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열대야 일수 감소로 에어컨·선풍기 등 여름가전 판매 부진

초미세먼지 여파로 공기청정기·건조기 등 사계절 신가전 부상

사진=LG전자 제공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올 여름 짧은 무더위가 여름가전 판매량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고농도 미세먼지 등에 따른 대기 변화로 건조기, 공기청정기 등 신가전 수요가 늘어났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올 여름 더위가 지난해 수준에 크게 못 미치면서 냉방가전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GfK는 예상보다 선선한 날씨에 6월 이후 에어컨 수요가 급감했다고 분석했다. 4,5월 온·오프라인 에어컨 판매량은 큰 상승 흐름을 보였지만 6월부터 수요가 꺾이기 시작했다.

5월 오프라인 에어컨 판매량은 21만5000대에서 6월 15만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온라인 판매량은 5월 11만6000대에서 6월 4만5000대로 낙폭이 더 컸다.

1~6월 에어컨 오프라인 총 판매량은 66만대, 온라인 판매량은 29만7000대 수준에 그쳤다. 5월에만 상반기 전체 에어컨 판매량의 35%에 해당하는 33만대를 팔았다. 하지만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된 6월은 19만5000대로 크게 떨어졌다. 온라인 판매량만 보면 5월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한 중견 가전업체 관계자는 “올해는 지난해와 비교해 덜 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올 여름 에어컨 판매량이 전년 대비 10~20%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에어컨 수요 상승 흐름이 급작스레 끊긴 것은 여름 폭염의 기세가 빠르게 꺾였기 때문이다. 기상청이 지난 3일 발표한 '2019년 여름철 기상 특성'에 따르면 올해 6∼8월 전국 평균 최고기온은 28.9도로, 지난해 30.5도보다 1.6도 낮았다.

올해 여름철 전국 평균 폭염 일수는 13.3일, 열대야 일수는 10.5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 전국 평균 폭염 일수가 31.4일, 열대야 일수 17.7일을 보인 것과 비교하면 크게 감소한 것이다.

상대적으로 선선한 여름 날씨로 이 기간 선풍기 판매량도 주춤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 공기청정기 '삼성 큐브'. 사진=삼성전자 제공
국내 선풍기 시장 1위인 신일의 올 상반기 선풍기 생산량은 약 195만대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생산량인 250만대와 비교해 약 30% 떨어진 수준이다.

올해는 전통적인 여름가전에 대한 수요는 감소했지만 초미세먼지 여파로 공기청정기 등 신가전에 대한 판매는 늘어나는 추세다.

웅진코웨이의 지난 1~7월 대용량 공기청정기 렌털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50% 늘었다. 쿠쿠는 올해 7~8월 공기청정기 판매량이 작년 동기 대비 107.9% 증가했다.

국내 공기청정기 판매량은 2017년 140만대에서 2018년 250만대를 돌파했다. 올해는 1가구 1공기청정기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300만대를 넘길 전망이다.

의류 건조기 또한 신가전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세먼지, 황사와 같은 유해물질 영향으로 세탁 후 실외 건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올 8월 건조기 판매량은 지난 1월 대비 약 3배 증가했다. 건조기 판매 비수기인 여름철에도 계절에 구애받지 않고 판매 호조가 나타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2015년 5만대에 불과했던 국내 건조기 시장은 올해 200만대 규모로 4년 만에 40배 이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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