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센트 행사 취소에 분위기 냉각…게임업계, '판호' 발급 금지설에 긴장

중국 진출 가전·스마트폰 업체는 현지 소비자 불매운동 가능성에 촉각

반도체·디스플레이·통신 등 이른바 '사드 무풍지대'도 상황 예의주시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고은결 기자]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 수위가 높아지며 국내 산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중국의 '사드 몽니' 여파가 확산하며 무풍지대로 여겨진 업종도 완전히 안심할 수는 없다는 분위기다.

9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중국 최대 게임사인 텐센트는 광화문에서 진행 예정이었던 마케팅 상품 발표회를 행사 이틀 전인 지난 6일 돌연 연기한다고 알렸다.

텐센트 측은 이번 조처가 행사를 주재하는 자사 임원의 개인 사정이라고 해명했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사드 사태의 여파가 아니냐는 추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여기에 국내 업계의 최대 수출 시장 중 하나인 중국이 한국 게임에 대한 신규 '판호(인허가)'를 발급하지 않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며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중국 판호 발급을 중단하지는 않아도 판호 심사 기준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실제 중국 정부가 한국산 게임에 대한 판호 절차를 중단했는지는 아직 불명확한 상태다. '리니지2 레볼루션'의 판호 절차를 진행 중인 넷마블게임즈와 '리니지 레드나이츠'의 판호 신청을 준비 중인 엔씨소프트는 인허가 절차와 관련해 변동 사항이 없다는 입장이다.

판호 규제에 지나치게 예민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호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미 중국에서 출시돼 서비스 중인 게임에 대해서는 (판호) 규제가 가해지지 않는다"라며 "반한(反韓)감정에 근거한 매출 감소가 아니라면 순수하게 이번 규제로 인한 중국 서비스 게임들의 매출 감소로 이어질 개연성은 거의 없다"고 진단했다.

정 연구원은 이어 "현재 국내 게임사들의 중국시장에 대한 노출도 자체가 크지 않다"라며 "중국의 국민게임인 크로스파이어를 개발한 스마일게이트 등을 제외하면 엔씨소프트도 대중국 매출 비중은 10% 미만"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는 당장 사업상 문제가 없어도 언제 후폭풍이 찾아올지 몰라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전자업계도 노골화 되고 있는 중국의 경제 보복 불똥이 튈라 예의주시하고 있다. 생활가전의 경우, 현지 소비자들의 반한 감정으로 인한 불매운동을 걱정하고 있다.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들 또한 사드 후폭풍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다만 한국산 스마트폰은 이미 중국 토종 기업들에 밀려 중국 시장 내 입지가 높지 않아 사드 보복으로 인한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5%에 그쳤으며 같은 기간 LG전자의 점유율은 0.1%에도 미치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발 사드 보복으로 인한 후폭풍이 당장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적지만, 지속적으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중국의 한국산 의존도가 높아 당장 사드 보복조치에 고심할 가능성은 적어보인다. 특히 반도체는 사드 보복 사태를 비켜갈 확실한 '무풍지대'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세계 D램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혹시라도 무역 보복을 감행할 시 중국이 자체 생산할 수 없는 IT부품·소재에 대한 수요를 메꾸지 못해 현지 기업이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동통신 시장도 내수 사업이 주축이므로 사드 보복 여파에 가장 안전한 업종으로 꼽힌다. 다만, 신사업 진출 및 중국 기업과의 협력에서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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