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의원은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특별법에 유족의 의사를 반영하는 것으로, 유족이 납득할 수 있는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진상조사위에 수사권을 주거나 골치 아픈 사람이 특검에 임명되면 여권에 곤란한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계산을 버리고 철저한 진상규명에 지혜를 모으면 문제는 금방 풀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 의원은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도 겨냥했다. 문 의원은 유족들이 청와대 앞에서 박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농성을 하는 상황을 언급하면서 “청와대에서 아무도 내다보지 않는 것은 정말 유족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며 “하다못해 대통령이 위로의 말이라도 해야 하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문 의원은 “특별법 제정과 관련해 저도 당도 충분한 역할을 하지 못해 송구하다”며 “이런 상태에서 단식을 멈춘다는 게 굉장히 마음이 무겁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두 번 어설프게 하다가 실패해 오히려 유족에게 실망과 상처를 준 셈인데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며 당 지도부의 지난 두 차례의 협상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문 의원이 당초 장외로 방향을 틀은 데에는 여러 복잡한 정치 함수가 내재돼 있다. 먼저 그가 강경 노선을 견지함으로써 여야 합의로 가려던 박영선 원내대표에게 부정적 입장을 내비친 게 됐다. 이는 당내 강경파에게 힘을 실어주는 상황이 됐고 상대적으로 문 의원은 ‘선명야당’의 중심으로 다시 자리를 잡는 모양새가 됐다.
문 의원은 한발 더 나아가 단식 카드도 꺼내 들었다. 이는 SNS 등을 통해서 한 줄 정치로 강경한 발언을 이어가던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적극적인 정치적 행보다. 문 의원의 단식에 대한 반응은 예상대로 뜨거웠다. 야권 대권주자라는 존재감 때문에 김씨의 단식을 세간에 부각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로 인해 야당도 재합의안을 걷어차고 장외로 나갔다.
하지만 지지세력의 지지를 이끌어 낸 반면 당 내외의 비판에도 직면했다. 당 내부에서는 박영선 비상대책위 체제를 흔들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고, 여권에서는 사회 통합에 힘써야 할 거물 정치인이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는 공세에 시달렸다.
문 의원은 동조단식에 들어가면서 자신의 SNS 등을 통해 “오직 김영오씨를 살리고자 함”이라고 진성성을 내세웠지만 바로 그날 박 원내대표가 두 번째로 사인한 합의안이 무용지물이 되는 효과를 불렀다. 결국 박 원내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최대 계파의 뜻을 수용해 장외투쟁을 선택했다. 중도파로 분류되는 한 의원 측은 “문 의원의 행동은 당권을 의식한 당내 최대 계파의 뜻으로 볼 수 있다”면서 “사사건건 지도부와 엇박자를 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문 의원의 단식 중단 배경은 이같은 당내외의 비판과도 상관성이 있다. ‘유민 아빠’인 김영오씨마저 단식을 중단한 마당에 더 이상 지속하다간 오히려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실제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27일 공개한 8월 3주차 주간집계에 서도 문 의원의 지지율은 13.3%로 박원순 서울시장(17.7%),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16.8%)에 이어 3위에 머물렀다. 단식 투쟁 등 강경 일변도가 그다지 긍정적 반향을 불러일으키진 못한 셈이다.
이를 의식한 탓인지 문 의원은 27일 박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는 행보를 이어갔다. 광화문을 찾은 박 원내대표를 만나 “대표 중심으로 단합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문 의원은 앞으로도 박 원내대표를 표면적으로는 지지하면서 결정적 순간에는 또다시 칼을 꺼내는 강온 양면 전술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안철수 전 대표가 용퇴하고, 손학규 전 고문이 정계를 은퇴한 상황에서 야당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하려는 문 의원의 재도전사가 시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