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40일째 오전 긴급 병원 후송… 단식 중단 거부 중
청와대, 면담 요청 거부 이유로 “입법기관에 관여 못 해”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지난 20일 광화문 농성장에서 단식 중인 김영오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사진=TV뉴스 화면 캡처)
세월호 단원고 희생자 고 김유민양의 아버지 김영오(47)씨가 단식 40일째인 22일 오전 갑작스럽게 건강이 악화돼 병원에 후송됐다. 병원 측은 점심부터 미음 등을 제공할 계획이지만 김씨는 단식 중단 요청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현재 수액을 맞고 있으며 짧은 의사소통을 하는 상태다.

김씨가 이날 점심부터 식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정치권은 잠시 한숨을 돌리는 듯했으나 김씨가 계속해서 단식을 이어가겠다고 주장하고 있어 쉽사리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 박용우 세월호 가족대책위 상황실장과 원재민 가족대책위 변호사는 이날 병원에서 브리핑을 열고 “김영오씨는 움직일 수 있는 힘만 있다면 광화문으로 다시 가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드러내고 있다”며 “다른 가족들과 의료진은 단식을 멈추고 회복에 집중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죽어도 좋다. 특별법 제정까지 계속 싸우겠다'는 입장이라 설득 중이다”고 밝혔다. 김씨는 여전히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에 초점을 맞춘 것은 김씨의 단식투쟁 뿐이 아니다. 합의안 처리 여부를 놓고 고민하는 새정치민주연합도 이날부터는 당 지도부부터 과녁을 박 대통령에게 맞췄다. 박 대통령이 김씨를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박영선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만나주면 단식을 중단하겠다는 유민아빠의 간절함에 이제 생명을 살린다는 생각으로 대통령이 답할 때”라면서 “지난 5월 19일 대국민담화에서 아이들 이름을 부르며 눈물을 흘린 대통령이 아닌가. 지금 그 아이들의 아버지가 목숨을 걸고 단식을 하는데, 여기에 답하지 못할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라고 청와대를 압박했다.

우윤근 정책위원장도 “박 대통령은 진상규명에 유가족들의 여한이 없게 하겠다고 공언했다”면서 “유가족도 대통령의 국민으로 소통하고 결단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진선미 의원은 끝내 울먹이고 말았다. 진 의원은 이날 “대통령은 어머니의 마음으로 정치하겠다고 하셨다”면서 “300명의 아이들은 바다속에 있어서 못 만났지만 김씨는 맨 땅위에 있다. 제발 만나서 김씨를 살려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여전히 김씨와의 면담을 거부하고 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도 박 대통령은 유가족을 만날 계획이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민 대변인은 전날 “특별법은 여야가 합의해서 처리돼야 할 문제로 대통령이 나설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청와대는 왜 김씨와의 면담에 선을 긋는 걸까.

일단 개별적인 사안에 모두 청와대와 연결짓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다. 여권 관계자는 "무슨 일만 있으면 대통령과 만나 담판을 지으려는 행동은 정상이 아니다"라면서 "말로는 책임장관과 책임총리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하면서도 현안만 있으면 대통령을 들먹이는 데 이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현재 세월호 특별법은 여야가 처리 문제를 숙의하는 중이다. 입법기관이 다루는 일에 대통령이 나선다는 것도 원칙에 어긋난다고 보고 있다. 자칫 여야가 논의하는 문제에 대해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도 있다. 또 여야의 정치공세에 휘말리게 될 수도 있다. 또 대통령이 개별 면담에서 딱히 제시할 답변도 마땅치 않다. 유가족은 기소권과 수사권 모두를 원하고 있지만 청와대와 여권은 법과 원칙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유가족의 요구를 시원하게 들어줄 마땅한 카드가 없다는 점도 청와대가 쉽사리 면담에 응할 수 없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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