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두리 부사장 제품 공개일 암시…삼성전자·TSMC에 위탁생산 가능성

인텔, 외장 GPU로 엔비디아·AMD와 경쟁…외부 전문인력 수혈 이어져

사진=삼성전자 제공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인텔이 내년에 GPU(그래픽처리장치) 출시를 위해 위탁생산을 맡길 것이라는 관측이 대두하고 있다. 10나노 이하대 공정으로 제품을 내놓는 엔비디아·AMD와 경쟁하기 위해 인텔이 위탁생산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크며, 그럴 경우 삼성전자 등에 기회가 올 수 있다는 것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내년 하반기 Xe 아키텍처 기반의 독립형(디스크리트) GPU를 출시할 예정이다. 제품 출시를 위해 EUV(극자외선) 기반 7나노 공정에 돌입한 삼성전자나 TSMC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인텔은 그간 외장 GPU 없이 CPU(중앙처리장치) 내에 그래픽코어를 내장한 제품만 보급해왔다. 외장형 제품을 내놓는 것은 인텔이 PC 중심의 사업구조를 데이터 중심으로 확 바꾸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새로 출시될 제품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고성능 컴퓨팅용을 지향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인텔 미국 본사 관계자는 "반드시 자체적으로 제품을 양산해야한다는 내부 방침은 없다"며 "시장 흐름상 엔비디아나 AMD와 경쟁할 수 있는 공정으로 GPU가 출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인텔이 GPU 관련 전문인력을 외부에서 수혈하는 등 기술 완성도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점을 감안하면 공정에서도 외부 기술을 활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해석된다. IDM(종합반도체기업)으로 수직계열화 체계를 갖춘 인텔은 좀처럼 위탁생산을 맡기지 않는 기업으로 정평이 나있었다. 하지만 엔비디아와 AMD가 삼성이나 TSMC의 차세대 공정을 활용하는 상황에서 GPU 만큼은 선택지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GPU 선두주자인 엔비디아는 내년 차세대 제품인 '암페어(Ampere)' 생산을 삼성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TSMC에 공동 위탁한다. 암페어는 12나노 공정으로 GPU를 생산하던 엔비디아의 첫 번째 7나노 제품이다. 업계 2위 AMD는 이미 TSMC와 협력해 7나노 기반의 '라데온 RX 5700'을 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인텔의 외장 GPU 사업은 인공지능이나 데이터센터 등을 겨냥한 하이엔드급 중심의 전략으로 가게 될 것"이라며 "인텔이 이 제품 개발에 큰 의미를 두고 있는데다 당장 물량이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사업 초기에는 외주를 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 4일 라자 코두리 인텔 수석 부사장이 트위터에 'THINKXE, 2020년 6월, 캘리포니아'라는 내용으로 올린 자동차 번호판 사진, 사진=트위터 캡처
인텔은 14나노 공정 다음 단계인 10나노 공정에서 차질을 빚고 있는 상태다. 지난 4월 라자 코두리 인텔 수석부사장은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을 방문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인텔이 내년 10나노 이하대 공정으로 GPU를 출시하기 위해 삼성 파운드리를 이용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인텔은 외장 GPU를 내년 하반기에 출시할 것으로 점쳐진다. 올해 상반기 크리스 훅 인텔 외장 GPU 마케팅 담당자는 트위터를 통해 제품 출시시기를 2020년 말로 예상했다.

하지만 지난 4일 라자 코두리 인텔 수석 부사장이 트위터에 'THINKXE, 2020년 6월, 캘리포니아'라는 내용의 자동차 번호판 사진을 올리면서 제품 출시가 이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를 두고 외신들은 인텔이 내년 6월에 제품을 공개한다는 암시라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THINK는 '생각한다'는 의미, 'XE'는 GPU에 적용되는 아키텍처를 뜻한다. 인텔이 외부 파운드리를 이용한다면 발주가 임박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까닭이다.

인텔은 GPU 출시를 위해 외부 전문인력을 영입, 고성능 제품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태다. 2017년 인텔은 경쟁사인 AMD의 GPU 설계 및 관련 기술 부문 전문가인 라자 코두리 수석 부사장과 함께 AMD의 GPU 전문가 크리스 훅을 영입했다. 지난 3월에는 엔비디아에서 15년간 근무하며 GPU 부스트 등 기술 개발에 기여해온 톰 패터슨을 데려왔다.

미국의 IT매체 테크스팟(TECHSPOT)은 "인텔이 내년 출시할 Xe 그래픽카드를 위해 인재 영입을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인텔은 이들과 순조롭게 사업을 하는 것을 원하며, 결국 엔비디아와 AMD와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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