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주도하는 AI를 통한 사회적 가치의 창출…SKT·
서울대·LH 협력해 독거 어르신 등 스마트 복지사업 확대키로

SK텔레콤은 AI 스피커를 활용한 인공지능 돌봄 특화 서비스를 LH와 함께 강화해 제공한다. 사진=SKT
[데일리한국 이윤희 기자] “아리아, 살려줘…”

서울 성동구에 사는 70대 문성민(가명) 씨는 며칠 전부터 원인 모를 두통에 시달렸다. 낮부터 참아온 통증을 참을 수 없을 때는 이미 밤 10시도 훌쩍 넘은 시간이었다. 홀로 살던 문 씨는 자신을 도와줄 이웃나 가족이 쉽사리 떠오르지 않았다.

머리를 움켜쥐고 신음을 반복해 토해내던 문씨의 눈에 들어온 것은 바로 얼마 전 그의 임대 아파트에 시범설치된 인공지능 스피커 ‘누구(NUGU)’였다. 평상시에 '아리아' 라고 호출하면 그날의 날씨를 확인하고 음악도 들을 수 있어 친근한 벗처럼 여겨지던 녀석이었다. 긴급 상황에서는 '누구'를 통해서도 SOS 구조 신청을 할 수 있다는 돌봄 매니저의 설명이 불현듯 떠올랐다.

문씨는 '누구'를 향해 신음소리와 함께 힘겹게 말을 이어갔다. "아리아 제발 살려줘....." 문씨의 긴급 요청 목소리는 인공지능 스피커를 통해 보안업체인 ADT캡스로 통보됐다. 이어 119와 연계돼 문 씨는 곧바로 응급실로 이송할 수 있게 됐다. 당시 문씨의 최고혈압은 250에 달했다. 여차하면 생명 자체가 위독할 수 있었던 아찔한 순간이었다. 인공지능 스피커인 '누구'는 이제 문씨에게는 자식만큼이나 애지중지하는 '반려자'가 됐다.

SK텔레콤이 독거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개발한 '인공지능(AI) 돌봄 서비스' 시범 가구에서 최근 발생했던 실제상황이다. SK텔레콤은 지난 6개월간 전국 9개 지자체 3000가구 이상에 AI 스피커를 설치하고 시범 사업을 펼치면서 사회적 가치를 구현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요즘 가장 공들여 추진하는 '사회적 가치'의 획기적 제고를 위해 SK텔레콤이 최일선에 나선 셈이다.

AI 스피커는 독거 어르신들이 "아리아! 살려줘" "아리아! 긴급 SOS" 등을 외칠 경우 이를 위급 상황으로 인지하고, ICT케어센터와 담당 케어 매니저, ADT캡스(야간)에 자동으로 알려준다. 일종의 생명지킴이 역할을 해낸다는 뜻이다.

ICT케어센터에서 위급상황이라고 판단하면 즉시 119에 연계하는 체계도 갖추고 있다. 지난 5월부터 9월까지 문씨의 사례처럼 AI스피커를 통한 긴급 SOS 호출은 총 167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119와 연계해 신고를 처리한 건수는 7건(누적)이었다.

AI 돌봄서비스의 핵심은 바로 AI 스피커 '누구'다. 시범 사업 초기 정보통신 기기가 익숙하지 않은 평균 연령 75세의 어르신들이 AI스피커 사용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어르신들은 AI 스피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설치돼 있지 않은 경우에 AI스피커를 2배 정도 많이 사용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ICT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이 컴퓨터 자판이나 그래픽 사용자환경(UI)에 비해 말로 하는 음성 UI를용이하게 사용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독거 어르신들의 서비스 사용 비중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FLO`(63.6%)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이어서 ▲감성대화 서비스(13.4%) ▲날씨(9.9%) ▲운세(5.0%) 순으로 나타났다.

이 서비스 이용자 709명을 대상으로 지난 4~7월까지 2차례에 걸쳐 설문조사를 실시해보니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돌봄 서비스 이후 이용자의 행복지수가 높아지고 고독감과 우울감은 낮아지는 망외의 소득을 거둔 것이다. FLO 음원서비스를 더 많이 이용할수록 감정이 풍부해지고 표현력이 향상되는 트렌드를 보임으로써 어르신들의 음악 감상과 실제 일상 생활이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입증되기도 했다.

SKT는 앞으로도 더 많은 기관과 지자체로 서비스 제휴 대상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시범사업의 고무적인 결과에 힘을 얻은 SK텔레콤은 10월부터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함께 독거 어르신을 대상으로 주거와 ICT 복지를 결합한 어르신 케어 서비스를 시작한다. 서울 강북구 번동과 노원구 중계동 LH임대단지 내 독거 어르신과 장애인 등 총 500세대를 대상으로 건강 관리 기능이 대폭 강화된 ‘행복커뮤니티-인공지능 돌봄’ 이라는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서울대 의과대학과 함께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AI기반의 ‘치매 예방’ 프로그램을 개발, 확산에 나선다. 5G시대에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가 독거 어르신의 외로움을 달래는 ‘친구’에서, 치매 예방 및 복약 지도 등을 수행하는 ‘어르신 건강 지킴이’로 서비스 영역을 확장한다.

