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초단기간 승진·성과와 무관하게 4대 경영승계 내정

그룹 내 모바일·디스플레이 부진 숙제…신성장동력 확보도

LG전자 본사 사옥 트윈타워. 사진=LG전자 제공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23년간 LG그룹을 이끌어오던 구본무 회장이 지난 20일 별세한 가운데 LG그룹이 4세 경영의 닻을 올리고 있다.

구본무 회장의 양아들로 40세 총수로 급부상한 구광모 LG전자 상무는 업계에 비교적 덜 알려져 업무능력에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현재 구 상무에 대해선 경영능력에 검증된 것이 없다는 부정론과 함께 젊은 피 수혈로 4차 산업혁명시대에 공격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긍정론이 교차하고 있다.

현 정부 들어 그룹 총수의 세대교체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커지고 있다는 사실도 극복해야할 과제다.

구 상무의 초단기간 승진, 경영성과 없이 가족의 도움으로 3대 주주로 등극한 점 등이 비판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구 상무는 영동고등학교와 미국 로체스터 인스티튜트 공과대학에서 학업을 마치고 2006년 LG전자 재경부문 대리로 입사했다. 2007년 1년 만에 과장으로 승진했다.

승진한 구 상무는 그 해 바로 유학을 떠나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경영대학원 석사과정(MBA)을 밟았다. 하지만 중도에 이를 포기한 후미국의 스타트업을 거쳐 2009년 LG전자 미국 뉴저지 법인으로 재입사해 2011년 차장으로 승진했다. 실제 LG에서 업무 기간 3년 만에 차장으로 초고속 승진한 셈이다.

이후 2013년 4월에는 HE(홈엔터테인먼트)사업본부 선행상품기획팀에서 부장으로 승진했다. 이어 2014년 4월 지주회사인 LG의 시너지팀 부장으로 자리를 옮겨 같은 해 11월 상무로 승진했다. 2017년에는 상무 직급을 유지하면서 LG전자 B2B사업본부로 이동했다.

구 상무가 휴직하는 동안 LG주식 지분율이 꾸준히 늘어난 사실도 업무 성과와 무관하게 경영 승계가 내정돼 있었음을 시사하고 있다.

구 상무는 2007년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학 석사 과정에 입학한 후 중도에 그만뒀다. 그 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두 곳에서 약 1년간 근무했다. 하지만 구 상무가 LG를 떠나 있는 시기에도 승계를 위한 물밑 작업은 이뤄졌다. 구 상무가 2008년까지 휴직하는 동안 지분율은 2.8%에서 4.58%로 늘었다.

LG전자로 복귀하면서부터는 친아버지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과 고모부 최병민 깨끗한 나라 회장의 증여로 3대 주주가 되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구 상무의 지분은 지난 2009년 4.67%, 2010년 4.72%, 2013년 4.84%, 2014년 5.94%, 2015년 6.03%, 2016년 말 6.24%로 증가했다. 지배구조 측면에서 비교적 모범적이라는 평가를 받던 LG 역시 경영권 가족승계에서는 기존 전철을 답습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구광모 LG전자 상무. 사진=LG전자 제공

뚜렷한 경영능력을 보여준 적 없는 구 상무가 역동하는 IT·전자 산업에서 어떻게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지도 미지수다.

중국발 물량 공세에 밀려나는 디스플레이 산업, LG전자의 모바일 부문의 매출 부진도 그의 어깨를 짓누르는 요인이다. 선대 회장들은 모두 전자산업을 LG그룹의 주력으로 챙겨왔다.

우선 지난달 LG전자가 인수한 오스트리아 자동차 헤드램프 제조기업 ZKW를 통해 그룹사 시너지 발판을 마련하는 게 선결과제다. 일각에서는 IT업종에 관심이 많다고 알려진 구 상무가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과감한 인수합병 전략을 펼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공백기를 제외하고 약 10년간 LG에서 경험을 쌓은 그가 그룹의 중심 역할을 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구 상무는 여러 차례 보직을 이동하며 경영수업을 받았으나 경영성과 측면에서 뚜렷한 족적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또 LCD 디스플레이 업황 부진, ZKW 인수 작업 마무리 등 구 상무가 주도해 해결하기에는 굵직한 문제들이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LG는 오는 6월29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구광모 상무를 등기이사로 추천하는 안건을 상정한다. 구 상무가 이사로 선임된 후에도 전문경영인에게 당분간 경영을 일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LG그룹 관계자는 "그룹 내부에서는 구 상무를 충분히 검증이 된 인물로 평가하고 있다"며 "LG전자 뿐 아니라 ㈜LG 시너지팀에서 계열사를 들여다보는 일을 담당해 많은 경험을 쌓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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