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용 OLED 패널 생산라인 가동 지연, 중장기사업 전략 차질

중소형 OLED 패널 공급량 전망치 밑돌듯…애플 아이폰 감산 영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사진=LG디스플레이 제공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LCD(액정표시장치) 업황 부진으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LG디스플레이가 아이폰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공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중장기사업 전략이 심각하게 꼬여가는 양상이다.

당초 LG디스플레이의 중소형 OLED 사업은 당장 캐시카우가 될 것으로 보기 어려웠으나 중장기적으로 LCD 사업 부진을 만회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는 분석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의 고객사인 애플이 양산 승인을 지연하면서 LG디스플레이의 중소형 OLED 사업이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OLED로 체질 전환에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중소형 패널 사업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애플이 LG디스플레이의 제품 양산 승인을 지연시키는 가장 큰 이유는 아이폰 판매 부진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 4분기 애플의 아이폰 출하량은 6590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15% 감소했다. 올해 애플이 출시할 신형 아이폰도 고가로 출시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수요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말까지 LG디스플레이가 애플에 공급이 가능하다는 목표를 갖고 아이폰용 OLED 품질을 꾸준히 개선해왔다"며 "하지만 아이폰 수요가 줄어들면서 현재까지 오더가 내려지지 않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사진=애플 제공

애플과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삼각관계도 양산 승인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애플이 삼성디스플레이의 공급물량을 크게 줄인 상황에서 LG디스플레이에 대규모 물량을 주기엔 삼성-애플간 협업관계가 우위에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애플과 연간 1억대의 OLED 패널을 공급하기로 계약했지만 실제 공급한 것은 7000만~8000만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OLED 패널을 탑재한 신형 아이폰인 아이폰XS맥스와 XS 등이 흥행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올해 삼성디스플레이의 아이폰향 OLED 공급 물량은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업계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의 OLED 품질이 떨어져 애플의 승인을 받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며 "하지만 올해 아이폰 수요가 지난해보다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공급이 된다하더라도 터닝포인트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증권가는 올해 LG디스플레이가 중소형 OLED 패널을 약 1500만대 공급할 수 있다고 봤지만 실제 공급 물량은 이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LG디스플레이의 아이폰용 패널 생산이 지연되면 올해 적자부담도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LG디스플레이는 파주의 E6라인에서 아이폰향 중소형 OLED를 양산한다. 수요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고정비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은 LG디스플레이의 올해 연간 영업적자 규모를 319억원으로 전망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올 상반기 E6 가동과 함께 고정비 및 낮은 수율로 적자가 반영될 것"이라며 "상반기 E6-1라인이 가동되고 하반기 E6-2라인이 가동되면 고정비 부담이 더 증가한다. 수요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적자 부담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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