않을까 우려한다"면서 "쓴소리보다 더 강하게 국민과 나라를 위한 옳은 소리를 내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당내에 불필요한 잡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원내대표로서 소통과 화합의 아이콘이 되겠다"면서 "혁신의 아이콘 김무성 대표와 똘똘 뭉쳐 여권의 결속으로 박근혜정부를 성공시키고 내년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자신이 원내대표로서 가장 필요한 유연성을 갖췄다면서 "나는 초·재선 의원 시절 서슬 퍼렇던 DJ(김대중 전 대통령)·노무현 정권의 부정부패를 파헤친 최고의 저격수였고 두 차례 정책위의장과 대선기획단장을 역임하며 총선과 두 차례 대선 승리를 이끈 정책 변화의 주도자"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세월호 참사 이후 끝까지 팽목항을 지키며 유가족을 위로하며 당 안팎의 지지를 얻은 점도 강점으로 내세웠다. 그는 “우리는 몸을 낮추고 마음을 열어 변해야 한다"면서 "진정한 변화는 자기 희생에서부터 비롯된다는 것을 현장에서 체득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판사 출신으로 경남 창원 마산 합포에서만 4선을 한 이 의원은 지난달 24일 해양수산부 장관직에서 물러나 당에 복귀했다. 그는 지난 2011년 원내대표 경선 이후 네 번째 원내대표직에 도전하게 됐다. 그는 지난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때는 중립을 선언했으나, 이명박 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에는 '범친이'(범친이명박계)로 분류돼왔다. 그러다 지난해 3월 초 해양수산부 장관에 전격 임명된 데 이어 세월호 참사 국면에서 대응을 잘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박근혜 대통령의 신임을 얻었고 이후 '신박'(새로운 친박근혜)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 의원은 자신이 '신박' 또는 '범친박' 등으로 분류되는데 대해 "나를 오리지널(원조) 친박으로는 안 보는 것 아니냐"면서 "오히려 유승민 의원이 사실 친박이라면 친박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력 경쟁자로 꼽히는 유 의원에 대해 "내가 아주 좋아하는 후배이지만 나름대로 내가 선배니까 경험 측면에서 조금 앞서지 않겠느냐"고 평가했다. 부산 출신인 김무성 대표와 '투톱'으로 짝을 이루면 지도부가 PK(부산·경남) 일색이 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도 "지역 안배가 중요하나 때에 따라서는 당에서의 역할론이 더 소중하게 필요한 시기도 있다"고 일축했다.

당내에서는 일단 이 의원의 우위를 점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 의원이 원내대표직 4수라는 안타까운 여론이 당 기저에 깔려있는데다, 이완구 전 원내대표가 당을 떠난 상황에서 친박계와 청와대와의 소통에 적절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의원이 유 의원보다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 의원의 우세를 관측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유 의원이 김 대표를 비롯한 비박 진영의 높은 지지를 얻고 있고, 청와대와 친박계에 직언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원내대표의 러닝메이트로 출마하는 정책위의장 후보로 누가 나설지도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어떤 짝과 함께 출마하느냐에 따라 지역과 계파별로 표가 이합집산하기 때문이다. 일단 친박 주류의 지원을 기대하는 4선의 이 의원과 '원조 친박'을 자임하며 비박 비주류의 지지를 기대하는 3선의 유 의원은 각각 부산·경남(PK)과 대구·경북(TK)이 지역구인 만큼 수도권 3선을 중심으로 러닝메이트를 물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새누리당의 유일한 여성 3선인 나경원 의원이 이 의원으로부터 이미 출마를 제안받았지만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의원측에서도 나 의원을 포함해 한선교 의원 등 수도권 3선을 러닝메이트로 두루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이들 양강 외에도 친박계 핵심인 홍문종 의원(3선)이 원내대표 도전을 고려하고 있다. 수도권의 4선인 원유철, 정병국 의원 등도 출마 여부를 놓고 장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은 원내대표가 궐위할 경우 7일 이내에 선거를 실시하도록 되어 있는 당규에 따라 오는 30일쯤 차기 원내대표 경선을 치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무성 대표는 26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원내대표 선거일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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