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중앙·동아 "경제 살리겠다"언급 부각… 초당적 협력 강조
한겨레·경향은 "세월호·남북·전작권 언급 없어" 강하게 비판

[데일리한국 김종민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국회를 찾아 2015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했다. 박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의 기본 방향을 설명하고, 공무원연금 개혁 연내 마무리, 경제활성화 법안의 조속한 처리 등을 당부했다. 취임 첫 해인 지난해 11월18일 첫 시정연설에 이어 두 해 연속 대통령이 직접 시정연설은 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이번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놓고 보수 언론과 진보 언론의 보도 방향은 확연히 갈렸다. 특히 '경제 살리기'를 강조한 연설 내용과 '세월호' 문제를 언급하지 않은 것을 둘러싸고 시각차가 컸다. 보수 성향 신문들은 경제 위기를 절박하게 바라보는 박 대통령의 입장에 공감을 표하며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보도하며 여야의 초당적 협력을 주문했다. 반면 진보 성향 신문들은 이번 시정연설에서 남북갈등, 전시작전권 전환 연기, 세월호 참사를 거론하지 않은 점을 들어 "민감한 현안은 피해 갔다"면서 비판적 시각으로 접근했다.

조선일보는 30일자 1면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 관련 기사를 '재정赤字 늘려서라도 경제 살리겠다'는 연설 내용을 제목으로 뽑으며 '경제'에 초점을 맞춰 보도했다. 조선은 3면 해설 기사에서도 '경제 59번 반복 財政 16번 반복… 나라 경제 절박함 표현'이라는 기사에서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내년도 예산안과 경제 관련 법안을 설명하고 처리를 호소하는 내용으로 연설의 거의 전부를 채웠다"고 평가했다. 이 기사는 '경제', '재정'이라는 단어가 많이 쓰인 이유에 대해 "박 대통령이 내년도 예산안에서 현실화된 '재정 확대'의 불가피성을 길게 설명한 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선은 사설에서도 연설의 내용을 분석하면서 "경제 문제에 관한 대통령의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게 한다"며 "대통령이 이날 국회에서 한 것처럼 절박함을 담아 여야를 설득한다면 경제적 난국도 넘을 수 없는 장벽이 결코 아니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 1면도 '"마지막 골든타임" 경제 59차례 강조'라는 제목으로 대통령 시정연설의 키워드를 '경제'로 꼽았다. 중앙일보는 "A4용지 18장 분량의 연설에서 가장 많이 쓰인 단어는 경제였다"며 "(경제 상황이) 위기라고 진단한 만큼 처방을 말할 땐 비장한 표현들이 등장했다"고 표현했다. 4면 시정연설 분석 기사에서도 "박 대통령은 한국 경제가 위기라고 진단하고 내년도 국정운영의 최우선 목표를 경제활성화에 두겠다고 강조했다"며 "박 대통령은 창조경제를 활성화하고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는 내년도 예산안의 주요 내용을 직접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5면에서 '"20년 전 일본 닮아가는데… 남의 일 보듯 위기 불감증"'이라는 경제 분석 기사를 함께 실으며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 내용을 뒷받침하는 듯한 입장을 취했다. 사설에서도 시정연설 내용을 언급하면서 정치권의 협조, 특히 야당의 초당적 협력을 주문했다.

동아일보 1면은 '대통령은 "경제"… 野는 "개헌"'이라는 제목을 헤드라인으로 뽑았다. 동아는 1,2,3면에 걸쳐 전날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과 여야 지도부 회동 관련 기사를 실었다. 동아는 "박 대통령은 경제 살리기, 새정치연합은 개헌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면서 "국정 목표에 대한 여야의 온도차가 감지됐다" 고 분석했다. 4면 시정연설 관련 분석 기사에서는 조선, 중앙과 유사하게 "박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경제 활성화 및 민생 법안의 처리가 얼마나 시급한지 설명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동아는 개헌 문제도 비중있게 다뤘다. 다만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이날 박 대통령의 움직임과 관련해 다소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동아는 사설을 통해 여야 지도부 회동에서 개헌 문제가 제기됐으나 이를 숨겼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국민을 속이려 한 것은 어이없는 일"이라면서 "국가 운영의 틀을 결정하는 개헌이라는 중대한 문제를 정치권이 이렇게 경솔하게 다뤄도 되는 것인지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사설에서는 1년 전 시정연설에서 밝힌 '방산 비리 척결'을 이번에도 또 언급한 것을 놓고 "대통령은 1년 간 뭘 했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한겨레는 1면에서 '"경제"만 59번… 전작권·세월호 쏙 뺐다'라는 제목으로 날카롭게 비판했다. 한겨레는 이 기사에서 "새누리당 내부에서조차 너무 경제 이야기만 했다는 혹평이 나올 정도였다"면서 "대통령은 큰 구상과 비전을 얘기했어야 했다. 어디에 몇천억원 예산을 쓴다는 자세한 얘기는 장관이 설명하면 되는 것"이라는 여당 관계자의 얘기를 소개했다. 또 한겨레는 "박 대통령과의 만남을 기대하며 국회 본관 입구에 자리를 잡고 기다리던 세월호 유가족들은 경호원에게 둘러싸인 박 대통령이 유가족 쪽으로 눈길도 주지 않은 채 건물 안으로 들어가버리자 극심한 실망감을 나타냈다"며 쓴소리를 했다. 한겨레는 '세월호 유족에게 눈길도 안 준 대통령'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서도 이 문제에 대해 지적했다. 한겨레는 '불안감만 키운 '경제 살리기' 시정연설'이라는 또 다른 사설에는 정부와 가계 빚에 대한 내용이 빠졌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과 처방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은 시정연설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고 혹평했다. 그러면서 "그저 무작정 '경제 살리기'라는 구호만 앞세워 부동산 관련 법안 등 쟁점 법안들을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만 보였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도 '박 대통령 '남북''세월호'는 한마디도 안했다'는 제목의 1면 기사를 통해 "민감한 현안은 피해갔다"고 비판했다. 경향은 또 "그 결과 이어진 여야 지도부와의 회동에서도 현안들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는 못했다"고 깎아내렸다. 경향은 "당면한 국정현안인 세월호 문제, 경색된 남북관계 등 한반도 문제, 전시작전통제권 무기한 연기, 개헌 등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며 공무원연금 개혁안 연내 처리를 강조한 것에 대해서도 "연금 적자를 매년 국가재정으로 충당하는 상황에서 개혁 당위성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이해당사자인 공무원들에 대한 설득 등 사회적 논의 절차가 부족했다는 비판도 있다"고 지적했다. 경향은 시정연설의 내용을 분석한 3면 기사에서도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만 하고 국민이 듣고 싶은 부분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는 야권의 비판을 함께 실었다. 이와 함께 경향은 사설에서 "뜨거운 현안인 개헌 문제 등을 둘러싼 '거짓 브리핑'은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다"며 "말을 바꾸며 허둥지둥한 야당도 한심하지만, 다분히 '대통령 심기'를 고려해 개헌 얘기를 '마사지'한 새누리당 지도부의 초라한 대처가 더 꼴사납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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