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8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하갈동 소재 선영에서 열린 고(故) 조양호 회장 2주기 추모 행사를 마치고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한진그룹은 8일 진행된 고(故) 조양호 선대회장 2주기 추모식을 기점으로,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 안정화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취임한 지 2년차에 접어든 조 회장이 경영권 위기를 넘어서면서 그룹 재편에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오는 24일 취임 2주년을 맞이한다. 부친으로부터 경영권을 이어받았지만, 누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비롯한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 등 이른바 3자연합과 경영권 분쟁에 돌입하면서 지난 2년 동안 체제 위협을 방어하는 데 온 힘을 쏟았다.

‘반(反) 조원태’로 뭉친 3자연합의 반란은 경영권 분쟁이 일어난 지 1년3개월 만인 이달 초 완전히 해체되며 조 회장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이에 따라 조 회장은 그룹 내 지배력을 공고히 하면서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데 집중할 수 있게 됐다.

경영권을 지킨 조 회장의 목표는 지난해 항공업계를 덮친 코로나19의 위기 극복과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한 글로벌 초대형 항공사로의 성장에 방점이 찍힐 것으로 분석된다.

한진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이 지난해 코로나 여파에도 2383억 원의 영업이익 흑자를 견인한 데는, 여객기를 화물기로 변경해 운영하는 방안을 직접 제안하는 등 신속한 의사결정을 중심으로 한 조 회장의 경영 능력이 한몫했다는 평가다. 글로벌 항공사인 델타항공이 13조9000억원(124억달러)에 달하는 창립 이래 최악의 적자를 기록한 데 비하면 차별화할 만한 성과라 할 수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시작과 함께 2분기부터 백신 수송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화물 사업 강화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람 운송 수요 회복은 여전히 더딜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지난해 화물로 코로나 위기 극복의 디딤돌을 놓은 데 이어 올해는 백신 수송으로 사업을 이어가며 위기를 벗어나겠다는 계획인 셈이다.

외부적으로는 국내 라이벌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하면 보유자산 40조원, 항공기 보유 대수 240대에 달하는 세계 10위권 수준의 초대형 항공사가 출범한다. 대한항공이 KDB산업은행에 제출한 ‘인수합병 후 통합 전략(PMI)’에 따르면 통합 항공사는 늦어도 2024년까지는 볼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13조원에 달하는 아시아나항공의 막대한 부채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양사의 중복되는 사업 및 계열사 매각 문제도 남아 있어 통합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를 내는 시기는 1~2년 더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조 회장은 이날 그룹의 추모식에 앞서 부친의 위패가 모셔진 강원도 평창 월정사를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3세 경영을 본격화하는 조 회장이 아버지 앞에서 그룹의 재도약을 다짐하지 않았겠느냐”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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