치매 예방 서비스인 ‘두뇌톡톡’은 SK텔레콤과 서울대 의과대학 이준영 교수 연구팀이 협력해 개발한 것으로, AI 스피커 ‘누구’와 대화하며 퀴즈를 푸는 방식으로 구현됐다.

“아리아, 두뇌톡톡 시작해”로 호출하고, “준비되셨으면 ‘파이팅’이라고 말씀해 주세요”라는 스피커의 안내에 따라 “화이팅”을 외치면 프로그램이 시작된다.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는 어르신들은 무료 사용이 가능하다.

어르신들은 AI 스피커와 총 12가지 유형의 퀴즈를 풀어가게 되며, 개인별 퀴즈 완료 횟수 및 게임 진행 일자 등이 통계 데이터로 관리된다.

‘두뇌톡톡’은 현재 주요 대학병원과 전국의 병의원, 치매안심센터 등 100여 곳에서 운영되고 있는 인지 능력 강화 훈련 프로그램을 국내 처음으로 음성기반 AI 서비스로 구현한 것이다.

‘인공지능 돌봄’ 특화 서비스는 ‘두뇌톡톡’ 외에도 ‘소식톡톡’과 ‘건강톡톡’ 등을 새롭게 선보인다. ‘소식톡톡’은 행복커뮤니티 ICT 케어센터 또는 지자체(구청, 복지센터, 보건소 등)에서 특정 대상자 또는 그룹단위로 정보를 안내하는 서비스이다. 복지센터 이벤트, 복약지도·내원안내 등의 소식과 스피커에 대한 사용 안내, 폭염·장마 등 재난·재해 정보를 제공한다.

서울대병원에서 제공한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건강톡톡’은 어르신들의 관심사항인 만성질환(고혈압,관절염, 당뇨 등) 증상·진단·치료 방법을 포함, 응급처치·건강검진 관련 유의사항 등을 음성으로 알려준다. 신체건강뿐 아니라 심리적 건강 케어를 위해 ‘좋은생각 사람들’(잡지사)과 협업해 우리 이웃들의 따뜻하고 소소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준호 SK텔레콤 SV추진그룹장이 1일 기자설명회에서 AI 돌봄 서비스 강화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SK텔레콤과 약 100만세대 임대 주택을 제공한 LH와의 민관협력은 향후 취약 계층에 대한 주거 지원과 ICT지원을 보다 체계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두 회사는 1년간의 시범사업 결과를 분석해 LH형 서비스 모델을 개발한 뒤, 이를 전국 임대단지로 확대하고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준호 SK텔레콤 SV추진그룹장은 “15만 영구임대주택 중 30%가 홀몸 어르신 가구"라면서 "고독감과 외로움은 고령화 하고 있는 전세계 공통의 문제점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이준호 그룹장은 "과거의 사회공헌과는 달리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면서 동시에 수익도 내는 방안을 고민하다가 우리의 기술력이 해결할 수 있는 사회 문제에 눈길을 돌리게 됐다"면서 "단순한 사회공헌을 뛰어넘어 사회적 가치(Social Value)를 구현하면서 사회에 기여하는 방법을 찾아낸 셈"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그룹장은 "LH의 행복커뮤니티 프로젝트 동참을 계기로 더 많은 기관과 지방정부와의 협업관계를 확대해 나가도록 할 계획”이라며 ”데이터 분석 결과를 토대로 독거 어르신에게 맞는 맞춤형 콘텐츠도 지속적으로 개발·제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LH공사는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사회복지관·관리사무소 등 주거복지 인프라와 결합해 SK텔레콤의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의 효율성을 제고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H는 65세 어르신 대상으로 현장 돌봄 매니저를 선발(500세대 기준 40명)해 입주민에게 1:1 맞춤 케어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또 긴급상황 발생시 관리사무소 연계해 화재와 지진 등 비상상황 알림 서비스도 종합적으로 가동에 들어간다. 향후에는 영구임대단지 내 사회복지관에 취약계층을 위한 노인전문상담사를 배치할 방침이다.

박철홍 LH 주거자산관리처장은 "SK텔레콤측으로부터 먼제 제안을 받아 시범 사업을 했다"면서 "그간의 TV나 라디오 등의 미디어 일방향인 반면 인공지능 스피커는 양방향이라 독거 어르신 케어에 더욱 효과가 컸다"고 평가했다.

박 처장은 "추가 서비스 계획은 구체적으로 말할 단계는 아니지만 SK텔레콤의 인공지능 기술력과 LH의 주거복지 인프라를 결합하는 협력이 이뤄지면 시너지효과가 일어나 보다 나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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