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텍·하이실리콘, 인공지능 기술 탑재 AP 출시 집중…중고가 스마트폰 중심 전략

올해 출시 AP 중 인공지능 탑재 제품 16% 비중 전망, 고성능 컴퓨팅 구현 가능해져

미디어텍의 '헬리오P22'. 사진=미디어텍 홈페이지 캡처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스마트폰을 앞세워 인공지능(AI) 생태계를 장악하기 위한 물밑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플래그십 스마트폰 뿐 아니라 중저가 제품에까지 인공지능을 구현하는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가 탑재되면서 부품 생태계의 변화를 야기할 전망이다.

최근 두각을 나타내는 곳은 중화권 반도체 기업이다. 대만의 미디어텍, 중국 하이실리콘 등이 인공지능 구현을 위한 AP를 속속 내놓으면서 거대한 흐름에 편승하고 있다.

13일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화웨이의 자회사 하이실리콘은 미드레인지급 AP인 '기린(Kirin) 710'을 오는 7월 출시할 계획이다. 대만 TSMC의 12나노 공정으로 양산된다.

중고가 스마트폰 채용을 겨냥했지만 NPU(신경망처리장치)가 탑재됐다. NPU는 인간의 뇌 신경망을 본 떠 제작한 반도체다. 탑재된 전자기기는 고도의 정보처리 및 연산작업이 가능해진다.

화웨이는 지난해 10월 '기린970'을 탑재한 메이트10을 출시한 바 있다. 7월 출시될 기린710이 중고가폰을 위한 AP라면 지난해 출시된 기린970은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채용되는 하이레인지급 AP다.

화웨이는 기린970을 통해 스마트폰의 인공지능 사물인식 기능을 향상시켰다. 이후 이를 기반으로 인공지능 플랫폼 하이키(Hikey) 970을 발표했다. 기린710을 통해선 중고가폰 중심의 인공지능 생태계를 리드한다는 방침이다. 화웨이는 미드엔드급 스마트폰을 주력으로 올해 총 1억4000만대의 스마트폰 판매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기린710은 퀄컴 스냅드래곤710의 대항마격이다. 스냅드래곤710 역시 퀄컴이 중고가 스마트폰 시장을 겨냥해 내놓은 AP이기 때문이다.

퀄컴 '스냅드래곤710'. 사진=퀄컴 제공

스냅드래곤 700 시리즈의 첫 번째 모바일 제품인 스냅드래곤710에는 인공지능 기능을 지원하는 고효율 설계가 반영됐다. 또 멀티코어 인공지능 엔진, 뉴럴 네트워크 프로세싱 기능이 탑재됐다. 삼성전자의 10나노 핀펫(FinFET) 공정으로 양산된다. 스마트폰 인공지능 생태계 선점을 위한 두 기업의 자리싸움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2억5000만개 이상의 스마트폰 AP에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됐다. 지난해 인공지능 기술이 탑재된 AP는 3%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16%로 확대될 전망이다. 전력 소모를 낮추면서 이미지·음성인식, 실시간 번역 등 데이터처리를 원활하게 하는 것이 초연결시대 스마트폰 기능의 핵심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이 스마트홈, 자동차 등 초연결의 중심에 서면서 또 다른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제한된 폼팩터에서 컴퓨팅 성능 확대를 위해 차세대 IT기술 도입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의 미디어텍도 흐름에 가세하고 있다.

미디어텍이 내놓은 AP '헬리오 P60' 역시 인공지능 기술을 탑재해 중고가 스마트폰 시장을 노린 제품이다. 멀티코어 인공지능 프로세싱 유닛과 미디어텍의 뉴로파일럿(NeuroPilot)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됐다.

TSMC의 12나노 핀펫 공정으로 양산된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샤오미, 비보, 오포와 같은 중국 스마트폰 벤더사들 제품에 채용되고 있다. 스냅드래곤710과 경쟁하는 제품으로 하이실리콘의 기린710이 출시될 경우 미들레인지급 AP 시장에서 접전이 예상된다.

아울러 미디어텍은 올해 하반기 헬리오 P60보다 인공지능 기술 수준을 한 차원 높인 AP를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고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영향력 확대를 위해 미드레인지급 AP 개발에 연구개발(R&D)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이실리콘의 '기린970'. 사진=화웨이 제공

헬리오의 라인업은 고가 제품을 겨냥한 'X' 시리즈와 중고가 제품에 채용되는 'P' 시리즈로 나뉜다. P시리즈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강화하게 될 전망이다.

최근 대만의 디지타임스는 익명의 디자인하우스 관계자로부터 얻은 정보를 인용해 "미디어텍이 올해 2분기 매출 20% 상승을 기대하고 있다"며 "이는 인공지능을 구현하는 헬리오 P60이 미디어텍을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강자로 만들 것이라는 예측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또 중화권 반도체 기업의 인공지능 기술 확대 적용과 관련해 "이는 중국 스마트폰 벤더사들의 인공지능 애플리케이션 탑재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3D얼굴·이미지인식과 같은 이미지처리, 음성인식, 실시간 번역 등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구현되는 기능이 스마트폰에서 보편화될 것이란 설명이다.

한편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AP 시장 점유율은 퀄컴이 42%로 1위를 기록했다. 뒤이어 애플 22%, 미디어텍이 15%를 나타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