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뉴스 화면 캡처
[데일리한국 김종민 기자] 국정개입 의혹 문건 유출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청와대 문건의 유출 경로 전반에 관한 윤곽을 잡았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임관혁)는 박관천 경정이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파견 근무 당시 작성한 문건들을 그가 지난 2월 경찰에 복귀하면서 모두 반출한 것으로 잠정 결론 내렸다. 이후 서울경찰청 정보1분실 한모 경위가 이를 복사했으며, 자살한 최모 경위가 이들을 외부로 유포한 것으로 드러났다.

비선 실세 논란의 당사자인 정윤회씨와 함께 박지만 EG회장까지 주요 관련자 조사를 끝낸 검찰은 조만간 위법 혐의가 있는 박 경정 등에 대한 사법처리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의 전말을 풀어줄 중요한 열쇠였던 청와대 문건이 누구에 의해, 어떤 경로로 유출됐는지가 밝혀졌고, 또 조사 과정에서 문건의 내용이 근거가 없다는 것까지 드러났다. 이에 따라 연말 정국을 강타했던 이번 파문도 점점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검찰 수사 결과가 개운치 못하다는 느낌은 아직 남아있다. 야당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처음부터 검찰이 박 대통령의 '가이드라인'대로 방향을 정해 놓고 '짜맞추기식 수사'를 한 것 아니냐는 의문과 함께 명쾌하게 풀리지 않은 몇 가지의 궁금증과 더불어 새로운 의혹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① 자살한 최 경위, 위험부담에도 언론에 유출한 까닭은
검찰 조사와 최 경위의 유서에 따르면, 박 경정이 청와대에서 유출해 서울경찰청 정보분실에 보관하고 있던 문건은 한 경위를 거쳐 최 경위에게 전달했고, 최 경위는 이를 평소 친분이 있던 세계일보 기자 등 복수의 언론에 유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문건 유출의 경로가 모두 최 경위를 통한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지만, 최 경위가 위험 부담을 안고 왜 그같은 행동을 했는지 '범행 동기'가 명확치 않다. 검찰은 최 경위가 기자들과의 정보 맞교환 차원에서 '출처 세탁'을 거쳐 전달한 것이라고 보고 있지만, 민감한 청와대발(發) 정보임에도 불구하고 구두로 귀띔한 수준이 아니라 문건 자체를 통째로 전달한 부분은 전문가의 행동으로 보긴 어렵다. 정보 분야 베테랑으로서 청와대 문건이 언론에 보도될 경우 일어날 사회적 파장을 몰랐을 리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그의 갑작스런 자살까지 겹치면서 '윗선' 누군가가 최 경위에게 문건 유출을 지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② "억울하다"던 최 경위의 자살… 유서는 어디까지 진실인가
최 경위가 남긴 유서에는 "문건 유출의 주범으로 몰고가 너무 힘들게 됐다"며 누명을 썼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겨있다. 또 "이제라도 우리 회사(경찰 조직)의 명예를 지키고 싶어 이런 결정을 한다"며 경찰 조직을 위해 죽음을 선택한다는 내용도 있다. 하지만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도 현재 밝혀진 유서 내용으로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 어떤 단서나 증언도 남아있지 않다. 이와 함께 유서에는 청와대 민정비수석실의 회유가 있었다는 부분도 암시하고 있다. 또 비록 "정보관으로 활동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접했지만 그 중 진정성 있던 아이들은 세계일보 조 기자와 조선일보 김 기자였다"면서도 "'국정 논란'은 저와 상관 없고 단지 세계일보 조 기자로 인해 이런 힘든 지경에 오게 됐고 조선일보 김 기자는 제가 좋아했던 기자인데 조선일보에서 저를 문건 유출의 주범으로 몰고 가 너무 힘들게 됐다"며 원망 섞인 토로도 있었다. 유족들은 검찰의 무리한 수사로 인해 최 경위가 자살을 선택했다 주장하는 반면 검찰은 강압 행위는 일절 없었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유서와 죽음을 둘러싼 숱한 의혹들을 뒤로 하고 결과적으로 핵심적인 책임은 최 경위 혼자 떠안게 된 것이다.


③ 세계일보는 왜 박지만과 접촉했나… 명쾌하지 않은 해명
세계일보 기자가 지난 5월 12일 박 회장을 만나 문건을 건넨 이유도 명쾌하지 않다. 세계일보 측은 지난 12일자 기사에서 이에 대해 "문서 유출 등 청와대 보안 시스템에 경고음을 울려야 할 필요성 때문"이라고 보도했지만 쉽게 납득하기 힘들다. 박 회장과의 접촉 이후 박 회장이 청와대나 국정원에 유출 경위 규명을 요청했지만 이렇다 할만한 조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후속 대처가 없었던 부분도 세계일보 측이 제시한 '청와대 보안 시스템에 대한 경고'라는 이유의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아울러 박 회장에게 건넨 대통령 친인척의 사생활 이야기가 담긴 '박지만 문건'의 내용은 보도하지 않고 '정윤회와 십상시' 문건만 폭로한 까닭도 의문으로 남는다.


④ JTBC "한 경위 회유 녹취 있다" vs 靑 "그런 사실 없다"
청와대가 문건 유출에 가담한 한모 경위에 대한 회유 사실 여부도 의혹이 번지고 있다. JTBC는 지난 15일 "한 경위가 인터뷰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접촉이 있었고 회유가 있었다고 밝혔다"라고 보도한 바 있지만 청와대는 "그런 사실이 없다"며 부인하고 있다. JTBC는 16일에도 "청와대 민정수석실 파견 경찰관이 한 경위를 회유했다고 증언한 음성파일을 확보하고 있다"고 보도했지만 청와대의 입장은 그대로다. 또 한 경위의 변호를 맡은 최모 변호사는 "한 경위가 JTBC와 인터뷰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며 허위보도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논란은 더 가중되고 있다. 최 변호사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경위가 정신 착란 증세를 보여 정신병원에 입원했다"며 "본인의 진술과 언론에 보도된 내용 중 자신의 주장이 무엇인지 헷갈릴 정도로 상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JTBC는 다시 이 내용을 반박하며 "한 경위가 극단적인 표현까지 써가며 방송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면서 한 경위와 계속 접촉을 하고 있다는 취지의 보도를 이어갔다. 청와대와 JTBC측이 진실게임을 벌이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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