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대 게임전시회 '차이나조이 2018' 8월3~6일 상하이에서

박근혜 정권 때 사드 배치로 경색된 한중관계…게임업계로 불똥

中 판호 주무기관 선전부로…美中 무역 갈등에 한국 게임 악영향

오는 8월 3일부터 6일까지 진행되는 차이나조이 2018. 사진=차이나조이 공식 홈페이지 캡쳐

[데일리한국 황대영 기자] 중국 최대 게임 전시회 '차이나조이 2018' 개막을 앞두고 국내 게임사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중국 내 게임 서비스에 필수 요건인 '판호' 신규 발급이 1년 3개월째 꽉 막혔기 때문이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차이나조이 2018'은 오는 8월 3일부터 6일까지 나흘간 중국 상하이 신국제박람회장에서 열린다. 차이나조이는 도쿄 게임쇼, 미국 E3, 독일 게임스컴과 함께 세계 4대 게임쇼 중 하나다.

그간 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이 주도로 개최하는 차이나조이는 매년 발전을 거듭해 PC온라인 게임과 모바일 게임, 콘솔 게임 등 플랫폼을 총망라하는 등 중국 게임 산업의 발전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척도가 돼 왔다.

특히 국내 PC온라인 게임에 영향을 받은 중국 게임 시장은 국내 게임업체들 입장에서는 '잭팟'을 위한 '기회의 땅'이기도 했다. 위메이드와 웹젠부터 지난해 중국 매출만 1조원을 넘긴 넥슨과 매년 수천억대 영업이익을 거두는 스마일게이트까지 모두 중국 시장과 밀접한 영향권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차이나조이에서 한국 게임은 찾아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직접 진출하는 한국 게임사는 1개사에 그쳤다. 카카오게임즈만 유일하게 B2B 부스 운영을 확정했을 뿐이다. 나머지 한국 게임업체는 파트너사를 통해 신작보다 기존 출시작 위주로 현장 프로모션 수준으로 진행 예정이다.

◇ 朴 정권 때 사드로 경색된 한중관계…게임업계로 불똥

3월까지 판호 비준을 담당한 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 사진=광전총국 홈페이지 캡쳐

중국 시장에서 막대한 수익을 거두는 국내 게임업체는 이미 과거에 진출해둔 게임으로 성과를 낼 뿐, 지난해부터 새로운 매출원 발굴이 어려운 상태다. 중국의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이 한국 게임에 대한 신규 판호를 내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은 콘텐츠의 생산 국가 및 기업의 소유주에 따라 내자 판호와 외자 판호로 나누어 비준한다. 한국산 게임은 외자 판호를 비준 받아야 중국 내에서 서비스를 할 수 있다. 판호가 없으면 중국에서 상업적인 서비스를 아예 할 수 없다.

올해 3월까지 판호 비준을 담당한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은 박근혜 정권 때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노골적으로 보복하기 위해 게임을 포함한 한국산 문화 콘텐츠에 대한 전면 외자 판호 비준을 거부했다. 2017년 3월부터 현재까지 한국산 게임의 외자 판호 비준은 '0건'이다.

이 같은 중국 주무기관의 사드 배치 보복은 문서로 명문화한 것이 아니라 구두로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국가적 대응이 어려울 뿐 아니라 개별 기업 입장에서도 중대한 리스크다. 강경한 입장으로 대응했다가 자칫 한중관계 복원 후 후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래서 중국 진출이 매우 어려워졌다는 것을 알면서도 국내 게임업체들에 판호에 대한 의견을 물으면 모르쇠로 일관하기 일쑤다. 속은 타들어가는 데도 겉으로는 내색조차 할 수 없는 형편이다.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나서도 제대로된 해결책은 없고 구두로 해결하겠다는 공수표만 돌아올 뿐이다.

이 때문에 중국 진출을 희망하는 국내 게임업체들은 중국 게임업체에 IP(지식재산권)를 통째로 넘기거나, 지분 51% 이상 매각으로 중국계 기업으로 변해 내자 판호로 우회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런 방식은 중국이 자금을 앞세운 약탈경제의 표본으로 불린다. 한국 게임업체에 단기간 수익성만 보장할 뿐, 중장기적인 성장 모멘텀을 보여주지 않는다. 대만 게임산업은 이런 식으로 한순간에 휩쓸린 사례다.

