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무 승진자 6명 중 2명 특허권과 법무 관련 인사…OLED 기술침해 예의주시

기술분야 전무 승진자는 3명 그쳐…기업간 특허소송 늘며 IP 중요성 커져

LG디스플레이 파주 공장 전경. 사진=LG디스플레이 제공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조직 슬림화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 LG디스플레이가 지적재산권(IP) 보호를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여 주목된다. 대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에 대한 기술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허권·영업기밀 침해 등에 단호한 대응을 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LG디스플레이는 내년도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전무 승진 6명, 상무 신규 선임 4명 총 10명에 대한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실적 부진에 따른 책임경영 강화 차원에서 임원 승진 규모를 전년 대비 3분의1 수준으로 축소했다.

눈에 띄는 것은 전무 승진자 6명 가운데 2명이 특허권과 법무 관련 인물이라는 점이다. 테크 기업의 동력이 제조·기술 분야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IP담당인 오정훈 상무가 전무로 승진한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1967생인 오 전무는 특허 분야에 정통한 인물로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특허 자문 등의 이력을 쌓았다.

오 전무는 2014년 국제상표협회(INTA) 연례회의에서 한국인 최초로 이사회멤버로 선임되는 등 대내외에서 IP 경쟁력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또한 2013년 삼성디스플레이와의 특허 분쟁에서 협상자로 나서기도 했다.

LG상사에서 승진 전입한 김범순 전무는 오 전무와 동갑내기인 1967년생이다. 1994년 LG그룹에 입사해 LG유플러스 법무팀장, (주)LG 법무팀 부장 등을 거쳤다. 삼성디스플레이의 QD 디스플레이 투자 개시, 중국의 대형 OLED 투자 본격화에 따라 유사기술에 대한 견제에 나설 것으로 분석된다.

LG디스플레이의 법무 담당은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에 임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2019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해 계열사로 이동한 임병대 해외법무담당은 1969생이다. 전무로 승진한 6명 가운데 가장 젊은 피에 해당됐다.

오정훈 LG디스플레이 IP담당(전무)과 김범순 법무담당(전무). 사진=LG디스플레이 제공
이를 두고 제조·기술 분야 임원 승진을 최소화한 가운데서도 '특허 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힘을 싣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허괴물들과의 소송전 대비, 중국의 OLED 추격으로 특허권·영업기밀·디자인권·상표권 등 IP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의 이번 인사는 특허와 관련된 소송·분쟁에서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3분기말 기준으로 국내 1만8880건, 해외 2만4757건의 누적 등록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WRGB OLED' 등 전세계에서 100여건 이상의 상표도 갖췄다. 전문인력 진용을 갖춰 OLED 특허 방어에 나서는 한편, 모방 상표에 대한 대응을 강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OLED와 관련해선 세트 쪽에서 먼저 강공모드가 나타나는 모습이다. 지난 9월 LG전자는 삼성전자의 QLED TV 광고가 '허위 및 과장 광고'라며 공정위에 제소했다. OLED 기술이 적용되지 않은 LCD TV를 'QLED'로 이름을 붙였다는 것이 이유다.

LG디스플레이는 WOLED(화이트유기발광다이오드) 기술로 대형 OLED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QD 디스플레이 투자를 선언한 삼성디스플레이의 특허기술 침해 여부를 예의주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중국이 대형 OLED 패널에 대한 본격 양산에 들어갈 경우 이를 견제하기 위해 강공모드 태세가 필요하다는 진단도 나온다. 중국의 대형 디스플레이 기업은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로부터 기술인력을 꾸준히 빼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선전(심천)에 있는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 A사에는 삼성디스플레이나 LG디스플레이에서 근무한 한국 기술자가 50여명 넘게 근무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허권·영업기밀 등의 분쟁을 다루는 조직도 덩치가 커질 수 있다. 현재 LG디스플레이에서 CTO(최고기술책임자) 산하인 IP조직 규모는 60여명, 법무조직은 30여명 규모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 기업간 특허 소송이 잦아지면서 IP 보호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LG그룹이 특허침해에 대응하는 동시에 특허권을 활용해 로열티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에 힘을 싣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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