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노트7’ 충격과 조기 등판한 JY, 묵직한 과제들 차분히 풀어내야


‘갤노트7’ 리콜 등 신뢰회복 최우선…책임경영 통해 ‘새로운 출발’

삼성 이재용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가을 이맘쯤 ‘야구광’으로 행복한 시기를 보냈다. 삼성라이온즈는 정규리그 8회 우승 중 5년 연속우승, 한국시리즈 통합우승 4회 등 대기록을 보유한 명문구단이다. 2015년 정규시즌 우승에 이어 한국시리즈(KS)를 놓고 두산과 자웅을 겨루던 2015년 10월 29일, 이 부회장은 KS 3차전에 어머니이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부인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과 이 부회장의 여동생인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과 함께 잠실구장을 찾아 응원할 정도로 여유가 있었다. 비록 두산에 패했지만 우승의 여흥을 두산이 잠시 즐기도록 하겠다는 심정으로 아낌없이 박수를 쳐주기도 했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 홍라희 여사, 이서연 삼성물산 사장 등 삼성 일가와 임원진이 지난해 10월 2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3차전 삼성과 두산 경기를 관람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 2016년 삼성의 프리미엄 폰 갤럭시7의 성공적 데뷔에 이어 신병기 ‘삼성 갤럭시노트7’이 8월 19일 국내외 10여 국에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등장했다. 세계 최초의 홍채인식 보안 솔루션과 방수·방진 기능, 강화된 S펜을 탑재한 기술로 스마트폰 시장을 평정할 듯 기세등등했다. 삼성 관계자는 “주문 폭증에 제품 공급 지연으로 죄송하고 안타까운 마음”이라는 ‘행복한 사과’까지 발표했다. 갤노트7 발표 후 구름을 탄 듯한 5일간의 행복충전 여행이었다. 그러나 8월 24일 오전 한 네티즌이 갤노트7이 충전 중 폭발했다는 주장을 제기하는 순간 축제는 끝나버렸다.

[데일리한국 최영운 기자] 삼성전자 이사회가 지난 12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등기이사로 추천했다. “미래 성장을 위한 과감하고 신속한 투자, 핵심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사업재편, 기업문화 혁신 등이 추진돼야 하는 상황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이사 선임과 공식 경영 참여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삼성그룹의 위기상황을 직감하며 긴급히 조기 등판을 요청한 것이다. 평소 야구를 즐겨보며 응원한 위치에서 이제 직접 그라운드에 올라 ‘1구(球) 전심(全心)’의 심정으로 그룹을 직접 관리하며 성장시켜야 할 수장이 된 것이다. 이 부회장은 다음달 27일 삼성전자 임시주주총회에서 이사회 구성원인 사내 등기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발화된 삼성 갤노트7. 사진=연합뉴스

◇ ‘무결점DNA’로 갤노트7 리콜 파고 넘어야

삼성전자의 질적 성장은 제품 리콜로 출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건희 회장은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삼성그룹의 임직원 회의에서 “불량 제품에 실망한 소비자들이 제품을 외면할 경우 회사가 망할 수도 있다”며 불량품 제로를 선언했다. 하지만 1994년 10월 애니콜의 첫 제품인 SH-770을 출시해 수개월 만에 시장점유율 30% 장악에도 불구하고 불량률이 11.8%에 이르렀다.

이 회장은 판매된 휴대폰을 새 제품으로 교환해 주고 회수된 15만대를 모든 직원이 보는 앞에서 불태웠다. 1995년 3월 9일 구미공장에서 500억원에 이르는 ‘휴대폰 화형식’을 통해 품질 최우선주의 의지를 다졌다. 이 회장의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는 1993년 신경영 선언을 실천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9년에도 자발적 리콜을 단행했다. 2009년 10월10일 경기도 용인의 한 아파트에서 지펠 냉장고가 폭발해 다용도실 유리문과 창문이 깨지는 등 피해가 발생하자 지펠 냉장고 양문형 냉장고 21만대 리콜을 결정했다. 당시 국내 백색 가전업계의 리콜로는 최대 규모였다.

그 후 21년이 흐른 2016년 9월 삼성 갤노트7의 결함이 발견되자 이 회장의 ‘무결점DNA’를 물려받은 이재용 부회장은 250만대 전량 리콜과 국내외 사용중지란 극약 처방을 내렸다.