◇ 中 판호 주무기관 중앙선전부로…외교·정치적 색깔 더욱 짙어져

벽에 그린 중국 국기. 사진=픽사베이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면서 남북관계 해빙 무드 조성과 함께 중국과도 경직된 관계를 복원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게임업계에는 막연한 기대감만 남았을 뿐, 얼어붙은 판호 비준에 대한 소식은 1년 이상 전무한 채로 굳어 있다.

또 새로운 복병까지 등장했다. 중국의 판호 비준 주무기관이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에서 중앙선전부(이하 선전부)로 변경된 것이다. 개편 후 선전부는 신문출판관리 방면으로 중국 정부의 선전 작업 방침을 관철하고, 신문출판업 관리 정책을 입안 및 이행촉구, 신문출판 행정업무를 관리한다.

중국 현지 소식통은 선전부가 외자 판호 비준에 있어서 그간 행적에 비추어 보다 외교적, 정치적 색깔을 강하게 입힐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발표 이후 3월부터 판호 비준은 모두 중단됐다. 외자 판호는 2월 26일을 마지막으로 신규 발표가 나오지 않고 있으며, 내자 판호는 3월 30일 이후 모두 중단됐다.

특히 이번 개편을 주도적으로 담당한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는 개혁으로 중국 내 출판 활동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 사회주의 출판 사업 발전과 번영을 꾀한다고 발표했다. 출판 사업에는 오프라인 신문뿐만 아니라, 온라인 출판물과 방송 콘텐츠, 게임까지 모두 포함돼 사실상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의 권한을 모두 가져가는 것이다.

지난 4월 중국 현지 판호 대행사 관계자는 "2개월 이상 외자 판호 비준이 중단된 것은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에서 중앙선전부로 업무가 이관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중국은 수입 게임에 대한 판호 심사가 매우 엄격한 상황이다. 중앙선전부로 이관 후에도 이 같은 기조는 유지될 것"이라고 전했다.

◇ 美·中 무역 갈등으로 외자 판호 전체 악영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설상가상으로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으로 외자 판호 비준이 더욱 흐려졌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파워 게임에 한국까지 휩쓸린 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5일(현지시간) 500억달러(약 55조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5%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이에 즉각 중국 상무부도 성명을 내고 미국산 제품에 대해 동일한 규모로 보복 관세를 매기겠다고 대응했다.

중국은 사드 배치 보복으로 한국산 게임에 대한 판호 비준을 거부했을 때도 미국산 게임에 대한 외자 판호는 꾸준히 내줬다. 일부 국내 게임업체들은 이를 이용해 자회사인 미국 스튜디오에서 개발한 게임을 미국산으로 포장해 중국에 출시한 사례도 있다.

하지만 선전부 이관과 동시에 중국은 미국산 게임에 대해서도 철저히 막고 있다. 경색된 한중관계가 풀리면서 희망적인 상황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판호가 한중 정치·외교에 이어 미중 무역갈등까지 엮이면서 더욱 복잡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셈이다.

또 올 6월 초 중국 문화여유부는 판호와 함께 게임 서비스에 필수적으로 제출하는 문화부비안 신청까지 막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美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가 문화부비안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곧바로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표면상으로는 6월 중 중국 내 판호 프로세스 정리를 위해 문화부비안을 잠정 신청 중단한다고 알려졌지만, 공교롭게도 미중 무역 분쟁과 시기가 묘하게 겹친다.

국내 게임업계는 판호 비준에 이어 문화부비안까지 넘어야할 '허들'이 높아져, 중국 시장이 완전히 닫힐까 우려하며 한숨을 내쉬고 있는 형국이다. 중국 시장에 진출에 영향을 받고 있는 국내 게임업체는 넷마블, 넥슨, 엔씨소프트, 스마일게이트, 펄어비스, 위메이드, 웹젠 등 대형 게임업체부터 중소 게임업체까지 모두 포함돼 있다.

이와관련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판호 비준과 관련해 중국 정부기관과 접촉할 수 있는 자리에서 항상 요구하고 있다"며 "(판호 비준 거부는) 실체가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딱히 대응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고 전했다.

게다가 최근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보복 관세에 추가적인 2000억달러(약 220조원) 규모의 보복까지 검토 중이라고 밝혀 미중 무역 갈등은 무역 전쟁으로 확전될 기미까지 보이고 있다.

결국 미중 무역전쟁으로 비화되면 한국 게임은 판호 비준 거부가 사실상 장기화돼, 중국 시장 진출이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노덕규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미중 무역갈등 사이에 한국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내용과 관련해 알고 있다. 외교부는 관련 부처와 긴밀히 협의하고 또 필요한 외교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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