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4일 임진왜란 당시 조선과 청나라가 동맹군으로 일본과 맞서 싸웠던 점을 언급하면서 양국의 친분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이날 서울대 관악캠퍼스 글로벌공학교육센터 5층 대강당에서 열린 강연에서 “임진왜란이 발발했을 때 양국 국민들은 전쟁터로 함께 향했다”며 “역사상 위태로울 때 양국이 서로 도우면서 고통을 함께 극복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20세기 상반기에 일본은 한반도를 병참기지로 삼고 중국 국토를 공격하는 등 야만적인 침략을 자행해 양국이 큰 고난을 겪었다”면서 “대외전쟁이 가장 치열했을 시절, 양국은 생사를 같이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한중간 우호 증진을 위한 오랜 인연을 강조한 것이지만 일본 측의 침략 전쟁을 고리로 삼아 언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다분히 일본군위안부 등 역사 인식 문제와 독도 등 영토 분쟁에 있어서 한중 양국이 우경화로 치닫는 일본 측에 맞서 힘을 합하자는 메시지가 들어 있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안녕하십니까”라는 한국어 인사말로 강연을 시작한 뒤 “감사합니다. 대한민국 사랑합니다”라고 역시 우리 말로 강연을 마치는 등 강연 내내 양국이 우호적인 관계에 있음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어제 박근혜 대통령과 회견을 갖고 양국 관계와 지역·국제 정세 등 공동 관심사에 대해 깊이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며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두 나라는 서로의 관심사를 존중하고 배려해 비약적인 관계를 맺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이어 “중국은 한국의 최대 동반자이자 수출입 대상국, 해외 투자 대상국, 해외 유학·여행 목적지이고, 한국도 중국의 가장 중요한 무역 투자 대상국 중 하나”라면서 “중·한 교역액은 이미 한·미, 한·일, 한·EU 교역액을 합친 규모보다 더 많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그러면서 “아시아 각국과 단합해 국제·정치·경제 위협에 함께 대응해야 한다”면서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상은 연말까지 타결하겠다. 지난해 박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서 ‘친구가 된 뒤 장사를 하자’고 얘기했는데 이 같은 선의후리(先義後理)의 사상은 양국이 나아갈 옳은 관계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청년들이 양국 친선에 기여할 것을 기대했다. 그는 “청년들은 중·한 양국의 미래이자 아시아의 미래”라며 “안중근 의사는 유필을 남겨 청년들에게 젊은 시절을 소중히 여기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별에서 온 그대’를 비롯한 한류 드라마는 중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사랑했다”며 “양국 청년들이 서로 배우고 창조하며 중한 친선에 충실한 계승자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혀 펑리위안 여사에 이어 한 번 더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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