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농성 동참해 '존재감' 부각
세월호 해법 대안 없이 '공조 단식'
정치적 입장만 고려한 감성적 행동
당 안팎 '지도부 압박하는 꼴' 비난
문 의원은 이날 39일째 단식 중인 김씨의 건강을 걱정하는 트위터 글에서 "재협상이 유족들 동의를 받지 못했으니 가시방석"이라며 심경을 밝혔다. 이어 김씨 곁에서 함께 동조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문 의원의 이같은 행보에 당내 친노 의원들도 지도부를 압박하며 유족들이 동의하는 협상안 없이는 처리할 수 없다는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당 밖에서도 시도 교육감에 이어 전교조 등이 릴레이 단식에 잇달아 동참하는 추세다.
곤혹스러운 쪽은 새정치연합 지도부다. 박영선 원내대표가 두차례나 여당과 세월호법 처리를 합의했는데 이를 당 내부에서 거부하고 있어서다. 특히 야권의 대주주인 문 의원이 박 원내대표에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서 유족 곁으로 가자 박 원내대표는 더욱 힘겨운 입장이다. 야당의 한 당직자는 "문 의원이 폭풍의 언덕에 선 박 원내대표를 흔들다 못해 떠밀고 있는 모습"이라면서 "현실적으로 재협상안 이상의 협상안이 나오기 어려운 상황인데도 (문 의원 등이) 책임을 지도부에 떠넘기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세월호 유족들도 20일 안산 합동분양소를 찾은 박 원내대표를 향해 "협상에서 빠지라"며 불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여당에서도 문 의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이날 "문 의원은 갈등을 겪고 있을 때는 보이지 않다가, 여야가 어렵사리 합의를 이끈 그 순간에 동조 단식에 들어갔다"며 "자신의 행동이 여야 타협의 정치에 얼마나 큰 걸림돌이 되는지, 또 야당 지도부를 얼마나 벼랑으로 몰아가는지 돌이켜 봐야한다"고 일침했다.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도 "그 분(문 의원)은 어느 정당 소속인지 모르겠다. 한때 대통령이 되려고 했던 분인데 너무 책임 의식이 없다"고 비판했다.
여야가 문 의원에게 불편한 감정을 표출하는 것은 세월호 법에 대한 적절한 대안이나 해법 제시 없이 지도부 압박에만 무게를 싣고 있다는 점에서다. 실제 문 의원 주장대로 유족들의 동의를 100% 얻기 위해서는 지금의 재협상안 갖고는 되지 않는다. 결국 재재협상안 마련을 위해 여야 원내대표가 다시 테이블에 앉아야 하는 것인데, 이 경우 문제가 되는 것은 박 원내대표의 입지다. 130석을 이끄는 야당 원내대표가 같은 사안을 놓고 두 번이나 여당과 합의한 것을 스스로 뒤집고 세 번째 협상에 들어간다는 것은 정치적으로 거의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는 곧 원내대표로서 거취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를 모를 리 없는 문 의원이 지도부를 압박하고 나서는 것을 놓고 당 일각에서는 사실상 문 의원의 당권장악 시나리오가 발동한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데일리한국>과의 통화에서 "문 의원의 행보는 낮은 정당 지지율과 취약한 당내 결집력으로 어려움을 겪는 박 원내대표의 대내외 협상력과 주도력을 저하시키는 결과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