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대 안보문제硏 국제학술대회 '한반도 통일과 주변국 이익'
美 "비핵화·인권·동북아 안보 차원서 美 외교정책 우선순위에 부합"
中 "북한은 中에 이익보다 손해…통일 후 중미관계 나빠지지 않을 것"

국방대학교 안보문제연구소는 12일 '한반도 통일과 주변국 이익'을 주제로 국제안보학술회의를 열었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의 외교안보 전문가 대다수는 "남북 통일은 미국, 중국 등 한반도 주변국에도 이익이 된다"고 말했다. 이같은 주장은 국방대학교 안보문제연구소가 12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국내외 안보 전문가들을 초청해 '한반도 통일과 주변국 이익' 이라는 주제로 주최한 국제안보학술회의에서 나왔다.

이석수 국방대 안보문제연구소장은 개회사에서 "한반도 통일은 반드시 이뤄야 할 민족의 숙원으로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평화통일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한반도 통일을 둘러싼 주변국의 상이한 입장과 이해관계를 정리하고 나아가 한반도 통일이 주변국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에 대해 깊게 논의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학술회의는 총 3개의 세션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한반도 통일과 미국의 이익


제1세션은 '한반도 통일과 미국의 이익'을 주제로 진행됐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이 사회를 맡았으며 김현욱 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 교수, 이동선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카렌 밍스트 미국 켄터키대 정치학과 교수, 존 델러리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주제 발표를 했다.

김현욱 교수는 한반도가 통일이 되면 미국이 얻는 이익을 ▲통일한국은 미국이 글로벌 전략의 우선순위로 꼽는 북한 핵무기 폐기에 기여 ▲통일한국과 미국이 유지하는 한미동맹은 지역의 안정에 기여하는 새로운 임무를 맡게 되고, 이는 미국의 아시아 전략에 기여 ▲미국은 북한이라는 새로운 시장과 투자 지역을 얻어 경제적인 기회 획득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통일한국은 미국적 가치의 확산 등 크게 네 가지로 정리했다. 한편 김 교수는 중국의 부상으로 통일한국이 미국, 중국 간 균형을 유지하려 함으로써 주한미군의 철수가 있을 수 있다는 점, 통일한국이 중립화를 추진할 경우 핵무기 보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 통일비용에 대한 미국의 지원이 있을 수 있다는 점 등은 우려 사안으로 지적했다.

이동선 교수는 "한반도 통일 이후 미국은 여러가지 편익과 위험에 동시에 직면할 것"이라면서도 "위험 요소들은 잠재적 편익보다 실현 가능성이 낮아 미국에게 한반도 통일은 투자할 가치가 있는 프로젝트"라 평가했다. 이 교수는 주요 편익으로 이른바 북한 문제의 해소를 꼽았다. 북한 정권이 소멸함에 따라 한반도와 관련한 핵확산 위험, 강대국 간 안보딜레마, 군사 충돌 가능성이 현저히 감소할 것이며,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미국이 지불하는 각종 비용도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보다 장기적으로는 한국의 안보 역할 증대, 양국 경제 관계의 강화, 민주주의 역내 확산 등도 기대할 수 있고 내다봤다. 반면에 이 교수는 통일에 수반되는 장기적 위험성으로 통일한국의 핵무장, 한미동맹의 와해, 한미일 공조의 실패 등을 지적했고, 단기적 부담으로는 통일비용의 분담 필요성을 꼽았다.

카렌 밍스트 교수는 "한반도 통일은 미국에게 지역 안정, 동맹 유지, 지역 경제이익, 그리고 민주주의와 인권 증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강경노선으로 북한의 군사적 행위에 좀 더 직접적으로 대응하고 좀 더 다양한 차원의 대북 제재를 가해 북한을 고립시키는 것 ▲대북 유화정책으로 북한의 핵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인도주의적 지원과 대화를 통한 해결 등 두가지 미국의 정책 노선을 설명했다.

