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취지에 맞게 무난히 안착 중

일부에선 소비자 부담·불법 보조금 여전…단통법 효과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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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한국 신수지 기자] 시행 6개월을 맞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단통법은 휴대전화 기종별로 구매 지원금(보조금)을 일괄적으로 공시해 소비자들이 어디서나 동일한 혜택을 받도록 하는 제도다. 보조금 상한선은 30만원이고, 이 금액의 최대 15%까지 대리점·판매점에서 추가할 수 있다. 종전에는 같은 제품을 누구는 비싸게 사고, 누구는 싸게 사는 일이 벌어졌기에 이러한 차별을 없애고, 가계통신비를 인하하겠다는 게 정부의 입법 취지였다. 이해관계자의 입김에 따라 입법 과정이 순탄치 않았던 이 법은 시행 후에도 찬반 양론이 극단으로 갈리며 연일 이동통신시장을 뜨겁게 달궜다. 상황은 지금도 비슷하다. 정부와 시장 일각에서는 애초 우려와 달리 단통법이 무난하게 시장에 연착륙했다는 긍정적 평가를 내놓고 있는 반면, 일각에서는 아직도 소비자 부담이 오히려 가중되고 있다는 예기도 나온다.

주무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가 내놓은 통계에 따르면 3월 기준 이통서비스 평균 가입 요금은 3만 6,702원으로 단통법 시행 전인 작년 7∼9월(4만 5,155원) 대비 18.7% 하락했다. 5만원대 이하 중저가 요금제 비중이 66.1%에서 90%로 커진 반면에 6만원 이상 고가 요금제 비중은 33.9%에서 10.1%로 하락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단통법으로 요금대별 단말기 보조금 격차가 크게 줄면서 소비자들이 실용적인 이통 서비스 소비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단말기 보조금을 더 많이 받고자 무작정 고가 요금제를 선택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자신의 이용 패턴에 맞는 요금제를 찾아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불필요한 통신비 지출을 조장했던 부가서비스 가입 비중이 37.6%(2만 1,972건)에서 16.4%(8,831건)로 내려간 것도 정부가 주목하는 통계다. 정부는 이를 근거로 단통법이 고공행진을 거듭하던 가계통신비를 어느 정도 끌어내렸거나 최소한 상승 추세에 제동을 걸었다고 자체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단통법 효과가 아직 소비자가 체감할 정도의 수준이 아니다"라면서 상반된 평가를 내리고 있다. 정부는 애초 단통법 시행으로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가 소모적인 보조금 경쟁 대신 품질·서비스 경쟁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을 내놨다. 법 시행 초기에는 이러한 전망이 어느 정도 들어맞는 듯했다. 이통 3사는 지난해 10∼11월 가입비와 위약금을 폐지하고 소비자 부담을 낮춘 신규 요금제를 내놓는 등 시장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그 이후부터 최근까지는 소비자가 감응할 만한 획기적인 서비스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법 시행 초기 이통 3사가 선보인 소비자 혜택이 정부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깜짝쇼'가 아니었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단말기 구입 부담도 크게 줄지 않았다. 단말기 출고가 인하는 출시가 오래된 기기 위주가 되고 있고, 보조금도 시간이 갈수록 하향 평준화되며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통사들의 불법 보조금 경쟁도 다시 고개를 들었다. 작년 11월 초 아이폰6 대란이 터진 데 이어 올 1월에는 이통사 주도로 불특정 다수에게 불법 보조금이 뿌려졌다. 최근의 시장 과열 경향을 보면 이통사가 주도적으로 불법 보조금을 살포하기보다 유통점에 대한 판매수수료(리베이트)를 높여 간접적으로 불법을 조장·방조하는 방식이다. 소비자가 단말기를 구입할 때 정상가를 지불하고 차후 보조금 성격의 돈을 송금받는 '페이백'도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이 밖에 규제기관이 불법으로 규정한 우회 보조금 범위를 지나치게 넓게 잡아 소비자 혜택을 외면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고폰 선보상제와 가족 결합 포인트제도의 종료 등이 대표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단순히 규제를 강화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며 "소비자가 제대로 된 혜택을 받으려면 규제기관이 좀 더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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