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시계 찬 최룡해, 러 외무와의 회담 1시간 지각하며 주인행세"

관영매체 통해 "외교관례 어긋나는 행동해 러 경악케 했다" 보도

러 "푸틴, 김정은과 회담 준비돼 있어… 유엔 결의안은 비건설적"

사진=연합뉴스TV 방송화면 캡처
[데일리한국 김종민 기자]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특사로 러시아를 방문 중인 최룡해 노동당 비서가 회담에 1시간 지각하는 등 외교 관례에 어긋나는 행동을 했다고 중국 관영매체가 21일 보도했다. 중국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중앙기관지인 중국청년보 인터넷판은 이날 최 비서가 20일(현지시간) 열린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 외무장관과의 회담에서 "객이 주인 행세를 하는 모양을 연출해 러시아를 경악하게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중국청년망은 "외교 관례로 보면 러시아가 이번 회담의 주최국이기 때문에 라브로프 장관이 먼저 발언을 하는 것이 순서였지만, 손님인 최룡해가 주인이 된 격으로 행동했고 발언권을 빼앗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최 비서가 회담장에 번쩍거리는 금시계를 차고 나왔다는 점도 부각했다. 이같은 중국 관영매체의 보도 행태는 중국과의 관계가 껄끄러워진 북한이 러시아와 관계를 돈독히 해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외교 다변화로 고립을 탈피하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어 이에 대한 중국의 '불편한 속내'가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한편 러시아 측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최 비서와의 면담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러시아는 최고위급을 포함한 북한과의 다양한 수준에서의 접촉을, 양측이 합의한 시기에 진행할 준비가 돼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라브로프 장관은 "오늘 회담에서는 지난 18일 푸틴 대통령과 최룡해 특사 간 면담에서 이루어진 원칙적 합의들을 확인했다"면서 "최 특사가 푸틴 대통령에게 전달한 친서에서 김 1위원장은 양국 관계 발전과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 의지를 표시했다"고 친서 내용을 언급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회견에서 유엔 위원회가 북한 인권 문제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넘기도록 권고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한 데 대해선 "비건설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러시아는 결의안 채택에 반대했다"며 인권과 자유 문제를 다루는 유엔 기구가 감찰기관으로 변질돼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라브로프 장관과 최 비서는 이날 모스크바 시내 외무부 영빈관에서 약 1시간 30분 동안 회담했다. 최 비서는 사흘간의 모스크바 방문 일정을 마치고 이날 저녁 극동 하바롭스크로 떠났으며 24일까지 러시아에 머물 예정이다. 앞서 최 비서는 모스크바 방문 첫날인 지난 18일 저녁 크렘린궁에서 푸틴 대통령을 면담하고 김정은의 친서를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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