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조옥희 기자] 헌법재판소가 19일 통합진보당을 해산한 근거는 목적과 활동 모두 반국가단체인 북한의 대남혁명전략에 충실한 조직이라고 판단한 데 있다. 종북세력이 당을 장악하고 북한의 대남혁명론을 남한에서 실현할 만한 강령을 만든 뒤 구체적 행동을 통해 '북한식 사회주의'로 이행을 추구했다는 결론이다.

헌재는 우선 통진당에 '진보적 민주주의'를 핵심 강령으로 도입한 이른바 민족해방(NL) 계열, 즉 자주파 인사들이 북한 추종세력이라는 데 주목했다. 주도 세력의 인적 구성과 실제 활동을 통해 파악해보니 '북한식 사회주의 실현'이 통진당의 최종 목적이라는 것이다.

헌재는 경기동부연합·광주전남연합 등이 주축이 된 자주파 주도 세력이 당직자 결정 등에서 당을 주도했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또 과거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이나 실천연대·일심회 등에서 활동하며 북한 주체사상을 추종하고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는 한편 남한 정부는 무리하게 비판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옛 민주노동당 시절의 '사회주의' 강령을 '진보적 민주주의'로 대체한 세력은 민족해방 계열이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한 법무부는 '진보적 민주주의'라는 용어가 김일성의 1945년 강연에서 비롯된 북한 건국이념이고 통진당이 이를 계승했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민족해방 계열의 역사 인식이 북한의 대남혁명론에 뿌리를 둔다고 판단했다. 남한사회를 천민자본주의 또는 식민지 반자본주의, 특권적 지배계급이 민중을 수탈하는 불평등사회로 보고 민족해방·민중민주 혁명을 통해 현 체제를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이는 미제 축출-계급 해방 혁명으로 이어지는 북한의 대남혁명전략, 즉 민족해방 민중민주주의혁명론(NLPDR)과 사실상 동일하다는 게 공안당국의 입장이었다. 헌재는 이런 주장을 받아들였고 '진보적 민주주의'는 혁명 과정에서 사회주의 체제로 안정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과도기 체제라고 판단했다.

통진당이 '진보적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전민항쟁이나 저항권 등 폭력을 동원할 수 있다고 본 점도 판단 근거로 삼았다. 헌재는 "모든 폭력적·자의적 지배를 배제하는 민주적 기본질서에 정면으로 저촉된다"고 말했다. 헌재는 이런 목적을 위한 통진당의 활동 역시 폭력적·비민주적이어서 우리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와 근본적으로 충돌한다고 봤다.

이는 이석기 의원이 주도한 이른바 'RO'로 여실히 드러났다는 게 헌재의 설명이다. 'RO'는 이 의원 등의 내란음모 사건 수사와 재판에서 전쟁 국면이라는 정세 판단 아래 국가 기간시설 파괴, 무기 제조·탈취, 통신교란 등 갖은 폭력적 수단을 실행하기 위한 모임으로 이미 규정됐다.

헌재는 내란음모 회합이 곧 통진당의 활동으로 귀속된다고 판단했다. 회합 참석자의 당내 지위와 역할, 통진당이 당 차원에서 'RO'를 옹호한 점을 고려했다. "통진당은 경기동부연합을 중심으로 한 'RO'와 그 비호·묵인세력으로 구성됐다"는 법무부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 셈이다.

헌재는 내란음모 회합을 특별히 언급하면서 "구성원들이 북한에 동조해 대한민국의 존립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한 것은 통진당의 진정한 목적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도 했다.

재판관들은 통진당의 목적과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판단한 다음 이들의 위험성을 시급히 제거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들어 해산을 결정했다. 북한과 대치 중인 남한의 특수한 상황도 고려됐다. 헌재는 개인에 대한 형사 처벌만으로는 정당 자체의 위헌성이 없어지지 않고 주도세력이 언제든 위헌적 정책을 내걸어 실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합법 정당을 가장해 정당보조금으로 활동하면서 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하려는 위험성을 제거하려면 정당 해산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고 못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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