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투자금 20조원 인공지능·자동차전장 등 신사업 투자 가능성

자율주행사업 강화해 하만과 시너지 구상, 삼성넥스트 중심 스타트업 투자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삼성그룹이 3년간 180조원 신규 투자계획을 최근 밝힌 가운데 삼성전자의 인수합병(M&A) 실탄이 어느 곳으로 향할지 업계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해외 뿐 아니라 국내 기업에까지 투자가 기대되면서 자율주행·인공지능(AI) 등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이 주목받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의 신규투자 180조원 가운데 약 90%에 해당하는 160조원이 삼성전자에 배정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디스플레이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한 뒤 나머지 20조원을 5G·자동차전장 등 신규 사업에 투자할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은 들썩이고 있다. 픽셀플러스·에스모·넥스트칩·아남전자 등의 주가가 급등했다. 삼성이 지난 8일 '4대 미래 성장사업'으로 AI·5G·바이오·반도체 중심의 전장부품을 지목하고 이를 집중 육성키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이 중 삼성전자의 사업은 바이오를 제외한 3개 분야다.

특히 2016년 인수한 하만이 부진한 행보를 보이면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영역에 공격적인 투자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유력해 보인다. 하만은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텔레매틱스, 오디오 시스템 부문 선두주자 기업이다.

하지만 하만 인수 후 자동차전장 부문에서 삼성전자와의 시너지는 지지부진하다는 것이 대체적 평가다. 하만은 삼성전자에 인수되기 전보다 오히려 낮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하만은 매출 7조1000억원, 영업이익 600억원의 실적을 기록해 기대이하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만은 인포테인먼트, 텔레매틱스 등의 분야에 강점을 갖췄지만 레이더 MCU, 이미지센서 등 차량용 시스템반도체 영역과의 연관성은 깊지 않다. 자율주행 구현에 필수적인 자동차 비전 등에 강점을 갖춘 기업에 투자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따라 올해 초 증권업계는 삼성전자가 네덜란드 반도체기업 NXP를 인수할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다.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삼성전자 사옥. 사진=연합뉴스

퀄컴이 NXP 인수 기회를 놓친 상황에서 해외투자 비용 50조원 중 20조원을 해외기업 인수합병에 사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삼성은 2016년 하만 인수에 9조원의 자금을 투자했다. 지난해 글로벌 반도체 업계 인수합병 평균 금액이 13억달러(약 1조4742억원)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실탄을 넉넉하게 보유한 셈이다.

자동차전장 외 AI 분야도 경쟁력 강화가 예상된다. 삼성전자의 투자 자회사 삼성넥스트와 삼성벤처투자가 스타트업에 소규모 지분투자를 이끌고 있다.

특히 삼성넥스트가 투자한 인공지능 관련 기업은 △반사이 △오토메이티드인사이트 △브로드맨17 △대쉬봇 △케이엔진 △미싱 링크 △헬시파이미 △언바벨 △모빔 △바이케어리어스 △비브 랩스 등으로 전체 중 큰 비중을 차지한다.

미래 성장 가능성에 따라 향후 인수합병을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모바일 결제 솔루션 기업이던 루프페이(LoopPay)의 경우 지난 2015년 삼성에 인수돼 삼성페이의 근간이 된 바 있다.

이에 따라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국내기업 투자 가능성도 불거져 나오고 있다. 삼성의 AI 투자설이 나올 때 마다 주가가 상승하는 기업으로는 셀바스AI·에스모 등이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의 4대 미래 성장사업 발표 후 개인 투자자들이 일부 국내 기업을 두고 투자·인수 가능성을 강하게 거론하고 있다"며 "하지만 현재 단계에서는 대부분 시장에서 나온 이야기들로 판단돼 구체적인 근거는 없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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