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대 신광철 교수팀 "'추천·이어보기' 등 UI에서 게임 원리 활용"

유명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넷플릭스'가 게임적 요소를 활용해 사용자들이 자사 드라마를 한 번에 10여 편씩 몰아보도록 유도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드라마 보기를 게임의 '미션'(임무)처럼 인지하도록 만들어, 특정 작품을 다 보면 해당 게임을 잘 끝낸 것처럼 성취감을 느끼게 해준다는 것이다.

몰아보기 행위는 넷플릭스의 최고 인기 요인 중 하나다. 넷플릭스는 '하우스 오브 카드' '기묘한 이야기' 등 블록버스터급 독점 드라마를 단 하루에 시즌(10여편) 단위로 올린다.

이는 매주 1회씩 방영분을 내보내던 종전 TV와는 다른 전략으로, 국내에서도 이렇게 쏟아지는 넷플릭스 방영작을 한 번에 몰아보는 '넷플릭스 정주행'이 젊은 층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

16일 IT(정보기술) 업계에 따르면 한신대 신광철 교수팀(디지털문화콘텐츠전공)은 넷플릭스의 드라마 몰아보기 과정을 연구해 '드라마 추천 시스템' 등 주요 조작체계(UI)에서 게임적 요소가 녹아 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신 교수팀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추천 시스템은 사용자의 과거 시청 행태를 다각도로 분석해 개인 취향에 맞는 '볼만한 작품'을 즉석에서 뽑아준다.

추천의 정확도가 높은 데다 봐야 할 드라마를 제시하는 다자인도 깔끔해 사용자는 이를 자연스럽게 게임의 도전 과제처럼 여기게 된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사용자가 이렇게 미션을 수락해 드라마의 첫 에피소드를 보면 넷플릭스는 별 조작이 없을 시 매끄럽게 후속편을 이어 재생하고, 시청자가 전체 방영분 중 얼마까지를 봤는지 '정주행 경로'를 정리해준다.

신 교수팀은 이렇게 드라마 에피소드를 하나씩 정복하는 과정이 게임의 '레벨'(Level)을 올리는 경험과 흡사하다고 분석했다.

또 드라마 팬끼리 시청 단계를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면서 정주행에 더 몰두하는 일이 잦다고 전했다. 온라인 게임에서 다른 사용자와 경쟁하면서 재미가 느는 것과 비슷한 대목이다.

연구진은 "넷플릭스 드라마는 광고가 없고 방영주기를 신경 쓸 필요도 없어 기존 TV 드라마와 다르게 지난 내용의 반복·요약이 없고 더 과감한 스토리 전개가 가능하다"며 "이런 드라마의 특성 덕에 몰아보기 미션의 내적 보상인 '성취감'이 더 커지는 효과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처럼 게임 외의 다른 서비스에서 게임의 몰입 경험을 구현하는 작업을 학계에서는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게임화)이라고 부른다. 게이미피케이션은 현재 국내에서도 학교, 기업, 정부, 금융, 유통 등 분야에서 도입 연구가 활발하다.

이와 관련해 넷플릭스 관계자는 "UI에 게이미피케이션을 의도하진 않은 것으로 안다. 한 번에 대량 업데이트되는 고급 콘텐츠를 광고 없이 볼 수 있다는 특성 때문에 몰아보기가 관행으로 정착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게이미피케이션 메커니즘을 기반으로 한 드라마 몰아보기 시청행태 분석: 넷플릭스 사례를 중심으로'란 제목의 논문으로 최근 글로벌문화콘텐츠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됐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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