존 델러리 교수는 "한반도 통일에 대한 미국의 이해와 외교정책의 우선순위는 비핵화와 인권"이라면서 남한 주도의 통일 정책에 대해 미국은 정책적인 대안이 없이 수사적으로만 호응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한반도 정책과 관련된 주요 이슈는 제재와 외교를 어떻게 최적화하여 최고의 목적인 비핵화를 달성하고, 비핵화의 목적을 침해하지 않고 인권 문제에 대해 더 강하게 압력을 가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 붕괴로 인한 흡수통일, 남북 공존을 바탕으로한 통일체를 이루는 것 등 두 가지 시나리오 모두 통제 불가능한 급변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며 미국이 한반도 통일에 대해 우려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반도 통일과 중국의 이익


제2세션은 '한반도 통일과 중국의 이익'을 주제로 황병무 국방대 명예교수를 사회자로 해서 김한권 박사(아산정책연구원 지역연구센터장), 오승렬 한국외대 중국외교통상학부 교수, 추수룽 중국 칭화대 국제정치학과 교수, 로버트 켈리 부산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발표했다.

김한권 박사는 "중국은 1992년 수교 이후 평화적이고 자주적인 통일을 지지해왔다"면서 "자주적이란 표현은 통일 후 한반도에서의 미국의 역할과 영향력을 견제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김 박사는 "하지만 이는 중국의 대외적인 공식 입장일뿐이며 중국이 선호하는 한반도의 정세는 남북한의 평화 공존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최근 한반도 통일에 대한 대화의 폭을 넓히고 반대하지 않고 있는 이유에 대해선 ▲미일동맹과 중국의 경쟁적인 지역구도 하의 한중관계 전략적 강화 필요성 ▲박근혜 정부와 국민들의 통일에 대한 관심 증가 ▲계속 누적되는 김씨 체제의 정치·경제적 모순 등으로 분석했다. 김 박사는 "중국의 협력을 유도하기 위해 통일 후 한중 양국이 누릴 수 있는 경제적 번영의 비전을 설명하고 러시아를 포함한 3각 경제협력을 통한 실질적인 이익 확대를 추구해야 한다"며 한미중 3자 전략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오승렬 교수는 한반도 통일 관련 중국의 비용과 이익에 대한 분석을 내놨다. 오 교수는 북한이 중국에 미치는 비용에 대해 군비 지출, 지역 경제통합의 걸림돌, 북한에 대한 원조 부족에 대한 북한 내부 불만, 북한 정권의 불안전성에 대한 리스크 등을 꼽았다. 통일 이후에 중국이 얻을 혜택에 대해선 통일이 미국에 대한 전략적 협상 카드가 되며, 대일 관계 등에 있어 중국의 영향력 확대, 군비 확장에 대한 정당성 부여 등을 들었다. 오 교수는 이를 통해 "중국은 북한에 대해 경제 개혁과 인권 부분에선 지원을 하면서도 북핵에 대해선 제재를 가하는 분할적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중국은 남북과 경제적인 협력 증진을 해가면서 남북통일에 대한 방법과 과정에 대한 관심을 높여 나가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추수룽 교수는 "안보적 관점에서 한반도 통일은 중국에 유익하다"고 주장했다. 추 교수는 "어떤 중국인은 통일된 한반도는 미국과 동맹을 유지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중국은 미군과 국경을 맞대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해 장래에 커다란 안보적 위협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며 "그러나 역사적으로 볼 때 통일된 한반도는 중국과 사이가 좋았고 통일된 한반도에 미군이 주둔하더라도 중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반론했다. 그는 "지금까지 북한은 중국에 이익보다는 손해를 끼쳤으며, 한반도 통일 이후 미중관계가 반드시 나빠진다고 볼 수 없다"며 "따라서 중국은 미국과의 관계에서 완충지대가 필요 없다"고 말했다.

