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시장 환경이 확대되고 다양해졌는데 비전 제시못했다" 사퇴문

전직 인벤 재직자 "열정페이 강요·직원 사찰·사상검증·줄 세우기" 폭로

인벤 회사 소개서. 사진=인벤 홈페이지 캡쳐
[데일리한국 황대영 기자] 여성 우월주의에 대한 운영 미숙과 이용자 비방으로 논란에 휩싸인 인터넷 게임 커뮤니티 인벤에 대해 이번에는 경영갑질 폭로가 터졌다. 열정페이 지급과 임원진의 직원 사찰, 로열 패밀리라고 불리는 계급 문화 형성, 성추행에 가까운 워크숍 등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네번째 사과문에 이어 유인희 대표는 결국 5일 오후 3시 45분께 사퇴 입장을 발표했다.

유 대표는 사퇴문에서 “인벤은 지난 14년간 게임을 좋아하는 유저들의 사랑과 정성으로 성장해 왔다. 그러나 게임 시장 환경이 확대되고 다양해졌기에 회사의 비전을 제시하고 리드해 나갈 대표의 역할도 중요해졌다”며 “따라서 저의 역할은 여기까지가 맞다고 판단돼 오늘부로 대표이사직을 사퇴한다. 향후 역량 있는 대표이사가 부임해 회사를 이끌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4일 인터넷 게임 커뮤니티 루리웹에는 ‘인벤 다녔던 사람으로서 한 마디 하자면’이라는 인벤에 대해 다섯 가지를 폭로하는 글이 게재됐다. 해당 글은 다음 날인 5일 새벽 3시 7분에 추가 폭로가 이어졌으며, 5일 오후 1시 기준 조회수 7만3000을 넘어섰다. 폭로 글에 따르면 인벤은 최악에 가까운 근로환경에 노출돼 있다.

폭로한 작성자는 서두에 “과거 재직자 글을 보니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 지금 생각해보면 터질 게 터졌다는 생각이 든다”며 “그만큼 인벤은 내부에서 곪을대로 곪은 회사다. 인벤이 어떤 회사인지 제가 아는대로 말씀 드리겠다”고 과거 인벤에 재직했음을 밝혔다.

그는 대학생 시절 첫 회사로 인벤에 들어가게 됐고, 그곳에서 월급 100만원, 실수령 90만원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것도 4대보험을 가입하게 되면 급여가 더욱 줄어들어 임원진이 4대보험 가입보다 2대보험 가입을 권유해서 올랐다는 것이다. 열정페이에 가까운 급여를 제공함에도 불구하고 사장은 ‘니네 게임만 하는데도 월급주는 내가 고맙지 않아?’와 같은 소리를 했다고 털어놨다.

두 번째 인벤의 부조리로는 ‘뼛속까지 군대 문화 그리고 사내정치’를 꼽았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인벤은 철저한 기수 문화로 움직인다. 그에 따라 일부 직원은 신입사원에게 항상 군대 이등병처럼 움직일 것을 강요했으며, 신입이 들어오면 같은 악순환을 반복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문화를 만든 사람이 아직까지 인벤에 재직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그는 인벤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로열 패밀리’라는 사람들에게 잘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벤의 사람에 대한 평가 기준은 업무와 전혀 무관한 음료수 박스 나르기, 청소하기, 비위 맞춰주기 등 잡무를 먼저 나서서 하는 사람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일을 아무리 열심히 하고 노력해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사장이랑 술을 열심히 마시면 연봉도 오르고 승진도 한다”며 “능력은 중요하지 않고 (로열 패밀리에) 잘 보이는 게 무조건 중요하다”고 말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과거 인벤은 로열 패밀리라고 불리는 직원들에게 명함 뒷면이 붉은색, 그 아래 단계가 하늘색, 신입에게는 녹색 명함이 주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인벤 재직자라고 밝힌 폭로 글. 사진=루리웹 캡쳐

특히 그는 인벤에서 진행한 워크숍 장기자랑이 지옥 같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장기자랑을 위해 스타킹을 신고 화장까지 하고 사실상 여장을 한 그는 그 수치심을 아직까지 잊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워크숍에서 장기자랑을 하면 사장이 1만원, 3만원, 5만원, 10만원 적힌 판을 잘하는 직원에게 던진다. 그리고 (사장)옆에 앉혀 놓고 술을 마신다”며 “경영진은 사장이 그러면 제지할 생각을 해야 하는데 오히려 동조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한 그는 유인희 대표이사의 만행에 대해서도 폭로했다. 퇴근을 했음에도 대표가 부르면 술을 마시러 나가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유인희 대표는 직원들 연봉 평가가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는 것을 체계화해 조직정비를 하려고 했던 사람을 빨갱이, 반란군이라 몰아세워 내쫓고, 직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특정 직원을 지목해 무능력한 놈이라고 깎아 내리는 행동을 했다는 것이다.

5일 새벽에 추가로 폭로한 글에는 인벤이 내부 직원사찰까지 감행했다는 내용까지 포함됐다. 현재 인벤 임원으로 재직 중인 직원이 당시 내부 직원들의 사찰에 앞장서며 부조리한 군대문화 형성에 기여를 했다. 인벤은 사상검증과 직원사찰을 통해 걸린 직원을 내보낼 궁리까지 했다는 것이다.

폭로 글을 작성한 그는 “인벤은 절대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과 다르다. 열정페이를 강요하는 블랙기업이다”며 “사내정치가 심한 수준이 아니라 그냥 중세 봉건주의 왕과 귀족 그리고 농노 계급만 있을 뿐이다. 최저임금에 가까운 월급은 덤이다”고 요약했다.

또 “지금 이 사태는 밖에서 여왕이라 X아주지 내부에서 사장이라 X아주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안하무인 오만방자하게 행동했던 것들 모두가 지금 부메랑으로 돌아와서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유인희 인벤 대표이사는 4일 오전 4번째 사과문을 통해 2013년 이후 워크숍 장기자랑을 폐지했다고 전했다. 유 대표는 사과문에서 “과거 대표 위치에서 부족한 모습을 보여드렸던 일들이 회자되는 것을 보며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 인벤 대표로서 더 발전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노력하겠다”며 “이번 사건을 처절하게 반성하고 다시 인벤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껍질을 벗겠다. 통렬하게 과오를 반성한다”고 사과문으로 입장을 밝혔다.

5일 오후 3시 45분에 인벤 홈페이지에 게재된 유인희 대표이사 사퇴. 사진=인벤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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