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배인캐피털 조성 펀드에 대금 납부…인수절차 사실상 종료

도시바메모리, 낸드플래시 강화 및 상장 목표…SK하이닉스에 힘 실어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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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SK하이닉스가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의 도시바 인수로 낸드플래시 사업 성장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두 기업의 협력관계 강화로 낸드플래시 다음 세대의 반도체 사업도 구상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놨다.

SK하이닉스는 도시바메모리 사업 지분 인수를 위한 대금 납입을 완료했다고 31일 공시했다. SK하이닉스가 납입한 인수금액은 2조6370억9740만원이다. 인수 절차 최종완료 예정일은 6월1일이다.

이로써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의 도시바 인수는 지난해 9월 도시바 이사회가 메모리사업부 매각을 결정한지 8개월만에 종지부를 찍게 됐다. 미국과 중국간 무역분쟁, 채무상환에 따른 도시바의 재무 안정 등 불확실성이 고조된 것이 원인이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ZTE에 대한 제재 완화를 선포하면서 중국 측이 이에 대한 화답으로 인수를 승인한 것이 결국 마침표 역할을 하게 됐다.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의 도시바 인수로 향후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사업은 유리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IT 매체 아난드텍(Anandtech) 등 외신에 따르면 도시바메모리는 오는 7월 BiCS(96단 3D 낸드 기술) 3D 낸드 양산을 위한 팹을 신축한다.

일본 기타카미 시에 위치할 이 팹은 기존 팹6와 마찬가지로 생산성 향상을 위한 인공지능 시스템 등을 구축할 것으로 전해졌다. 2019년 여름 완공해 2020년 양산을 본격화한다는 목표다. 도시바메모리는 재무 상황에 숨통이 트이자 한동안 지연된 낸드플래시 투자에 고삐를 죄는 모습이다.

데이터센터 및 기업용 SSD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고사양 낸드플래시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이 팹은 웨스턴디지털과 합작투자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도시바메모리의 공장증설 투자에 SK하이닉스가 참여할 수 있다는 것도 예상 가능한 협력 시나리오다.

도시바메모리가 목표로 삼고 있는 3년 뒤의 상장 계획 역시 SK하이닉스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상장 시 SK하이닉스는 투자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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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적으로는 도시바의 지분을 더 확보하게 될 경우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장악력을 넓힐 수 있다는 가능성도 열어놨다.

독점 가능성에 따라 SK하이닉스는 도시바에 대해 향후 10년간 의결권 지분이 15% 이하로 제한되고 기밀정보에 접근하지 못한다. 하지만 낸드플래시 시대 이후 도시바와의 어떤 시너지를 낼지는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의 인수 시점과 맞물려 도시바메모리의 낸드플래시 사업도 호조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1분기 전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이 주춤한 가운데 상위 5개 기업 중 도시바메모리만 유일하게 선방했다.

시장조사기관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2위를 유지하고 있는 도시바는 지난 1분기 관련 매출이 30억4140만달러를 기록하며 직전분기와 비교해 9.4% 늘었다.

디램익스체인지는 "메모리 모듈 제조업체향 64단 3D 낸드플래시 공급이 증가한 것이 원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상위 5개 기업 가운데 도시바의 점유율은 지난해 4분기 17.1%에서 올해 1분기 19.3%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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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점유율 37%로 1위를 차지했지만 매출은 전분기보다 5.6% 감소해 점유율이 1%p(포인트) 하락했다.

3위인 미국 웨스턴디지털의 매출은 전분기 대비 9.8%, 4위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3.3% 줄었다. 5위인 SK하이닉스는 1분기 낸드플래시 매출이 15억4680만달러를 기록해 전분기 대비 13.9% 감소했다. 이에 따라 점유율은 1.3%p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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