이제, 이 부회장은 갤노트7의 결함 파문을 하루빨리 수습하고 삼성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이 부회장이 당장 해결해야 할 첫 번째 과제는 갤노트7 문제 해결이다. 삼성전자는 9월 2일 제품 리콜을 발표하며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9일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가 사용중지 권고를 내리면서 삼성의 안일한 대응이 역풍을 맞았다. 캐나다 정부는 13일 국가 차원의 갤노트7 공식 리콜을 결정했다.

이번 리콜 사태는 애플의 아이폰7과 7플러스, LG전자의 V20 등과의 글로벌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갤노트7은 지난달 19일 출시직 후 소비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으나 배터리 결함으로 그 후 제품 판매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16일 신모델을 출시한 애플과 29일 V20을 내놓을 LG전자 등의 활약을 지켜봐야만 하는 실정이다.

◇ 갤노트7 제품 결함 수습 국면 … 새 ‘카드’가 필요하다

미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는 15일(현지시간) 삼성 갤노트7에 대해 공식 리콜을 발령한 가운데 삼성의 리콜 과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보도가 잇따랐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Fortune)은 16일 “비평가들은 틀렸다. 삼성은 갤노트7 리콜을 잘 처리했다(Critics are wrong: Samsung handled Galaxy Note 7 recall just fine)”고 평가했다. 이 매체는 한 달 정도 지나면 이 리콜을 처리하면서 삼성의 평판에 입은 손상은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에서 공식 리콜이 발령된 갤노트7

뉴욕타임스(NYT)도 “거대하지만 빠른 리콜이 될 예정이었다”며 처음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규모의 리콜을 신속하고 결단력 있게 결정했을 때는 찬사를 들었다고 설명했다.

맥쿼리증권은 “삼성이 문제가 있는 휴대전화를 새 제품으로 교환해 주는 등의 노력은 하고 있지만, 손실을 잘 억제해왔다”며 “이번 배터리 문제는 일회성으로 끝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배터리 발화 우려가 있는 초기 생산 제품을 전량 수거하고 문제가 해결된 새 제품을 고객에게 지급하는 ‘교환 프로그램’을 한국에서는 19일, 미국에서는 21일 개시했다. 또 다른 10여국에서도 9월 하순 또는 10월 초순부터 이 프로그램을 시작할 예정이다.

배터리 결함이 해결된 새 생산물량이 공급됨에 따라 갤노트7의 일반고객 상대 정상판매가 국내에서는 28일부터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갤노트7의 정상 판매가 나라별로 9월 말 또는 10월 초에 재개되고, 그간 배터리 결함 사태로 연기됐던 유럽 시장 출시 등도 10월 초께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갤노트7 리콜 발표 후에 발생한 최근 2건의 발화사건 중 중국의 배터리 폭발 사고는 블랙컨슈머의 자작극으로, 미국에서의 전소 사건도 발화 원인을 갤노트7로 볼 수는 없다고 결론지었다.

앞으로 추가 사고가 없고 리콜과 함께 갤노트7 판매가 정상적으로 이뤄진다면 삼성의 스마트폰 리콜 사태는 최악의 악몽기간을 벗어나 수습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출시된 애플의 아이폰7. 사진=연합뉴스

김지산 키움증권 기업분석팀장은 “삼성의 발빠른 갤노트7 리콜 조치로 최악의 상황은 벗어나고 있다”며 “하지만 아이폰7 출시와 맞물려 미국 등 국내외 시장에서 판매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했다. 김 팀장은 “향후 출시 될 갤럭시8에 세계의 관심이 더 쏠릴 수밖에 없는데 부품 공급망 재점검 및 신뢰제일을 위해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삼성은 한국인만의 기업도 아니고 스마트폰만을 위한 브랜드도 아니다. 삼성의 장점은 ‘반도체-휴대폰-가전’을 중심으로 한 안정적 포트폴리오다.

일본의 도요타는 2009년 미국에서 급발진 사태로 960만대를 리콜 조치하고 4600억엔(약 5조원)의 영업 손실을 보면서 위기를 맞았을 때 전격적으로 오너 경영체제를 도입해 위기를 탈출했다.

한 달 후면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의 전면에 정식으로 구원 등판한다. 최근 갤노트7 배터리 발화로 출발한 250만대 전량 리콜, 국내외 사용중지 권고 등의 브랜드 타격을 만회할 ‘이재용식 카드’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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