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재협상 가능성은 낮아… 야당 "끝까지 설득하겠다"
여당 "합의안 이행하라"… 청와대 "대통령 나설 일 아냐"

지난 19일 새누리당 이완구(오른쪽),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세월호 특별법 재합의 내용을 보고 있는 모습. 사진=이선아기자 sun@hankooki.com
세월호 유가족들이 여야의 재협상안을 거부하면서 세월호 특별법은 국회에서 표류 중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유가족의 반대에 난색을 보이면서도 끝까지 유가족의 동의와 이해를 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유가족 설득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게다가 새누리당은 합의안의 조속한 이행을 촉구하고 있어 세월호법은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상황에 처했다.

그렇다면 세월호법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먼저 여야가 재재협상을 위한 테이블에 앉는 방법이 거론된다. 그러나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새정치연합은 현재 국민공감혁신위원회를 꾸리는 일에도 착수하지 못하고, 지도부 리더십은 심각한 위기에 처하는 등 어려움에 처해있다. 유가족은 물론 지지층으로부터도 연일 쓴소리를 듣는 상태다. 이런 상태에서 재재협상을 하려면 그 정치적 부담이 엄청나다.

박영선 원내대표가 다시 협상에 임할 수도 없다. 박 원내대표는 이미 양당 원내대표간 합의안을 두 번이나 깨 당내외적으로 위기에 봉착해있다. 무엇보다 새누리당이 받아 들일 리도 만무하다. 이 같은 상황 때문인지 유은혜 대변인은 21일 “당장은 여당과 협상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날 유가족들은 야당이 못 하면 여당과 직접 대화하겠다는 의견을 피력했고,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하기도 했다. 박 원내대변인도 자신의 트위터에 “교황님도 유민아빠를 만나줬는데 박 대통령은 왜 못 만나는 걸까?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대통령을 바라며…”라는 글을 올려 청와대를 압박했다. 이미 문재인 의원과 정의당 의원 5명이 단원고 희생자 유민양의 아버지 김영오씨와 함께 동조 단식에 동참하고 있다.

하지만 이 경우도 녹록지 않다. 청와대는 21일 “특별법은 여야가 합의해서 처리되어야 할 문제”라며 “대통령이 나설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라며 거부의사를 밝혔다. 야당과 유가족들이 청와대를 계속 압박해도 특별히 상황이 돌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대체적이다.

이에 따라 여야가 계속해서 정치적인 진전을 보이지 않고 소모적인 논쟁만 한다면 박 원내대표는 거취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만약 박 원내대표가 사퇴라도 할 경우 이번 합의안은 원칙적으로 무효가 될 수도 있으나 그 경우 야당 지도부 붕괴를 의미하기에 현실화할 가능성은 적다. 따라서 당분간 시간을 두고 이 문제를 접근하되, 여당은 세월호법 처리를 기약없이 미룬 채 세월호법과 민생법의 분리 처리를 강조할 수 있다. 새누리당은 계속해서 “미래로 가기 위해 세월호법과 경제살리기, 민생법안을 분리해서 처리하자”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여당이 세월호 유가족을 외면하고 방치한다는 국민 여론에 직면할 위험이 있다.

일단 새정치연합은 재합의안을 깨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유 대변인은 이날 “유가족과 소통을 계속하는 동시에 각계각층의 여론을 수렴하면서 사회적 총의를 모아가겠다”고 밝혔다. 기존 재협상안을 쥐고 가면서 유가족과 사회 각계각층을 설득하겠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유가족에게 최소한의 양해를 구하는 쪽으로 합의안을 설득하거나 유족들의 의견을 보다 많이 반영한 일부·보완책을 들고 여당과 마주앉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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