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수감자들의 사면이나 가석방이 이뤄지는 8·15 광복절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올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화두다. 이 부회장은 이례적으로 사면론과 가석방론이 동시에 언급된다. 재계의 ‘글로벌 반도체 패권 전쟁을 지휘할 장수가 필요하다’는 논리가 먹혀든 모양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가석방 예비명단에 포함됐다. 서울구치소는 최근 이 부회장을 포함한 ‘광복절 정기 가석방’ 심사대상 명단을 법무부에 제출했다. 이 부회장은 오는 28일 복역률 60%를 채우면서 가석방 요건 기준을 충족한다. 가석방심사위원회가 대상자를 결정하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최종 확정한다.

당초 사면 얘기만 나오던 이 부회장 거취 문제가 가석방으로 번진 건 정치권이 불을 지피면서다. 특히 가석방론을 주장해온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0일 삼성전자 화성캠퍼스를 방문해 가석방 시기를 명확하게 언급하며 “(정부가) 반도체 산업의 요구, 국민 정서 등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여당 대표가 사면 대신 가석방을 주장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먼저 사면권을 가진 문재인 대통령의 부담을 줄이려는 의도가 읽힌다.

문 대통령은 ‘뇌물·알선수재·알선수뢰·배임·횡령’에 대한 양형 강화와 대통령 사면권 제한을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뇌물·배임·횡령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고 재판이 진행 중인 이 부회장은 사면 대상자가 될 수 없다. 가석방 주장은 현재까지 경제인 사면이 아직 한 건도 없는 문재인 정부가 임기 막판에 약속을 어기게 되는 일을 방지하려는 차원이다.

국정농단 사태로 실형을 선고받은 이 부회장이 또 다른 재판을 진행 중인 것도 송 대표가 가석방에 무게를 싣는 이유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재판은 아직 1심 판결도 나오지 않았다. 이 부회장이 사면으로 풀려난 뒤에 다시 실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남아 있는 것이다. 이 부회장이 수감될 때마다 사면을 요구하는 건 재계도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럼에도 재계가 줄곧 사면을 요구하고 있는 까닭은 현재 이 부회장의 경영 활동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사면은 형의 효력을 상실시킬 수 있지만, 가석방은 구금상태에서 임시로 풀려나가는 것으로 경영활동 과정에 제약이 있다. 법무부는 이 부회장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에 따라 향후 5년 간 취업할 수 없다고 통보한 상태다.

재계는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등 경제·산업 여론을 주도하는 경제단체 수장들을 중심으로 사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재계 인사들은 지난 4월부터 문 대통령, 김부겸 국무총리, 홍남기 경제부총리,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 등 행정부 최고위층을 만나며 거리를 부쩍 좁혀왔다.

재계 한 관계자는 “가석방은 의미가 없다”면서 “조건부인 가석방 대신 제한 없는 경영 복귀가 가능한 사면을 통해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반도체 산업 경쟁력 확보를 도모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경제 회복을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고 있는 문 대통령이 삼성전자에 힘을 실어주는 차원에서 ‘깜짝 사면’을 단행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 다만 이 경우는 문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에 따른 사면이기 때문에 ‘재벌 특혜’라는 비판에서 벗어나긴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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