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무라타 MLCC 20~30% 가격인상, 야게오 등 대만기업까지 확산 가능성

전기차용 제품 수요 늘며 공급부족 현상, 고부가가치 제품생산 투자 증가

사진=삼성전기 홈페이지 캡쳐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MLCC(적층세라믹콘덴서)의 글로벌 가격인상 도미노가 나타나며 삼성전기가 초호황기를 맞게 될 전망이다. 일본의 무라타가 최근 판매가를 크게 높인 가운데 삼성전기도 가격인상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13일 디지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글로벌 MLCC 1위 기업 무라타는 최근 MLCC 평균판매가를 20~30% 가량 인상했다. 18년 만에 이뤄진 최대 인상폭이다. 사물인터넷(IoT), 5G 통신, 자동차 전장 등 신산업에서 MLCC 수요가 쏟아지며 공급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MLCC는 전기를 일시적으로 저장했다가 필요한 곳에 전류를 공급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전자기기 내 부품의 집적도가 높아질수록 MLCC가 초소형·고용량화되며 수요가 증가한다. 일례로 2012~2013년 출시된 플래그십 스마트폰에는 500여개의 MLCC가 들어갔지만 지난해 출시된 제품의 경우 900~1000개가 들어갔다.

자동차 전장, IoT 등 고부가가치 산업에 들어가는 MLCC를 양산하는 기업은 무라타, 삼성전기, 다이요유덴 등으로 압축된다. 기술 난도가 높아 소수의 기업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만큼 급작스럽게 공급이 늘어날 수 없는 구조다. 무라타가 44%, 삼성전기 21%, TDK 15%, 타이요유덴 14%, 야게오 6% 순으로 글로벌 시장을 차지하고 있다.(지난해 매출액 기준)

최근에는 대만의 기업까지 이달 내로 MLCC 가격을 인상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며 삼성전기의 가격인상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다. 한 전자부품업계 관계자는 "해외 MLCC 업체들이 가격을 높이면 국내 기업도 이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며 "삼성전기도 MLCC 가격을 곧 인상할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대만의 디지타임스는 무라타의 가격인상 결정이 TDK, 타이요유덴 등 일본 기업 뿐 아니라 야게오 등 대만 업체들에까지 확산될 것으로 내다봤다.

경쟁사 제품의 가격이 상승하면 국내 기업 역시 고객사와의 가격인상 협의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가격조정은 업체, 공급량, 제품 스펙별로 다르지만 평균판매가가 상승한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삼성전기의 MLCC 평균판매가는 지난 1년간 20.1% 올랐다. 올해는 28.0% 상승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무라타와 제품군, 거래처 등이 달라 쉽게 가격인상을 따라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시장상황을 지켜본 뒤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기의 MLCC 사업은 회사가 영위하는 사업 중 수익성이 가장 큰 분야다. 삼성전기는 MLCC가 속한 컴포넌트솔루션 부문 외에 모듈솔루션, 기판솔루션 사업을 하고 있다. 삼성전기의 MLCC 사업 영업이익률은 2016년 7.9%에서 지난 1분기 20%를 달성했다.

전기차용 MLCC 등 고부가가치 영역에서 제품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삼성전기의 올해 하반기 MLCC 사업 영업이익률은 20% 중반까지 상승할 전망이다.

이같은 MLCC 호조로 전세계 스마트폰 판매 부진에 따른 모듈사업 및 기판사업 부문의 영업이익 부진을 상쇄하게 된다. 노경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MLCC 사업을 담당하는 컴포넌트부문 영업이익이 올해 7120억원을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보다 145% 증가한 규모다.

최근 삼성전기는 고부가가치 제품인 차량용 MLCC 생산을 위해 부산 사업장 내 IT용 MLCC 양산라인을 자동차용 MLCC 라인으로 전환하고 있다. MLCC 가격인상이 이뤄질 경우 고부가가치 제품 수요 증가에 따른 설비 등에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사 무라타가 290억엔을 들여 짓고 있는 MLCC 신공장은 내년 12월 완공될 예정이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시장에서 MLCC 수요는 증가하고 있지만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이에 따라 생산효율을 끌어올려 시장에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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