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여대야소' 순항… 야당, 내홍 예고
야권에 경종 울린 새정치 참패
박 대통령 리더십 위기 벗어나 새누리 김무성 체제 탄력받아
호남 이정현 당선 지역주의 완화

김한길(왼쪽사진)-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자료사진
새누리당 11곳, 새정치민주연합 4곳 승리로 귀결된 7.30 재보선 결과는 유례 없는 야당의 참패와 여당의 완승으로 해석될 수 있다. 아무리 여름 휴가 기간이라고 하지만 일반적으로 '여당의 무덤'으로 불리는 재보선에서 새정치연합이 대패한 것은 야권에 대한 경종과 심판이라고 규정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호남 지역 1곳을 이례적으로 새누리당에 내 준 것은 새정치연합에는 더 큰 충격이다.

전국 15곳에서 치러져 '미니 총선'으로 불리는 이번 재보선 결과는 정국의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6년 4월 총선 때까지 큰 선거가 없으므로 이번 재보선으로 형성된 여야 세력 구도는 앞으로 20개월 동안 그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새누리당 나경원 당선자(동작을)가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7·30재보선 당선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재보선에서 새누리당이 대승을 거둠으로써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이후의 리더십 위기에서 일단 벗어날 수 있게 됐다. 나아가 국정 과제 수행 과정에서 가속 페달을 밟을 수 있게 됐다. 전반적으로 여권은 흔들렸던 정국 주도권을 되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체제는 공고해지게 됐다. 박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지난 주 40~45% 정도에 그쳤지만, 선거 승리 효과로 인해 일단 50%를 넘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선거 패배 책임론을 둘러싸고 심한 내홍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패패 후폭풍으로 인해 친노세력과 486그룹, 정세균계 등은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가 이끄는 지도부를 겨냥해 본격적인 공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도부 사퇴 요구가 나올 것임은 자명하다. 나아가 내년 3월 예정된 전당대회를 앞당겨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하자는 조기 전당대회 개최론도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경우에 따라 현재의 새정치연합 체제로는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에서 승리를 기대할 수 없다고 보고, '야권 재편론'이 거론될 수도 있다.

새누리당은 이번 압승으로 인해 국회에서도 비교적인 안정적인 '여대야소' 체제를 갖출 수 있게 됐다. 재보선 직전까지 새누리당의 국회 의석은 전체 285석 중 147석이었는데, 이번에 11석을 추가함으로써 전체 300석 중 158석을 차지하게 된다. 반면 새정치연합의 의석은 당초 126석에서 불과 4석 늘어 130석에 그치게 된다. 국회에서 여당 의원 4~5명 가량이 이탈하는 경우가 있더라도 여권은 큰 어려움 없이 쟁점 안건을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여당은 이번 선거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면서도 혹시 세월호 참사 후폭풍으로 인해 패배하지 않을까 우려했던 것이 사실이다. 조마조마하게 선거 결과를 지켜봤던 이유는 이번에 패배하면 박 대통령과 여권은 초겨울 서리를 맞은 풀처럼 힘을 잃게 될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확실하게 승리함으로써 한숨을 돌려 제 페이스를 찾고 힘있게 국정운영을 할 수 있게 됐다. 물론 향후 국정운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몇 차례의 고비가 있겠지만 일단 주도권을 찾게 된 것은 분명하다.

이번 재보선으로 인해 대선 주자들의 미래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당초 야권의 주요 대선주자군에 포함됐던 손학규, 김두관 후보는 이번 패배에 따라 향후 대선 레이스에서 큰 장애물을 만나게 됐다. 안철수 새정치연합 공동대표도 야권의 유력 후보였으나 패배 책임론으로 인해 상당 기간 힘든 행군을 해야 한다.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새누리당 임태희 후보는 이번 패배로 큰꿈을 펴기 어렵게 됐다. 반면 대이변을 일으키며 호남 지역에서 당선된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는 과거 야권의 '노무현 후보의 콘셉트'로 차기 대선에 도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또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한 뒤 2선으로 물러났던 새누리당 나경원 후부는 서울에서 당선됨으로써 새누리당의 차기 대선 후보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도 대선주자로서의 보폭을 넓혀갈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하나 관심을 가질 대목은 호남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당선된 것이 지역주의 완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호남권에서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된 것은 1996년 15대 총선 때 신한국당(새누리당 전신) 강현욱 후보가 전북 군산을에서 승리한 지 18년 만이어서 유사한 사례가 호남에서 다시 나타날지 주목된다. 호남 유권자들이 보수 여당의 후보를 선택한 것이 '나비 효과'를 가져와 영남권에서 새정치연합 후보의 당선을 낳는 계기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정치학자는 "한 선거구에서 최고 득표자 1인만 당선되는 소선거구제가 그대로 유지되는 한 지역주의 타파는 어렵지만 '이정현 신드롬'이 동서 지역주의 완화에 기여할 가능성은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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