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창작자의 꿈 이뤄…그림 공부도 계획

고용주도 얼굴 일절 모르는 신비주의 콘셉트 고수

부담 크지만 사측 배려에 감사, 개발에 집중"

디얍의 그림체가 정착되기 시작한 '에픽세븐'의 라비 캐릭터. 사진=에피드게임즈 제공
[데일리한국 심정선 기자] 최근 게임 업계에서 가장 핫한 2차 창작 작가하면 공통적으로 떠올리는 인물이 있다. 바로 귀여운 캐릭터와 풍자가 가득한 만화로 유명한 ‘디얍’(diyap)이다.

그는 스마일게이트메가포트의 '에픽세븐' 만화로 시작해 스마트조이의 '라스트오리진'의 아마추어 2차 창작 활동을 진행하며 유명세를 탔다. 그러다 개발사의 눈에 띄어 현재는 에피드게임즈에서 정직원으로 채택돼 근무하고 있다.

특히 그는 이력은 커녕 이름, 나이, 성별 중 어느 것도 알려져 있지 않은 신비주의 콘셉트를 유지하고 있어 더욱 이목이 집중된다. 그를 고용한 고용주 조차도 얼굴을 모른다고 하니 더욱 궁금해진다.

팬이었던 게임의 만화를 그리다 공식 만화를 그리게 되고, 이를 업으로 삼게 되는 것은 많은 아마추어 작가들의 꿈과도 같은 일. 본인도 운이 좋았다고 생각할 정도의 일을 겪은 그에게 직접 공식 만화가가 된 이야기와 최근 근황을 들어봤다.

-2차 창작에서 시작해 정직원이 됐다. 소감이 궁금하다.

"이래도 되나 싶다. 홍보나 튜토리얼 팁 등 간단한 이벤트 이미지를 생각하고 입사했다. 그런데 갑자기 메인 일러스트레이터라고 하니 걱정이 앞섰다. 어제까지는 평범한 아르바이트생이었는데 말이다. 우선 퀄리티적인 부분과 내 그림을 보고 사고 싶다고 느낄 수 있을지 걱정이 됐다."

-외주만하다 정직원이 되니 다른 점이 있는지?

"처음에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직업의 분위기가 조금 무겁게 느껴졌었다. 이전의 경험 때문인지 엄청 사무적인 분위기일 듯 해 긴장했었는데, 에피드게임즈에 와 보니 그렇지 않았다. 대표와 같이 게임하고 사적인 이야기를 더 많이 한다."

-독특한 그림체로 인기를 얻고 있는데, 따로 공부하거나 배운 적은 없는지?

"따로 그림을 공부하거나 배운 적은 없다. 배울 생각은 간절하며, 준비도 하고 싶은데, 여유가 없다. 무엇보다 제 그림에 맞는 배경을 배울 수 있는 곳을 찾기가 힘들었다. 상담을 하고 싶어도 그림 쪽에서 지인이 없어 아쉽다."

-사측에서 굉장한 배려를 하고 있다고 말했는데 어떤 것들이 있는지?

"에피드게임즈 측에서 항상 업무 부담을 덜어주려하고 있다. 사실 외주를 진행하며 정직원으로 근무하는 것도 이례적인데 이걸 격주로 진행한다. 1주일은 '라스트오리진' 외주, 그 다음주는 에피드게임즈 근무를 진행하는 식이다. 여기에 재택 근무까지 허락하고 있다."

"외주로 그리는 만화에 가끔 당근을 그려넣는다거나 하고 있는데 장난이다. 업무 시간 조율과 내용 등에서 굉장한 편의를 봐주고 있다. 사실상 말이 안되는 조건도 허락해, 정직원인데도 거의 프리랜서식으로 업무 편의를 봐주고 있다. 감사한 일이다."

-페이 관련해서도 배려가 있었다고 들었다.

"'라스트오리진' 외주에 원래 하던 일이 있었는데 원래 하던 일을 그만두면 생활비가 모자라 곤란해 정직원 제의의 수락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데 회사 측에서 이걸 맞춰준다고 했다. 처음에 듣고 '무슨 다단계 아닌가' 싶을 정도로 사기 아닌가 생각됐다. 그런데 진짜로 맞춰줬고 오히려 웃돈을 제시했다. 정말로 내 그림을 좋아해주는구나 느껴졌다."

많은 인기를 얻었던 '에픽세븐' 풍자 이미지. 사진=에피드게임즈 제공
-업계에 발을 들이자마자 메인 일러스트레이터를 맡아 부담이 큰 것 같다.

"솔직히 그렇다. 움직이는 SD 캐릭터를 만들다보니 파츠별로 그린다거나 애니메이션 작업도 해야하나 걱정이 많았다. 업무량 부담도 부담이지만 퀄리티에 대한 걱정도 앞섰다. 우려와는 달리 캐릭터 기본 일러스트를 잡고 캐릭터 설정 정도만 담당한다. SD 캐릭터의 얼굴 정도만 그리는 식이다. 몸통, 의상, 파츠 등은 전부 어시스트와 애니메이터가 담당한다. 최근 아트팀도 3명 이상 충원되고 외주를 맡기는 부분도 있다. 애니메이터와 기획자도 추가 구인 중이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현재 게임에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있어, 좀 선을 넘을 수도 있지만 회사에 처음으로 건의한게 '게임 제목을 바꿀 수 있을까'였다. 우선 게임 개발을 열심히 해볼 생각이다. 아, 그리고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 쓸쓸하게 볼따구를 그리고 있다 보면 우는 캐릭터들이 여기에 영향을 받은게 아닌가 의심될 정도다. 내 버킷리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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