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AI에 5년 간 5000억원 투자…생태계 확장 박차

카카오, AI 플랫폼 '카카오 아이' 제휴사 확대로 시장 승부

[데일리한국 고은결 기자] 네이버는 왜 5년 간 인공지능 분야 연구개발에 5000억원을 쏟아부을까. 카카오는 왜 인공지능 생태계 구축에 팔 걷고 나섰을까. 국내 ICT(정보통신기술) 업계서 혁신의 최전선에 선 포털업계가 하반기 인공지능에 사활을 걸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포털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와 LG전자, 이동통신 3사 등이 일제히 인공지능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그러나 포털에 있어 인공지능 기술은 단순히 하나의 사업 분야나 보조적인 수단이 아니다. 포털은 각사의 인공지능 플랫폼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운용하고, 해당 분야의 경쟁력을 통해 성장 가능성을 평가 받는다.

인공지능 기술을 얼마나 잘 다루느냐가 이 회사의 미래를 가늠하는 척도로 여겨지는 것이다. 이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제시한 인공지능 분야의 청사진이, 각사의 하반기 사업 전략을 관통하는 배경이다.

◇인공지능, 포털 핵심 신사업으로 낙점

네이버는 올 하반기 자사의 서비스에 인공지능 도입을 전방위하게 확대할 것임을 공언했다. 앞서 네이버는 올초부터 향후 5년 간 인공지능 분야에 5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달 27일 진행된 2017년 2분기 콘퍼런스콜 당시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5년 간 인공지능 분야에 5000억원의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인공지능 연구소도 인수하고, 굉장히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네이버는 지난 6월 AI연구기관 제록스 리서치센터 유럽을 인수했다. 인공지능과 머신러닝 등 미래기술 연구 확대를 위해 제록스 리서치센터 유럽을 인수하고, 이를 통해 네이버랩스가 집중하고 있는 생활환경지능 기반의 기술 연구에 시너지를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네이버의 인공지능 통·번역앱 '파파고'의 서비스도 제록스 리서치센터 유럽 인수를 계기로 한층 개선될 전망이다. 한 대표는 "제록스 리서치센터 유럽에는 자연어 처리 전문가들이 포진했다"며 유럽어 번역 기술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네이버는 6월 말 '스마트보드'의 베타서비스를 시작했으며 7월에는 AI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이미지 검색 경험을 제공하는 '스마트렌즈' 서비스를 선보였다. 자체 개발한 음란물 필터링 AI 기술 '네이버 X-eye'도 이미지 부분에 적용했다. 이에 따라 부적절한 내용의 이미지가 네이버에 등록되면 이를 실시간으로 감지해 검색 노출을 막아준다.

하반기에는 사용자가 직접 촬영했거나 온라인에서 찾은 이미지를 검색창에 올리면 해당 상품이나 유사 상품을 찾아주고 구매까지 이어지게 하는 상품 이미지 검색에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다. 네이버는 다양한 데이터 학습으로 더욱 고도화시켜 현재 베타 테스트 중인 AI 비서 앱 '클로바' 등에 활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네이버는 인공지능을 '기반 기술' 측면에서 바라보고 있다. AI 기술을 통해 기존의 서비스들을 고도화하고, 사업방식 변화를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AI 기술이 검색이나 쇼핑 등과 별도가 아니라, '네이버 키보드', '네이버 이미지 검색' 등 기존 사업에 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이는 쪽에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기반 기술 측면으로 접근하다보니 당장 AI의 사업 분야에서 별도 매출이나 전망을 제시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올해 2분기,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하며 새 도약의 전기를 맞은 카카오의 신사업에서도 인공지능을 빼놓을 수 없다. 앞서 카카오는 지난 3월 인공지능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을 분사해 독립 법인으로 신설했다. 카카오는 하반기 통합 AI 플랫폼 '카카오 아이(I)'를 생활 밀착 서비스와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는 방침이다.

카카오 아이의 음성형 엔진(음성인식·합성 기술), 시각형 엔진(시각·사물인식 기술), 대화형 엔진(자연어처리 기술), 추천형 엔진(빅데이터 및 머신러닝 기반 추천 기술) 등 핵심 기술은 파트너 사의 필요에 따라 일부 또는 통합 제공된다. 카카오는 해당 서비스 및 제품에 '카카오 아이 인사이드(Kakao I Inside)' 인증 마크를 부여할 계획이다.

◇AI스피커·음악 서비스 분야 시작으로 본격 경쟁

카카오는 자사의 생활 서비스는 물론 외부 파트너 업체와 제휴해 다양한 형태의 제품·서비스로 선보인다. 구체적으로 3분기 출시 예정인 스마트 스피커 '카카오미니'를 비롯, 최근 도입이 확정된 현대기아차 제네시스 G70 등 다양한 외부 파트너사들의 서비스·제품에서 카카오 아이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제휴를 논의 중이다.

다음 달 출시되는 카카오미니는 국내 시장에서 네이버의 AI 스피커 '웨이브'와 정면 대결에 나선다. 카카오미니는 카카오가 개발한 AI 음성 인터페이스가 최초로 탑재되는 기기다.

카카오톡과 멜론, 다음 등 카카오의 서비스가 연동돼 이용자는 해당 서비스를 음성 대화로 이용할 수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미니를 시작으로 카카오의 AI 음성 인터페이스 적용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카카오미니와 경쟁하게 될 웨이브는 네이버의 AI 플랫폼 '클로바'를 탑재한 스피커다. 박상진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2분기 콘퍼런스콜 당시 "웨이브는 대화와 음악추천, 검색, 퀴즈 등을 잘 할 수 있어 타사 경쟁 상품과 차별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웨이브는 지난달 14일 일본에서 한정 예약 판매를 시작했으며 국내에서는 이달 중 정식 발매될 것으로 알려졌다.네이버는 11일 정오에 열리는 이벤트 웹사이트에서 네이버뮤직 1년 무제한 듣기 이용권(9만원)을 구매하는 고객에게 선착순으로 웨이브를 증정하는 행사를 열었다.

카카오 또한 이날 AI 음악검색 서비스 '멜론 스마트 아이(I)'를 공개했다. 멜론 스마트 아이는 카카오 아이의 음성인식 엔진과 멜론의 빅데이터를 통해 높은 검색 정확도를 자랑한다. 멜론 스마트 아이는 검색 및 재생은 물론, 기분과 상황에 맞는 음악 선곡을 제공하는 '음악 특화 비서'라고 할 수 있다.

업계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스마트 스피커와 음악 서비스를 시작으로, 결국 각사가 구축한 인공지능 플랫폼 생태계의 격돌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AI 생태계 확장 측면에서 어느 기업이 더욱 빠르게 데이터를 확보하며 제휴사와 활발한 협업을 펼칠 지 주목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포털들이 AI 인재 모시기에 상당히 공 들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는 인공지능이 확실한 새 엔진이 됐다는 것"이라며 "특히 AI 기반기술 생태계 선점을 위한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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