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로 출근하는 등 성소수자 단체 접촉 피해

[데일리한국 이선아 기자]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던 박원순 서울시장이 최근 정상적으로 출근을 하지 못할 정도로 수난을 겪고 있다. 인권 변호사 출신이면서도 정작 '인권 헌장' 제정 문제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당초 서울시는 '세계 인권의 날'일 10일에 맞춰 성소수자 차별 금지 조항이 명시된 서울시민 인권헌장을 발표할 계획이었으나 마지막 단계에서 폐기됨에 따라 성소수자 단체 등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박 시장은 2011년 시장 후보 시절 서울시민 인권헌장 제정, 인권위원회 설치 등을 공약한 바 있다.

시 관계자는 "동성애자 등 성적 소수자 차별 금지 조항의 명문화 문제로 갈등이 불거졌는데 서울시민인권헌장 제정 시민위원회가 표결로 정한 것에 대해선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시는 지난 8월 인권 전문가, 일반 시민 등 180명으로 구성된 시민위원회를 출범시켰고 시민 직접 참여 방식으로 서울시민인권헌장을 만들어 세계 인권의 날인 오는 10일 공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열린 시민위원회 회의에서 180명 중 절반 이상이 불참하거나 도중에 퇴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시는 시민위원회의 만장일치를 요구하며 인권헌장 제정을 거부했다.

시민위원회는 박 시장이 보수·기독교 단체가 해당 문제에 대해 반대하자 박 시장이 부담을 느끼고 말을 바꾼 것이라는 주장이다. 현재 동성애자 단체, 인권단체, 진보단체 등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인권을 강조하던 박 시장이 동성애에 대해 갈지자 행보를 보임에 따라 핵심 지지층인 시민단체 및 진보단체가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은 지난 6일부터 서울시청 1층 로비 동쪽 편을 점거한 채 "극우 기독교 세력 앞에서 박 시장이 성 소수자의 인권 가치를 내동댕이쳤다"며 박 시장의 사과를 요구하는 농성을 벌이고 있다. 지난 6일부터 로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박 시장은 출근도 지하주차장을 통해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 입장에서도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그는 현재 입을 굳게 닫고 가급적 언급을 피하고 있다. 하지만 성소수자 편을 들자니 보수 기독계 등의 반발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고, 지금의 스탠스를 유지하자니 소동이 길어지면서 진보 인권진영에서 계속 불만을 토로할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박 시장은 최근 또다른 항의도 받아야 했다. 박 시장은 지난 8일 시청 집무실에서 세월호 일반인 유가족 요청에 따라 이들과 만남을 가졌는데 여기서 일반인 유가족은 "지난달 말 서울광장의 합동분향소 철거 때 단원고 유가족만 부르고 일반인 유가족에게는 왜 연락을 하지 않았느냐"고 박 시장을 몰아붙였다. 이들 유가족은 "일반인 유가족 중엔 서울시민도 있다"면서 "안산의 (단원고) 유가족만 챙겨 서운하다. 박 시장이 서울시장인지 안산시장인지 모르겠다"고 따졌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은 "그 부분은 미안하게 됐다"면서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머리를 숙이며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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