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드플래시 사업협력 및 지배력 확대 늦춰지기도

中정부 견제로 매각 작업 지연…승인 2차 시한 넘겨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도시바 메모리 매각 일정이 지연을 거듭하면서 SK하이닉스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초 도시바와 낸드플래시 기술을 협력해 시장점유율을 높일 것으로 기대했지만 중국 정부가 승인을 지연시키면서 2차 시한도 넘길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13일 외신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도시바 메모리의 매각 계약을 위한 승인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키고 있다. 도시바 메모리 인수에 참여한 '한·미·일 연합'을 통해 SK하이닉스가 중국과 '기술 시차'를 벌리는 것에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도시바 메모리의 매각 계약을 완료하기 위한 시한은 오는 5월1일이다. 이를 위해 2차 승인 시점인 4월13일까지 중국 상무부 승인이 나와야 하지만 또 한 번 시기가 늦춰지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SK하이닉스는 향후 성장발판을 위해 도시바의 선진기술 확보 및 협력이 주요 과제다. D램 시장 세계 2위의 경쟁력을 갖췄지만 메모리반도체 중 낸드플래시는 관련업체가 꾸준히 기술투자를 진행 중인 영역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중국 칭화유니그룹까지 인텔과 손잡고 3D 낸드플래시 개발을 본격화했다.

업계 관계자는 "도시바 메모리 최고위급 관계자들은 사업부를 조속히 매각하겠다는 입장"이라며 "SK하이닉스와 도시바 메모리 간 낸드플래시 기술의 단순비교는 어렵지만 SK하이닉스는 양사 강점을 고려해 비즈니스를 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낸드플래시의 원조인 도시바는 뛰어난 컨트롤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컨트롤러는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제어해 데이터를 읽고 쓰고 저장하게 해주는 반도체다. 컨트롤러 기술 구현에는 수준 높은 로직 설계기술이 필요하다.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점유율은 5위를 기록했다. 점유율 11.2%로 삼성(38.3%), 웨스턴디지털(16.2%), 마이크론(11.6%)의 뒤를 잇고 있다. 지난해와 비교해 1.5%p(포인트) 증가했지만 D램과 비교해 다소 열세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또 SK하이닉스는 매출의 상당 부분이 D램에 편중돼있는 구조다. 매출의 약 76%가 D램 사업에서 나오는 만큼 D램 가격이 폭락할 경우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수익구조 다변화를 위해 낸드플래시 및 시스템반도체 영역으로 비중 확대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부문 매출은 전체의 22~23%를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미·일 연합이 도시바 메모리를 인수할 경우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기술성장 뿐 아니라 중국에 관련 기술 유출을 방지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낸드플래시는 단품 생산 뿐 아니라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UFS(범용플래시메모리) 등 솔루션으로 생산해내는 기술이 중요하다"며 "업체마다 다른 기술력을 갖고 있는 만큼 원천기술을 보유한 도시바 메모리 인수가 SK하이닉스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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