로버트 켈리 교수는 추 교수의 의견에 동의하면서도 좀 다른 시각을 보였다. 켈리 교수는 안보, 번영, 명성의 3가지 측면에서 중국의 이익과 손해를 따졌다. 우선 안보적 측면에서 북한은 한국, 일본 그리고 미국의 민주주의로부터의 '완충지대' 역할을 한다는 점에 공감했다. 하지만 그는 "북한이 중국의 선호로부터 크게 벗어나지 않는 한 중국은 통일을 반대할 것이며 한반도 중립화를 추구할 것이고 통일을 묵인하는 대신에 미군의 철수를 바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번영의 측면에서 중국은 통일된 한반도에서 북한 지역에 경제적 진출을 추진할 것이지만 한국의 중국과의 경제적 상호교류가 너무나 커서 한반도 통일이 중국에게 이익이 될지 손해가 될지 계산하기 어렵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이어 켈리 교수는 "명성의 관점에서 중국은 북한을 무한정 지원하는 것으로 인하여 국제적으로 상당한 손해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그는 "중국의 명성에 대한 비용이 안보의 이익을 초과할 때까지는 북한을 지원할 것이지만, 이해 관계가 달라지면 중국도 다른 선택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반도 통일과 일본, 러시아의 이익


제3세션은 '한반도 통일과 일본 및 러시아의 이익'을 주제로 김호섭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의 사회로 남창희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사와다 카쯔미(澤田克己) 일본 마이니치신문 서울지국장, 한병진 계명대 정치학과 교수, 안드레이 란코브 국민대 교양대학 교수가 발표했다.

남창희 교수는 일본이 얻을 수 있는 이득에 대해 우선 북한의 핵무기와 생화학무기를 포함한 대량살상무기의 일본에 대한 직접적 위협과 확산의 위협이 해소될 것이라는 점을 꼽았다. 이어 남 교수는 "한반도 평화정착은 일본으로 하여금 중국과의 영토분쟁 문제를 다루는데 집중함으로써 지역 내 불안정 관리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일본에 주어진 2개의 안보부담 중 하나를 해소함으로써 안보자산의 효율적 관리와 운영에 이득이 된다고 분석했다. 남 교수는 또 "한반도 통일이 안전을 담보로 한 한일 무역, 투자 증대, 유라시아 대륙과의 적접 연결 등 경제적 협력을 통한 동아시아평화공동체 건설에 한걸음 더 다가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 평가했다.

사와다 카쯔미 지국장은 인구 7,000만명이 넘는 '통일시장'의 경제력에 주목하며 일본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분석했다. 또 일본인 납북자 문제, 동북아 지역 안정에도 큰 이익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통일 이후 한미일 3국 협력체제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가능성, 북한에 대한 일본의 전후(戰後) 처리 등 우려되는 점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의 완전한 해결이 더 중요한 관건"이라며 "장기적으로 보면 한반도 통일은 일본에 있어서도 커다란 이익"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이익과 관련해 한병진 교수는 "러시아는 한반도 통일 과정에서 수동적 행위자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김정은 정권에 대한 러시아의 이해는 그리 크지 않다"며 "이미 한국과는 경제적으로 호혜적이고 상보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통일 한국이 러시아에 대해 적대적일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러시아가 남북의 통일을 막고 북한을 유지하기 위해 군사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안드레이 란코브 교수는 "1990년대 이후 구소련의 대북 지원은 갑자기 끊겼고 현재 러시아와 북한의 교역 수준은 북중 교역 규모의 60분에 1에 불과하고 의미있는 경제협력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의 외교정책은 구소련과 달리 수동적이고 실용적이며 방어적"이라며 북한에 대한 러시아의 이익은 크지 않아 통일문제에 있어서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현재 북한에 대한 러시아의 이익은 철광석, 무연탄, 납 등 지하자원과 숙련되고 값싼 노동력 정도"라며 "러시아의 소수 정치인들이 거대한 서방과 대립하고 있는 북한에 대해 동정심 정도를 느끼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러시아와의 외교적 유착관계를 즐기고 있으며 북한의 엘리트들은 러시아를 고압적인 중국을 상대하기 위한 유용한 균형자로 인식하는 측면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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