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국회의장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해 정의화 국회의장이 중재안을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정 의장은 2일 더 이상 식물국회를 방치할 수 없다며 중재에 나설 뜻을 밝힌바 있다.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의 요구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다.

이날 박 원내대표는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이 진료를 받는 목포한국병원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정 의장이 국회의장으로서 세월호법 통과가 추석을 넘길 경우 국회파행이 장기적으로 갈 것을 우려하고 계신다”면서 “전날 통화했더니 중재를 고려하고 계셨다. 이를 유가족에게도 알렸고, 이번주까지 정 의장의 중재를 기다려볼 것”이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중재 방식에 대해서도 “(정 의장은) 여야가 먼저 정 의장과 만나서 얘기한 뒤 가족들과 만나는 게 어떤가 생각하고 계신데, 그 다음은 어떻게 진전될지는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박 원내대표의 이날 발언은 여야의 협상 채널이 막히고, 유가족과 여당간 만남도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난 상황에서 국회에서 중립적인 국회의장의 중재에 기대를 걸어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실제 박범계 원내대변인도 “정 의장의 중재에 기대를 걸고 있다”면서 “집권 여당이 플러스 알파안을 제시하고 이를 가지고 유가족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 의장의 중재 아래 여당의 양보를 끌어낸 후 유가족을 설득하겠다는 수가 읽힌다. 이 경우 야당이 줄곧 요구해왔던 3자 협의체도 사실상 가동되는 셈이다.

이에 정 의장 측은 지난 1일 정기국회 개회사에서 밝힌대로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정 의장은 당시 “여야가 조금만 더 양보하고 타협하고자 노력하고, 유족들도 100% 만족을 줄 수 없는 정치의 한계를 조금만 더 이해하는 마음을 가져준다면 이 진통은 충분히 해소될 수 있을 것”면서 “이제는 이 타협의 정신으로 세월호 특별법 국면을 넘어서야 한다”고 했다.

정 의장 측 관계자는 “정 의장의 발언은 개회사에서 밝힌 것처럼 원론적인 방식으로 접근해달라”라면서 “알다시피 국회 원내대표가 논의는 것에 대해 국회의장의 역할은 한계가 있다. 오로지 국회 정상화를 위해 세월호법 처리 장기 표류를 넘어서자는 의도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 의장은 여야 원내대표를 언제든 만날 수 있고 국회 수장으로서 의향은 있다”며 “그러나 의장이 중재안을 내놓을 수는 없다. 여야의 의견을 들어보고 타협과 절충을 시도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애초 야당의 중재 요구에 적극적인 반응을 보인 정 의장 측이 이같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인 것은 정 의장의 중재 노력에 대한 여당 내의 불편한 시선을 의식한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실제 새누리당은 2일 정 의장의 중재 의사 소식을 듣자마자 그의 중재 제안을 거부했다.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2일 “여당과 야당, 또 여당과 유가족 같에 많은 대화가 있었고 그 과정에서 여러가지 사정이 있는데 그 내용을 잘 모르시는 국회의장께서 독자적인 안을 내신다면 분란만 가속시킬 가능성이 있다. 좀 신중하게 접근하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고, 이완구 원내대표도 “국회의장이 협상 중재에 나서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새누리당이 정 의장의 중재를 거절했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정 의장도 국회 파행을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정 의장 취임 후 국회에서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된 게 없다. 3일에도 여야는 세월호법 평행선 달리기를 계속했다. 여당은 법과 원칙에 임해 양보할 게 없다며 세월호법과 민생법안 분리처리를 강조했고, 야당은 진짜 민생법안은 세월호 특별법이라며 집권당의 태도 변화를 요구했다. '식물국회'가 이어지는데 대해 여야 지도부만큼 고민이 큰 사람도 정 의장이다. 그에게 세월호 정국을 풀어 헤쳐나갈 묘안이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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