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의원들은 지난달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장에서 세월호 특별법 여야합의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이선아 기자
세월호 특별법 논란 와중에 진보정당의 행보가 전혀 국민의 주목을 끌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여당은 유족과의 협상을 벌이고, 야당은 단식과 장외 투쟁 등에 나서면서 국민 시선을 양분하다보니 상대적으로 군소정당인 진보진영의 움직임은 눈에 잘 들어오지 않고 있다.

먼저 정의당은 지난달 2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천호선 대표와 당원들이 '세월호 특별법, 응답하라 대통령!' 인간띠잇기 1인 시위를 진행했다. 또 지난달 29일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단식 농성을 10일 만에 마쳤지만 여론의 관심은 미미했다. 46일 동안 단식 농성을 이어온 세월호 유가족 '유민아빠' 김영오씨 및 문재인 새정치연합 의원의 단식 중단 소식에 묻혔다.

이에 따라 현안이 있을 때마다 강경투쟁을 해오던 방식에 여론이 피로감을 느끼고 있을지 모른다는 지적이 내부로부터 나온다. 실제로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는 단식 농성을 벌인 열흘 내내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근황을 알렸다. 김영오씨 병문안, 농성 중인 유가족과의 면담,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유가족에 응답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은 글을 꾸준히 올렸다. 단식을 끝내면서도 심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모든 힘을 쏟겠다"고 또 다른 투쟁을 예고했으나 여론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정의당은 일단 1일 열리는 9월 정기국회 개회식에 참석한다. 국회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입법 투쟁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통합진보당은 더 강경하다. 통합진보당은 9월 정기국회 개회식 불참을 선언하며 단식 농성을 계속하기로 했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 아무것도 이룬 게 없는 상황에서 국회만 여는 개회식에 도무지 참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정희 대표는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단식은 가족들의 고통에 동참하고 함께 나서자는 호소"라며 "수사권 기소권 있는 진상조사위원회가 만들어져도 대통령은 헌법상 재임 중 면책특권을 가졌는데 무엇이 문제"냐고 주장했다.

오병윤 원내대표도 이날 "수사권, 기소권이 있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유가족들과 온 국민이 목놓아 외치고 있는데도 아무런 답도 주지 못했다"며 "새누리당은 청와대 눈치만 보고 있고 새정치연합은 유족의 뜻을 저버린 채 협상에만 골몰하고 있다"고 말하며 여야를 싸잡아 비판했다.

통합진보당이 국회 개회식에 불참하고, 12일째 단식농성을 벌이는 등 보다 강경하게 나선 데에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 등의 여파로 여론의 외면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통합진보당은 이날 오후 열리는 새누리당과 유가족 간 3차 면담 결과를 지켜보고 2일 의원총회에서 향후 의사일정 참석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