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측 "당내 수습이 최우선"

지난해 비대위원장 당시 故노무현 대통령 묘소 참배

친노·강경파로 구성됐다는 비대위 비판 의식한 듯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회는 23일 현충원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하며, 야당 쇄신의 첫 걸음을 내디뎠다. 사진=채널A 화면 캡처.
[데일리한국 이선아 기자] '문희상호'의 첫 외부 공식 일정을 놓고 당내에서 묘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과 비대위원이 23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하며 야당 쇄신의 각오를 다졌지만, 봉화마을의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에는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 위원장은 지난해 1월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출됐을 때 경남 김해 봉하마을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찾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내려가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문 위원장 측은 "당내 수습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내 일각에서는 남다른 속사정이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는다.

현재 정가에서는 새정치연합 비대위가 친노·강경파 중심으로만 짜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때문에 이를 의식한 문 위원장이 봉하마을을 찾지 않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비대위가 특정계파에 치우치지 않은 점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문 위원장은 "나는 의회주의자"라며 "원래 비대위원으로 친노계의 이해찬, 한명숙 전 총리도 불러야 하지만 부르지 않았다"고 주장해 왔다. 또한 비대위 참여 제안을 고사한 김한길, 안철수 전 공동대표에 대해서도 "언제든 문이 열려 있다"고 말하는 등 특정 계파에 치우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이려 애쓰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당내에서는 친노강경파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기 때문에 문 위원장이 이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날 현충원 참배 후 문 위원장은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중 선조에게 올린 장계에 나온 '今臣戰船 尙有十二, 出死力拒戰 則猶可爲也(금신전선 상유십이 출사력거전 즉유가위야)'라는 방명록을 남겼다. "신에게는 아직도 12척의 배가 남아 있습니다. 나가 사력을 다해 싸운다면 무엇이 두렵겠습니까"라는 뜻이다. 당의 위기를 돌파할 카드로 선택돼 두 번씩이나 비대위원장을 맡는 만큼 각오가 남다른 것으로 보인다. 현충탑 참배 후 문 위원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소에 참배하기도 했다. 참배 후 문 위원장은 취재진에게 "김 전 대통령을 뵙기가 너무 부끄러운 상황"이라며 "그분의 리더십과 정치철학이 당이 있게 했다. 새록새록 그립다"고 그리움을 드러냈다. 문 위원장은 평소 "내 정치적 사부는 DJ뿐"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는데, 현재 자리의 어려움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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