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부상, OLED 수용 및 비용변화 '예의주시'

아이폰 OLED 공급 놓치며 이중고, 한상범 부회장 OLED 전략 차질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사진=LG디스플레이 제공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부회장이 OLED 수익·기술력 향상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 다시 한 번 전환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중국발 LCD 물량 공세, 애플향 중소형 OLED 공급이 좌초되며 초유의 위기를 맞고 있다. 23분기 연속 흑자행진이 깨짐에 따라 한상범 부회장의 결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한 부회장은 지난 5년간 LG디스플레이의 황금기를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2년 대표이사직을 맡아 적자상태인 LG디스플레이를 같은 해 2분기 흑자전환시키며 지난해 4분기까지 이를 유지해왔다.

1955년 6월 서울에서 태어난 한 부회장은 연세대학교 세라믹공학과를 졸업하고 LG반도체에 입사, 이후 미국 스티븐스대 대학원에서 금속공학 석사학위, 재료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뒤 LG필립스에서 IT사업부장과 TV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해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한 부회장은 지난해 3년간 OLED 패널 생산공장 증설에 20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전세계 디스플레이 상당수가 LCD에서 OLED로 대체될 것으로 보고 이에 올인하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올해 중국발 LCD 공세와 함께 중소형 OLED 부문에서도 애플을 놓치면서 내상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애플은 당초 삼성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LG디스플레이에 패널을 요청했지만 LG디스플레이의 OLED 제조상에 문제가 생기면서 다시 삼성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LG디스플레이는 25일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이는 사실에 기초한 내용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1분기 98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한 상태다. 같은 기간 매출은 5조6753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20% 하락했다.

LG디스플레이의 추락은 지난해 4분기부터 감지됐다. 중국 패널 업체들의 공급 증가, 원화 강세에 따른 악재 심화로 4분기 영업익은 455억원에 그쳤다.

LCD 디스플레이를 채택한 스마트폰이 늘고 있지만 수요를 중국 업체들에 뺏기고 있다는 사실도 악재다. LCD는 OLED보다 단가가 절반 정도 낮다. 중국은 TV용 패널에 이어 스마트폰용 제품에까지 우리나라를 제치고 올라선 상태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티안마는 저온폴리실리콘(LTPS) TFT LCD 패널 출하량 부문에서 1억500만대를 기록해 점유율 17%로 2위를 차지했다.

LG디스플레이는 2016년 2위에서 지난해 16%에 그치며 3위로 밀려난 상태다. LG디스플레이가 예상한 OLED로의 전환기가 늦어지며 과도기가 길어지고 있다.

지난 1분기 LG디스플레이 제품별 매출 비중을 보면 모바일 디스플레이 비중은 전분기 대비 6% 감소한 22%에 그쳤다. 노트북 및 태블릿 비중은 19%, 모니터 16%, TV는 43%를 기록했다.

LG디스플레이 파주 공장. 사진=LG디스플레이 제공

LG디스플레이는 2020년까지 LCD 및 OLED 투자를 업황 및 수익성 관점에서 조절해나갈 방침이다. 지난해 발표한 공격적인 투자 원칙에서 한 발짝 물러난 것으로 풀이된다. LG디스플레이는 "고객사들의 OLED 수용 수준 및 비용을 주시하며 OLED로의 전환속도를 최적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LG디스플레이는 이날 컨퍼런스콜을 통해 10.5세대로 예정된 파주의 P10 라인은 기존 방침대로 진행하되 기술적인 검증 및 시설투자에 대해서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한 부사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막다른 길에 도달한 것 같은 두려움을 극복하고 한 단계 더 나아가야만 진정한 글로벌 1등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완성품업체들의 OLED로의 전환 시기가 늦어지고 중국업체들이 LCD 분야 주요 플레이어로 부상함에 따라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조원을 투자해 OLED 패널에 올인하겠다는 한 부회장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LG디스플레이는 시장상황에 맞춰 국내 LCD 팹의 OLED로의 전환도 검토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뒀다. LG디스플레이는 "필요할 경우 LCD 팹의 OLED로의 활용도 검토할 것"이라며 "시장 상황을 고려해 선행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