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최측근 박정호 사장 부회장 승진, SK텔레콤 SK하이닉스 겸직

최 회장과 SK하이닉스 사이서 가교 역할…SK텔레콤 출신 인물 활약

(왼쪽부터)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 사진=SKT, SK하이닉스 제공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최태원 회장이 3일 SK그룹 인사에서 SK텔레콤 박정호 사장을 SK하이닉스 부회장으로 승진 및 겸직 발령한 것을 두고 상당한 의미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박정호 신임 부회장은 이석희 사장과 함께 SK하이닉스를 이끌게 된다.

박 신임 부회장은 SK하이닉스 이사회 의장직은 내려놓고 SK텔레콤 대표이사와 SK하이닉스 부회장을 겸직한다. 박 부회장은 사장인 이석희 대표보다 직급상 우위에 있다. 경영 전반에 걸쳐 박 부회장의 입김이 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SK그룹은 3일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SK하이닉스 임원인사를 발표했다.

최태원 회장의 최측근 인물인 박 부회장은 2016년 SK하이닉스 사내이사로 선임된 뒤 일찍이 경영 전반에 관여해왔다. 올해 초 인사에선 SK하이닉스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됐다.

박 부회장은 부회장직을 통해 최 회장과 하이닉스를 잇는 가교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부회장이 외부와의 협업을 통해 하이닉스 반도체의 진출 영역을 공격적으로 넓히는 역할을 맡고, 반도체 전문가인 이 사장이 미래먹거리를 발굴하는 그림이 그려진다.

특히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간 시너지를 내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은 5세대(5G) 이동통신,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등 차세대 기술의 등장으로 협업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SK텔레콤은 최근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를 개발하기도 했다.

최 부회장이 SK텔레콤 CEO와 SK하이닉스 부회장직을 겸임하는 것에 대해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융복합화가 심화되는 ICT 산업에서 반도체와 통신을 아우르는 SK ICT 패밀리 리더십을 발휘, 다양한 시너지를 창출하는 역할을 수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의 경기 이천공장 전경. 사진=SK하이닉스 제공
최 회장의 측근인 박 부회장이 하이닉스의 부회장직을 맡는 것을 두고 하이닉스 내부에서 SK텔레콤 출신 인물들의 장악력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012년 SK 품에 안긴 하이닉스에는 SK텔레콤 출신 인물들이 상당수 포진해있다. 차진석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채임자(CFO), SK하이닉스 미래전략실장인 노종원 부사장 등이 모두 SK텔레콤 출신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메모리반도체 업황 악화로 실적이 상대적으로 저조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취임한 이석희 사장은 사령탑에 오르자마자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왔다.

반면 박 부회장은 2001년부터 2004년까지 최 회장의 비서실장을 지내면서 전폭적인 신임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SK텔레콤을 이끌면서 미디어·보안·커머스 등 비통신사업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만들었다.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사업을 다각화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점쳐진다.

아울러 박 부회장은 SK텔레콤의 중간 지주사 전환 행보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동통신사업을 분리한 투자회사를 중간지주사로 둘 경우 SK그룹의 신사업에 대한 투자와 인수가 더 원활해질 수 있다.

SK텔레콤이 투자부문과 통신부문으로 물적분할한 뒤 중간지주사를 통해 SK하이닉스, SK플래닛, SK브로드밴드 등을 거느리게 되면 SK하이닉스는 자회사로 올라서게 된다. 이 경우 SK하이닉스가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현재 SK하이닉스는 SK㈜의 손자회사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지주사의 손자회사가 인수합병에 나설 경우 피인수 기업 지분을 100% 소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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