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애플 아이폰 AP 물량 TSMC에 뺏기며 삼성전기와 공조 강화

반도체 미세공정 한계 속 패키징 중요성↑… TSMC, InFO로 영향력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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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반도체 미세공정 한계의 대안으로 패키징 기술이 부상한 가운데 삼성과 TSMC간 주도권 경쟁이 불붙고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 사업부의 대형 고객사 중 하나인 퀄컴이 차기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양산을 TSMC에 맡길 것으로 알려지면서 후공정 분야가 파운드리 사업 경쟁력을 판가름하는 결정적 요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만 TSMC는 독자 개발한 통합 팬아웃(InFO, Intgrated Fan Out) 기술로 승기를 거머쥔 모습이다. 애플은 신형 아이폰에 들어가는 AP인 'A12'의 양산을 TSMC에 맡긴데 이어 차기 제품인 'A13'까지 물량을 줄 것으로 알려졌다. 미세공정의 진일보 뿐 아니라 패키징 기술 경쟁력이 주효했다는 게 업계 판단이다.

반도체 미세공정이 한계에 달한 상황에서 패키징 기술은 제품의 고성능화·초소형화·저전력을 실현하는 대안이다. TSMC가 애플의 신뢰를 받게 된 이유 중 하나는 과거 InFo를 활용해 애플 AP의 클럭 스피드를 크게 끌어올렸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28일 "애플은 아이폰 AP의 클럭 스피드가 온도 제약으로 인해 경쟁사 대비 뛰어나지 못해 고심했다"며 "이같은 상황에서 TSMC의 InFo를 통해 스피드를 20~30% 끌어올리면서 팬아웃기술이 주목받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형 고객사 두 곳의 AP 물량을 뺏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당분간 찬바람을 피하기 힘들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애플 A시리즈 AP 중 A4~A7까지를 양산했지만 A8부터는 TSMC가 물량을 상당 부분 가져가면서 입지가 좁아진 상태다.

과거 삼성전자는 후공정 분야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지만 최근 삼성전기와 팬아웃 방식의 PLP(패널레벨패키징)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는 등 전략 변화를 시도해왔다. 삼성전자가 Fo-WLP(팬아웃-웨이퍼레벨패키징)을, 삼성전기는 PLP에 주력하면서 상호보완의 구심점을 찾겠다는 전략이다.

PLP는 스마트폰용 초소형 반도체 시장 뿐 아니라 자동차, 사물인터넷(IoT)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기술이다. 시스템인패키징(SiP) 등 모듈 사업 측면에서도 강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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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P는 반도체와 메인 기판을 연결하는 패키지용 인쇄회로기판(PCB)을 사용하지 않고 반도체를 완제품에 적용한다. 사각형의 웨이퍼 패널을 잘라 작업하기에 원형의 웨이퍼에서 작업하는 WLP보다 생산 효율이 높다. 원형 테두리에 위치해 사각형 모양이 나오지 않는 부분을 버려야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삼성전기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모듈사업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스마트폰용 칩의 패키징보다는 IoT나 자동차 등 크기가 좀 더 큰 영역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삼성전기가 PLP를 바탕으로 SiP 모듈 사업을 확장함에 따라 삼성전자는 자동차 전장 등 미래유망 산업과의 시너지를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SiP는 하나의 기판에 음향·카메라·동작인식 센서 등 여러 개의 부품을 집약한다. 차량용 전자제어장치(ECU)나 웨어러블, IoT 제품 등에서 강점을 가져갈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의 PLP 공정은 400×500 사이즈로 추정된다. 기존 PCB 장비와 라인을 이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업계 관계자는 "TSMC는 전문 파운드리로서 노후된 반도체 장비를 패키징 라인으로 사용하는데 이점을 갖춘 기업"이라며 "삼성전자는 TSMC에 대적하기 위해 삼성전기와의 연합을 강화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의 세계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은 6.72%로 4위를 기록했다. 대만의 TSMC는 50.4%로 1위, 뒤이어 미국의 글로벌파운드리가 9.9%, 대만 UMC가 8.16%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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